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브랜딩

by 피라


브랜드라는 말이 유행이다. 기업뿐 아니다. 학생들도 자기브랜딩을 해야 한다고 믿는다. 자신의 직업을 찾아 경제 활동을 하는 일상의 한 축은 자기 브랜딩이다. '취업을 위해 자기소개서를 쓰고, 면접을 보고, 일을 하며 인정받아 승승장구하는 것도 브랜딩의 과정이다'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인터넷이 없었던 세상에서의 브랜딩이란 사회적 평판이다. "저 사람 못돼 먹었어", "저 사람 참 괜찮은 사람이야"와 같은 타인에 대한 나의 생각, 나에 대한 타인의 생각이 자기 브랜딩의 내용을 만든다. 자기브랜딩의 역사는 오래되었다. 우물가, 빨래터에서 목소리를 낮추며 주고받던 세상 이야기, 뒷담화가 뉴스, 블로그, SNS 등으로 이어졌고, 이제 사람들은 대화와 행동이라는 전통적 기법과 최첨단 IT기술을 이용해 자기 브랜딩을 한다.


자본주의는 가능한 모든 것을 상품으로 만든 역사다. 내가 가진 시간을 팔아 직장인이 되고, 돈을 살 수 있는 가능성(온갖 금융 상품)을 팔고, 이제는 자신의 존재 자체를 팔기 위해 자신의 일상을 상품으로 만든다. 그게 내가 이해하는 자기 브랜딩이다.


자기 브랜딩을 무조건 나쁘게만 볼 일도 아니고, 무조건 좋게만 볼 일도 아니다. 자폐처럼 스펙트럼이 너무나 넓고 다양하기 때문이다. 오로지 취업이나 승진을 위한 가식적인 자기 브랜딩은 나쁘다고 본다. 자신, 조직, 일, 사회를 위해 별 도움이 되지 않거나, 때때로 나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의미 있는 일을 묵묵히 하다 자연스럽게 사회적 인정을 받는 경우도 결과적으로 볼 때 자기브랜딩이다. 좋은 자기 브랜딩과 그렇지 않은 자기브랜딩의 차이는 자기중심성에 있는 것 같다. 브랜딩의 목적이 나의 이익에서 벗어나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것이라면 좋은 브랜딩, 오로지 자신의 위한 것이라면 그렇지 않은 브랜딩 같다. 자기 브랜딩이 중요하다며 그 방법을 알려주는 교육보다 브랜딩의 의미와 가치, 여러 종류, 장단점에 대해 깊고 넓게 알려주는 교육도 필요할 것 같다.


자기 브랜딩의 방법은 자기 표현이다. 자기 표현을 위해서는 먼저 내가 어떻게 느끼고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아야 한다. 즉 표현할 꺼리가 있어야 표현을 할 수 있다. 표현하고 싶은 것이 있지만 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표현하며 자신의 생각을 알아간다. 표현할 것이 없지만 무엇이라도 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를 따르는 사람(팔로우)들을 한 명이라도 더 가지는 것이 자기브랜딩 평가척도인 세상에서 자기PR이 체질적으로 맞지 않는 사람들이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드는 것 같다. 나 역시 자기 브랜딩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지만 한 가지는 알 것 같다. 당장의 구독자를 늘리기 위한 콘텐츠보다,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것. 좋은 콘텐츠란 내가 사랑하는 콘텐츠라는 것. 그래서 자기브랜딩이란 세상과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가의 문제라는 걸.


자기브랜딩이란 어떻게 살까라는 질문에 대한 혼자만의 길고 긴 대답 같다. 그 대답의 끝에는 세상 모든 존재를 향한 사랑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 희망마저 날아가버린 판도라의 상자같은 세상이라 느낄 때 우리에게 삶의 이유를 알려주는 건 사랑이다. 내가 죽을 것 같아도 나와 아무 상관없는 힘없고 약한 존재를 위해 뭔가를 하는 마음, 그게 내가 아는 사랑의 발원지다. 이런 종류의 사랑이 휴머니즘의 바탕이다. 자기브랜딩을 잘 하려면 휴머니스트가 되어야 한다. 그렇게 산다면 자기브랜딩이란 말은 필요없지 싶다. 브랜드는 삶의 결과지 목적이 아니다. 목적을 이룬 뒤에 무엇을 할 지 몰라 주저 앉는 삶은 허망하다. 우리 자신이 미물인 탓에 미물에 대한 사랑이 삶의 허망함을 채울 것이다. 언젠가 찾아올 허망함을 지금부터 생각한다면 쉽게 자기브랜딩이 될 것이다. 평생 자기브랜딩과 담쌓은 삶을 통해 내린 결론이라 증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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