경호

by 피라

장기붕 경호부장은 20년 동안 대한민국 청와대에서 일했다. 미국의 레이건, 부시, 클린턴 대통령까지 경호 책임자로 임무 수행을 하기도 했다. 경호에 관한한 그는 대한민국 최고 고수라 할 수 있다. 누군가 총을 꺼내면 총구 앞으로 내 몸을 던지고, 누군가 폭탄을 던지면 내 몸으로 그 폭탄을 감싸 앉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없다. 아무나 할 수 없기 때문에 실전과 같은 강도 높은 훈련을 한다. 하지만 그는 훈련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한다. 바로 '상상'의 힘이다.


'내 앞에 폭발물이 떨어지면 덮친다. 나는 방탄복을 입었으니 살 수 있다. 그러나 죽어도 좋다.'는 상상 훈련이 가장 중요하다고 그는 말한다. 청와대 경호원 훈련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죽어도 좋다'는 생각으로 그렇게 행동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는 일이라고 장기붕 경호부장은 말한다. 이런 상상훈련을 해야만 실제로 그런 상황이 닥쳤을 때 망설이지 않고, 즉각적으로 행동하며 경호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한다. 상상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을 할 수 있게 만든다. 내 생명을 바쳐 타인의 생명을 구하는 일 말이다.


경호원의 상상 훈련은 두려움을 없애는 것이 목적이다. 아무리 고도로 단련된 경호원이라 할지라도 가족과 자신의 삶을 생각하기 시작하면 망설일 수밖에 없다. 모든 생명은 자신의 존재가 사라질 수 있는 상황에서는 본능적으로 일단 정지 버튼을 누른다. 본능을 이기는 것은 인간의 지속적 상상이다. 두려움을 극복해야 하는 사람은 경호원뿐만 아니다. 학교와 직장에서 공부하고 일하는 사람들도 두려움을 극복해야 한다. 학생의 두려움은 질문을 하는 것이고, 직장인의 두려움은 할말을 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학생과 직장인들은 여러 이유 때문에 궁금한 것을 물어보지 못하고,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한다.


때때로 묻고 싶은 말,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굳이 필요할까? 그런다고 달라지는 건 없어, 그냥 시키는 일이나 하는 것이 최선인 걸....'이라는 생각으로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직장인의 월급에는 하고 싶은 말을 하지 않고 참은 댓가가 포함되어 있다 여긴다. 그것이 직장인의 바람직한 자세라고 생각한다. 이런 침묵의 태도는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롱펠로우의 표현처럼 인생이라는 전쟁터에서 말 못하고 쫓기기만 하는 짐승마냥 해야 하는 일을 누가누가 더 군소리 없이 하는가가 곧 미래 경쟁력이라 여긴다.


일이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다. 일이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의사소통의 과정이다. 일이란 텍스트와 이미지, 언어와 행위를 통해 의사소통하는 과정이다. 일이란 협업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하나의 문제에 매달려 문제를 해결하는 이유는 한 문제에 연관된 정보를 얻고, 다양한 해결 방법을 알기 위해서다. 일에서의 의사소통이란 각자의 다양한 생각들을 표현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나의 생각을 말하고, 상대의 생각에 대한 의견을 말하는 반복과정이 일이다. 일의 시작은 나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다. 나의 생각을 말하지 않는 사람은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이다. 시키는 일만 하는 사람은 언제든 대체가능하다.


일을 제대로 하려면 나의 생각을 말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나의 생각을 말하기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상상하고 연습해야 해야 한다. 내 생각이 없음을 부끄럽거나 당연하게 여기지 말고, 내 생각을 가지기 위해 노력하고, 내 생각이 아무리 초라하고 여겨져도 용기를 가지고 말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겸손하지도 오만하지 않은 상태에서 나의 생각을 말하고 상대의 생각을 들으며 공동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법을 배워 나가야 한다. 학생 때 이런 연습을 하지 않으면, 침묵하는 직장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인간을 로봇으로 활용하려는 회사만이 침묵하는 구성원을 뽑는다.


학생도 직장인도 자신의 생각을 두려움 없이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직무 역량의 시작은 자기 표현이다. 나의 생각을 말하기 힘든 상황과 조건 속에서도 말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자기 확신과 자기 의심의 양극단에서 벗어나 타인의 비판을 두려워하지 않는 건강한 자기 표현을 하는 사람만이 공부와 일을 통해 성취를 이뤄갈 수 있다. 경호원의 상상훈련처럼 내 목숨을 바쳐 타인을 구하는 상상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못할 일은 없다. 당당히 나의 생각을 말하는 것, 그에 대한 타인의 다양한 의견을 받아들이는 상상을 하자. 이런 상상훈련은 의사소통능력을 향상시켜 직무 역량의 토대가 될뿐 아니라, 자신만의 진로를 만들어가는 힘이 된다. 삶은 만드는 것은 돈이나 조건이 아니라, 머리 속 지치지 않는 상상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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