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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타인터뷰 Nov 04. 2022

세스 고딘

한 때 바이블처럼 여긴 책이 있다. <자발적 가난>이라는 책이다. 인간은 가난하게 살아야 고상해진다 생각했다. 환경, 채식, 동물, 생태, 공동체, 자연, 깨달음, 여행과 같은 키워드가 머리 속에 가득한 시절이었다. 상경대에서 공부하면서 경제사 과목 하나 빼고는 아무런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나는 졸업 후 점점 돈과 거리를 두는 삶을 살았다. 자발적 가난함의 고상함을 느끼기 위해서는 돈을 벌어 음식을 입에 지속적으로 넣어야 하는 모순을 해결하는 건 최소한의 원리였다. 경제 활동에 쏟는 에너지는 최소한으로 투입하고 나머지는 창조적인 일, 하고 싶은 일에 쏟고 싶었다.



투자, 금융, 사업, 마케팅, 부동산 이런 단어들을 좋아하지 않았다. 오래 동안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학창시절 때 마케팅원론, 증권투자론, 외환금융론 같은 걸 잠시 배웠으니 기본은 알고 있다 생각했다. 그런 영역의 지식과 정보는 시시하다는 걸 이미 알고 있으니 오랜 세월 거리를 두고 살았다.(시시하다고 여긴 건 매카시즘처럼 자기 이익 극대화라는 논리가 뻔하기 때문이었다.) 



최근 몇 년 동안 이런 생각에 변화가 생겼다. 책을 읽으며 몰랐던 걸 알게 되었다. 금융, 투자, 경영, 수학도 생태 철학 못지 않게 심오하고 아름답다는 걸 깨달았다. 고상한 가치도 세상에 해롭게 만들어 천박하게 팔아먹는 사람들이 있고, 천박한 아이디어도 멋진 가치를 부여해 세상에 이롭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어제 밤 한 마케팅 책 마지막 장을 덮었다. '세스 고딘'의 'This is Marketing'이다.



'마케팅은 사악한 것일까? 업계에서 오랫동안 쌓은 경력을 토대로 대답하자면 일부는 그렇다. 효과 없는 약을 묘약이라며 파는 것, 흡연을 하게끔 새로운 방법을 고안하는 것은 사악하다.'



'마케팅은 사람들이 소아마비 백신을 맞도록 또는 수술 전에 손을 씻도록 설득할 때 아름답다. 마케팅은 공동체를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드는 만드는 사람을 당선시킬 때 마법을 일으킨다.'



'사악한 마케팅과 그렇지 않은 마케팅은 나와 당신이 아니라, 당신의 고객, 당신의 이웃이 판별한다. 더 좋은 소식은 도덕적이고 공익적인 마케팅이 결국에는 어둠에 의존하는 마케팅을 이긴다는 것이다.'



'당신이 일으키려는 변화를 마케팅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이 세상의 소중한 가치를 훔치고 있는 것이다.'



 <자발적 가난>의 고상함과 <건물주>에 대한 부러움이 서로 뒤섞여 길을 잃었거나, 마케팅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나는 도움을 받았다. '비즈니스의 본질은 이타성'이라고 믿는 나에게 '네 생각이 옳으니 밀고 나가라'고 넌지시 말해준다.


P.S : 세스 고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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