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내뱉은 "이 새끼들...."이라는 말이 전 세계를 달구고 있단다. '새끼'라는 한국 말을 각국에서 어떻게 번역하고 있는지도 관심사다. 사실은 미국 의회가 아니라, 한국 야당 국회의원들을 '이 새끼들'로 정의한 거라는 대통령실의 신박한 설명도 나온다.
고등학교 때 입시를 준비하며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에서 주인공이 자신 아내에게 내뱉는 "에이 오라질 년!"이라는 말은 친근감의 표현이라고 억지로 배웠다. 대통령이 내뱉은 이 새끼들이라는 말 역시 친근감의 표현일지 모른다. 언어는 맥락이 중요하다. 같은 '새끼'라는 말에도 상황에 따라 친근감, 적의, 분노, 무시, 혐오, 공감, 동의, 환대 등 다양한 의미가 담긴다. 대통령이 내뱉은 새끼라는 말에 담긴 뜻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진심이 담긴 말이길 바란다. 상스러운 욕이든 고상한 표현이든 그 속에 진실이 담기지 않으면 언어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말에 진심을 담으려는 사람은 내 생각을 가장 잘 담을 수 있는 가장 적절한 표현을 고민한다. 생각과 말에 진실을 담으면 아무렇나 내뱉고 그게 아니라고 변명하는데 불필요한 에너지를 낭비를 줄일 수 있다.
기업의 채용 과정에서 가장 기피하는 지원자는 진심을 알 수 없는 지원자다. 모든 인간이 그렇듯 기업도 불확실성을 피한다. 화려한 스펙과 능숙한 언변으로 선보이지만 도무지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종잡을 수 없는 지원자는 뽑지 않는다. 진심이 도무지 느껴지지 않는다는 건 불확실한 사람이란 뜻이다. 리스크란 불확실성이다. 불확실성이란 예상이 안 된다는 뜻이다. 설사 몇몇 단점이 보이더라도 진심이 느껴지는 지원자는 예상 가능하다. 그 예상 속에서 함께 일해도 될 지 안될 지를 판단한다. 예상되는 리스크는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더 이상 리스크가 아니다. 진심을 드러내지 않는 지원자는 예상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채용이 꺼려진다.
채용 면접에서 사생활까지 자신의 모든 것을 진실되게 말해야 합격한다는 뜻이 아니다. 모두가 알 듯, 채용 면접에서는 자신이 가진 직무 역량을 담담하게 말하면 된다. 평소 때 자신의 생각을 진실되게 말해온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채용 면접에서 불확실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로 미묘하게 드러난다. 전공 지식에 대한 이야기만 해도 삶에 대한 태도가 어떤지 미묘하게 드러난다. 모든 사람들은 그런 방식으로 사람을 대한다. 말의 관점에서 본다면, 면접이란 평소 지원자가 생각, 말, 행동에 진심을 담아 왔는지를 살피는 과정이다. 진실은 직무 역량이 발현되는 기초다.
일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사소통 능력이다. 삶에서도 가장 중요하다. 의사소통을 잘 하려면 언어에 진심이 담겨야 한다. 사기를 치더라도 최선을 다해, 자신의 온 삶을 바쳐 자신이 하는 말이 진실인 척 해야 한다. 그래서 진심으로 사기를 치다 사람이 바뀌는 경우도 간혹 있다.
사적인 영역에서 사람을 만나고, 공적인 영역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은 의사소통을 위해서 자신의 말에 진실을 담는 연습을 해야 한다. 연기가 아니라, 그렇게 생각하며 그렇게 살아야 나의 뜻이 상대에게 가 닿는다.
그런 점에서 나의 생각에 진심을 담아 말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삶의 기본을 갖추는 훈련이다. 입술과 혀의 모양, 성대의 떨림을 통해 공기의 파동을 일으켜 타인의 귀에 가 닿는 말에 나의 진실이 담겼다면 말의 결과는 중요치 않다. 말이 곧 내 존재이기 때문이다. 온전한 존재는 그 자체로 신성하듯, 온전한 말도 마찬가지다. 최선을 다해 경기를 한 운동 선수는 후회가 없듯, 최선을 다해 온전한 삶의 진실이 담긴 말도 역시 그렇다. 상대가 나의 말을 비난한다고 쪼그라들지 않고, 내 말에 열광한다고 해서 우쭐대지 않는다. 인간의 삶은 생각으로 재구성되고 다듬어지고, 말과 행동으로 완성된다.
학생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깊게 사유하고 자신의 생각을 진실하게 말하는 것이다. 여자를 꼬시는 101가지 방법으로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할 수 없듯, 스펙만으로 직무 역량을 갖출 수 없듯, 진심이 담기지 않은 말만으로 의미 있는 인생을 살아갈 수 없다.
공부의 시작도 의사소통의 시작도 진실을 말하는 것이다. 비즈니스의 시작도 진실이다. 진실이 담기지 않은 재화와 서비스에 지갑을 열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학생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진심이 담긴 의사소통 교육이 필요하다. 일방적 교육이 아니라, 의사소통 경험이 필요하다. 의사소통을 통해 자신과 타인의 진실을 발견하는 경험이 필요하다. 정치인은 물론 일을 하고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갖추어야 할 기본 중의 기본 역량이다.
진실을 말할 용기가 없다면 적어도 말하지 않은 내 진심이 무엇인지는 간명하게 이해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래야 일과 삶의 문제가 나를 공격하지 않도록 잘 다룰 수 있다. 말하는 진실이든 말하지 않는 진실이든 진실을 알기 위해서는 나의 진심을 말하고 피드백 받는 과정이 지속적 과정으로 삶을 채워야 한다. 삶의 진실이란 음식과 같다. 없으면 죽는다. 진실이 없으면 삶의 의미가 없다. 진심을 담아 일을 의미있게 하려는 사람들, 장인이 많아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