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피라


노예의 삶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삶이다. 선택지가 단 하나밖에 없는 삶보다는 선택지가 많은 삶이 좋다. 돈을 많이 가지려는 이유는 돈으로 인해 선택지를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돈이 없는 사람은 고시원밖에 선택지가 없지만, 돈이 많으면 고시원부터 타워펠리스까지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다.


어린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좋아'와 '싫어'로 표현한다. 배우고 자랄수록 기쁘다, 희망차다, 감동적이다. 자랑스럽다, 행복하다, 만족스럽다 등의 감정을 배우면서 좋다라는 느낌을 구성하는 다양한 감정을 이해한다. 싫다에 대해서도 걱정스럽다, 짜증난다, 분하다, 후회된다. 답답하다, 우울하다, 부끄럽다 등의 다양한 감정을 배운다.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풍부하게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은 삶의 다양성을 알아간다는 뜻이다. 자신의 다양한 생각과 감정을 이해하는 사람은 타인의 다양한 감정과 생각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럼에도 어른이 되어서도 세상을 오로지 좋다와 싫다의 관점으로만 이해하는 사람이 많다. 특정한 소수 몇 명만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모습이다.


좋은 놈과 나쁜 놈, 좌파와 우파, 보수와 진보, 빨갱이와 빨갱이 아닌 놈, 민주주의와 공산주의, 내 편과 남의 편, 좋아요와 싫어요, Yes와 No,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등 수많은 방식의 좋다와 싫다의 관점으로 사람과 세상을 바라보곤 한다.


어린 아이가 '좋아'와 '싫어'로 뭉퉁하게 세상을 해석하듯, 어른이 되어서도 좋아와 싫어로 세상을 바라보면 삶은 평평해진다. 선택지가 거의 없는 삶을 살거나 선택지 없는 자신의 선택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삶이다.


공부의 현실적 목적은 자신만의 직업, 즉 일을 갖는 것이다. 대부분의 일이란 타인의 삶의 문제를 직간접적으로 풀어주는 것이다. 인간의 삶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대신해서 풀어준 댓가로 돈을 번다. 비즈니스의 대상은 사람이라, 다양한 사람들에 대한 깊고 넓은 이해는 일하는 이의 사업 기회를 넓혀준다.


역설적이게도 돈을 벌고 싶으면 사람에 대한 깊고 넓은 이해를 해야 한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에 대해 더 세분화해서 다양성을 발견하는 능력을 기반으로 타인의 생각과 감정에 공감하는 능력은 일하는 이가 갖추어야 할 필수 요건이다.


아이가 자라,


돈 버는 일과 상관없이 자신만의 가치와 의미를 느끼며 살아가는 사람이 되길 바라더라도, 돈을 잘 버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더라도 똑같다. 자신과 타인의 다양한 감정과 생각, 다양한 가치와 의미에 대해 많이 알면 알수록, 많이 공감하면 할수록 삶의 선택지는 늘어난다. 삶의 선택지란 곧 삶의 기회다.


공부 못하면 인생 끝장난다는 하나 밖에 없는 선택지에 매달리는 교육은 이제 끝장낼 때가 되지 않았을까? 미처 모르는 나 안에서 다양한 가치를 발견하고, 미처 모르는 타인과 세상의 다양한 가치를 발견하는 과정 자체에 의미를 두는 교육을 하면 돈도 잘 벌고, 의미도 느끼는 아이들이 많아질 듯 하다.


교육은 선택지를 줄이는 쪽이 아니라, 선택지를 늘리는 쪽으로 가야한다. 다양성이 희망이자, 기회다. 우리 사회는 80대부터 아이까지 다양성이 너무 부족하다. 우리의 교육은 내가 맞고 상대가 틀렸다는 걸 고도화시키는 과정 같다. 삶도 일도 그런 태도로 살아간다. 겉으로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척하면서 속으로는 그렇지 않다. 싫든 좋든 다양성을 내 속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 다양성은 공기와 물같은 것이다. 비즈니스가 수영이라면 다양성은 물이다. 물이 없는 곳에서는 수영할 수 없다.


점점 물이 마르는 것 같아 걱정이다. 산에 나무가 많아야 물도 많아진다 들었다. 다양성이 살아있는 숲을 만드는 교육이 필요하다. 성적과 대학을 위해서가 아니라 성장과 더 나은 일을 가지기 위해서다.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과 우리 자신을 위해서다. 물을 가볍게 여기면 큰 일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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