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단어의 의미를 성인처럼 이해하기 전에도 단어의 소리에 담긴 통계적 규칙성은 아기의 개념 학습을 촉진시킨다. 이 분야의 대표적 연구자인 발달심리학자 산드라 왁스맨(Sandra R. Waxman)과 수잔 젤먼(Susan A. Gelman)의 가설에 따르면 단어는 유아의 개념 형성을 유도한다. 다만 성인이 소통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말할 때만 그러하다. "아가야, 여기 봐. 꽃!"
왁스맨은 생후 3개월밖에 되지 않은 아기를 대상으로 단어의 위력을 증명했다. 아기는 먼저 여러 공룡 그림을 보았고, 실험자는 아기에게 그림을 보여줄 때마다 '토마'라는 지어낸 단어를 말했다. 나중에 아기에게 다른 공룡 그림과 공룡이 아닌 물고기 같은 동물 그림을 보여주자. '토마'라는 단어를 들었던 아기는 어느 그림이 '토마'에 해당하는 지를 더 잘 구별할 수 있었다. 즉, 아기에게 간단한 개념이 형성된 것이다. 반면에 인간의 말소리 대신에 녹음된 음향을 사용해 똑같이 실험을 반복했을 때는 이런 효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리사 펠드먼 배럿, 194쪽)
아기 뿐 아니라 성인도 마찬가지다. 성인도 소통하려는 의도가 있을 때만 소통을 통한 의미를 느낄 수 있다. 정보를 접할 때 정보가 의미를 지니려면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상대가 제공하는 정보가 의미가 있을 것, 수용하는 사람도 그 정보를 의미 있게 받아들일 것. 이 지점에서 대부분의 정보들은 의미를 잃고 만다. 나의 의미와 상대의 의미가 서로 지속적으로 연결 되는 경우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의미가 없는데 의미가 있는 척하기도 하고, 의미가 있는데도 모르고 지나치기도 한다. 없는 의미를 억지로 만들어서 포장하기도 하고, 의미에 지쳐 등을 돌리기도 한다.
상대의 의미와 나의 의미가 만날 때 소통이 이루어진다. 소통의 시작은 무엇이 내게 의미가 있고, 무엇이 상대에게 의미가 있는지 찾아가는 과정이다. 처음부터 의미가 있어서 소통이 이루어지는 건 아니다. 아무 의미 없이 소통하다 보면 그 속에서 몰랐던 의미를 발견하기도 한다. 소통의 다른 말은 상호작용이다. 상호작용 없는 삶은 생각하기 어렵다. 어떤 상호작용이든, 상호작용 속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다면 의미는 저절로 찾아질 듯 하다. 여러 재미가 있겠지만, 가장 큰 재미는 몰랐던 것을 알아가는 재미 아닐까? 다른 말로 호기심이라 부르는 그것. 무미건조한 삶에 필요한 처방은 호기심이다. 호기심은 나는 아는 것이 없다는 겸손한 마음에서 싹튼다. 오만한 자는 편향을 강화시키는 걸 배움이라 여기고, 겸손한 자는 앎을 무너뜨리는 걸 배움이라 여긴다. 세상과 타인에게 무관심하고 무기력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오만함에서 비롯된 태도일지 모른다. 자만심과 자괴감은 동전의 양면일지 모른다. 둘 다 순수한 호기심이 부족한 탓일지 모른다. 서로에게 의미 있는 소통의 호기심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