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

by 피라


잘 사는 사람은 에너지를 잘 다룬다. 에너지는 살아가는 힘이다. 에너지가 없는 사람은 없다. 죽음이란 몸과 정신의 에너지가 사라진다는 뜻이다. 살아있다는 것은 모두 충분한 에너지가 있다는 뜻이다. 저마다 지닌 에너지의 수준과 다루는 방법이 다를 뿐이다. 살아있는 모든 존재와 마찬가지로 인간 에너지의 원천은 밥이다. 밥을 먹고 얻는 에너지는 육체적 에너지와 정신적 에너지로 바뀐다. 몸에 큰 병이 없는 한 육체적 에너지는 저절로 생긴다. 문제는 정신적 에너지다.


정신적 에너지는 위치 에너지와 닮았다. 현재의 내 모습과 되고 싶은 내 모습 사이의 간극이 에너지다. 간극은 욕망을 만든다. 바람과 현실의 차이(위치 에너지)로 인해 뭔가를 얻고, 뭔가를 이루고 싶은 마음이 정신 에너지의 원천이다. 바람(욕망)으로 인해 삶이 여러가지 모습으로 변한다. 바람과 현실의 간극이 적당하면 욕망을 이뤄가는 과정에서 희망, 용기, 기쁨, 자존감이 생긴다. 바람과 현실의 간극이 크면 도저히 이룰 수 없다는 생각에 좌절, 분노, 무기역, 우울감이 생기기도 한다. 간극은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다. 어떻게 다루냐에 따라 삶에 필요한 긍정적 에너지로 바꿀 수도 있고, 부정적 에너지로도 바뀔 수 있다. 잘 산다는 것은 간극을 잘 다루어 내게 필요한 에너지로 바꾸는 능력이다. 위치 에너지를 운동에너지로 바꾸는 것과 같다.


간극을 만드는 것은 욕망이다. 욕망을 만드는 것은 가치다. 세상에 존재하는 서로 다른 수많은 가치들 중 일부가 내재화되면 나의 욕망이 된다.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욕망은 그 자체로 사람을 생각하고 움직이게 만드는 에너지이기 때문에 어떤 욕망을 갖는지는 중요하다. 좋은 교육이란 학생들의 마음 속에 좋은 욕망을 심어주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동기 부여와는 조금 다르다. 동기부여는 출발점에 초점을 둔 개념이라면 욕망은 지속적 개념이다. 스스로 자신과 세상에 필요한 욕망을 찾고 그 욕망의 불꽃을 잘 다루는 능력을 길러주는 일이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교육은 아이의 욕망을 찾게 도와주고, 그 욕망을 잘 다루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이다.


아이의 욕망이 마음에 들지 않고,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곳을 향하더라도 아이의 자생적 욕망을 통해 다른 욕망들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이끌어야 한다. 그 과정이 육아고 교육이다.


뭔가를 욕망하기 위해서는 본능에 충실한 욕망을 벗어나 세상의 수많은 욕망들을 알아가야 한다. 수많은 사람들의 수많은 욕망들을 하나 둘 알아가는 과정이 공부다. 물질을 구성하는 최소 단위와 원리를 알고 싶은 욕망, 달에 가고 싶은 욕망, 사랑의 본질이 무엇인지 알고 싶은 욕망, 더 많은 사람들이 잘 사는 세상을 만들고 싶은 욕망, 고통받는 동물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욕망, 숲은 가꾸고 보존하고 싶은 욕망, 다른 언어로 대화하고 싶은 욕망, 아이들에게 더 나은 세상을 물려주고 싶은 욕망... 살다 간 사람, 살고 있는 사람의 수많은 욕망들이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고, 우리가 배워야 할 가치다.


배운다는 것은 세상의 다양한 가치를 이해하는 일이다. 가치란 집단과 개인이 가진 욕망의 결과에 담긴 의미다. 가치란 쓸모다. 뭔가가 쓸모가 있다는 것은 누구에게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도움이 된다는 것은 그것으로 인해 더 나아진다는 뜻이다. 나아진다는 것이 무엇인지는 다양한 생각들이 있겠지만, 죽는 것보다는 사는 것, 아픈 것보다는 건강한 것, 슬픈 것보다는 기쁜 것, 소수의 존재를 위한 것보다는 더 많은 존재를 위한 것이 그렇지 않은 것보다 낫다. 가능하다면 더 많은 존재가 더 행복해지는 세상이 더 나은 세상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세상에서 사는 건 행복하다. 그런 행복과 연관되는 수많은 가치들을 하나 둘 알아가는 것이 공부고, 그걸 체계적으로 가르쳐주는 것이 공교육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세상의 다양한 가치들 중 일부를 스스로 내재화시켜 나의 욕망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런 건강한 욕망의 씨앗이 마음의 밭에 자리 잡고 잘 자라려면 세상의 가치와 나의 욕망 사이의 끊임없는 자발적 상호작용이 필요하다. 학교가 그런 상호작용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곳이 되면 좋겠다. 그런 상호작용의 결과는 살아가는 에너지가 되고, 생각과 행동의 이유가 된다. 그런 생각과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개인도 사회도 더 나은 곳이 될 것 같다. 이것이 교육의 이유라 생각한다. 공부의 목적이 좋은 대학과 좋은 곳에 취업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건, 남자가 여자를 바라볼 때 오로지 성적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것만큼이나 어리석은 태도다. 세상에는 우리가 모르는 우리 삶을 풍성하게 만들 수많은 가치들이 있다. 그러니 공부든, 일이든, 삶이든 너무 납작하게 보지 말자. 때때로 납작하게 누워 휴식도 필요하지만, 누워있기만 하면 에너지가 생기지 않는다. 에너지의 시작과 끝은 다양한 가치다. 다른 말로 새로움이다. 삶이 새롭지 않은 것은 가치를 발견하고 욕망에 연결 짓는 공부에 소홀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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