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원 축소

by 피라

책을 읽는데 얼굴 근육이 50개라는 설명이 나왔다. 정확하게 알고 싶어서 검색을 해 보았다. 네이버, 다음에는 80개, 43개라 결과가 대부분이다. 구글을 한글로 검색하면 역시 80개, 43개가 나온다. 구글을 영문으로 검색하면 42개, 43개, 평평한 근육 20개 등의 결과가 나온다.



하나 특이한 것은 네이버와 다음은 똑같은 설명이 반복해서 나온다. 국내 포탈은 같은 데이터 소스를 다양한 변주로 보여주는 경향이 강하다. 반면 구글은 소스가 좀 더 다양하다. 추측컨대 얼굴 근육의 개수가 20개에서 80개 사이로 다양하게 설명되는 이유는 특정 부위의 근육 덩어리를 부위별로 잘게 나누어 다른 근육으로 보는가, 통합해서 한 근육으로 보는가의 차이 같다.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얼굴 그림으로 표현한다면 눈, 입의 단순한 패턴만 알아도 된다. 인간은 6개의 대표 감정이 있다고 한다. 눈과 입의 몇 가지 모양으로 이루어진 단순한 조합만으로 다양한 감정의 훌륭하게 표현할 수 있다. 경찰이 몽타주를 그리는데 각 부위별 10개의 선택 사항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한다.



세상의 수많은 정보들이 끝없이 밀려온다. 오늘 하루도 일하고 살아가려면 정보들을 잘 해석해야 한다. 가장 쉬운 방법은 단순화다. 머신러닝 알고리즘은 이런 과정을 차원 축소라고 부른다. 정보를 단순화시키면 빠른 시간 안에 본질을 파악해서 통찰을 얻기도 하지만, 잘못하면 인지 오류로 일과 삶을 망치기도 한다. 강원도가 지급보증을 철회한 결정, 사고 대응을 못했다고 해경을 해체한다거나, 사고 원인을 축제 자체로 돌리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아이가 길에 서 있다가 사고를 당하면 왜 거기에 서 있었냐고 야단치는 것과 비슷하다. 여자가 왜 늦은 밤에 돌아다니냐며 사고 원인을 당사자에게로 돌리는 태도는 참 익숙하다. 현실이 그러니 조심하는 것과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별개다. 이 둘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림을 그릴 때는 차원 축소의 방법이 필요하다. 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때도 차원 축소가 필요하다. 그림과 정치의 차이가 있다. 그림은 처음부터 차원 축소를 해도 그럴듯하게 그릴 수 있지만, 정치는 처음부터 차원 축소를 하면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일의 영역에서 차원 축소는 원칙과 기준이다. 현실의 일을 할 때는 원칙과 기준은 양날의 칼이다. 원칙과 기준을 전면으로 내세우면 일하기는 편하지만,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적어도 문제를 해결하려는 마음이 있는 사람은 문제를 대할 때 자신의 오래된 원칙과 기준 내세우기보다 공부하듯 일단 현실의 문제를 모두 받아들여야 한다. 모든 문제를 새롭게 받아들이고 복잡한 현실 변수 속에서 진짜 문제 해결에 필요한 차원 축소를 고민해야 한다. 그런 번거롭고 힘든 일을 하는 댓가로 경제적 지원과 권한을 주는 것이다. 이는 신입사원이든 대통령이든 똑같다. 일을 일답게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일을 일답게 한다는 것은 문제를 정확히 정의하고 더 많은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다. 일은 자신을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을 위해 하는 것이다. 타인을 위한 댓가가 나의 이익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P.S : 암에 걸린 사람에게 패스트푸드를 많이 먹어서 그렇다며 비난하는 사람과 빨리 나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사람. 둘 중에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서로 논쟁하며 삶을 허비하는 사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 할로윈 축제에 대한 개인적 선호로 문제를 재단하는 것 같은 왜곡된 차원 축소의 태도가 많이 보인다. 특히 정치인들. 일을 통해 배우려는 마음이 없는 사람은 일을 하면 안 된다. 특히 공적인 일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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