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불확실성이 높을수록 잘못된 판단을 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단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다. 확실성이 높은 안정적 상황에서도 어처구니 없는 생각을 하는 인간도 있고, 전쟁통과 같은 생존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현명한 태도로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연구에서 말하는 잘못된 판단이란 확증편향강화다. 피로가 쌓이면 몸의 약한 부위부터 문제가 생기듯, 불확실성이 커지면 평소 치우쳤던 편향에 매몰되어 잘못된 판단을 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뜻이다.
면역력이 떨어지고 피로가 쌓이면 취약한 곳부터 문제가 생기니, 평소에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허리가 아픈 사람은 하체와 코어 근육을 강하게 해야 하고, 위장이 안 좋은 사람은 과식을 삼가고 위장에 부담스런 음식을 줄여야 한다.
인간의 정신도 취약한 곳을 평소에 잘 살펴 관리해야 한다. 태도, 감정, 생각이 특정한 쪽으로 치우쳐 문제가 된다면 불확실한 상황에서 그런 기질 때문에 삶이 무너지지 않도록 평소에 잘 관리해야 한다.
사회적 불확실성이 높을수록 대중의 생각이 양극단으로 치우쳐 사회 분열이 심해진다. 불확실성이 먼저인지, 극단적 생각이 먼저인지는 닭과 달걀의 관계와 같다.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과 편향적 사고는 삶과 사회를 붕괴시킨다.
두려움과 편향을 증폭시켜 목적을 이루는 사람은 사업가든 정치가든 교사든 친구든 사회적 해충이다. 독일인의 전폭적 지지를 받았던 히틀러의 역사가 언제 어디서든 재현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그래서 독일은 지금도 철저한 반성을 한다. 반성은 편향극복을 위한 노력이다.
무엇보다 불확실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교육과 자기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삶을 바쳐 확증편향을 강화하는 일이 줄어들면 좋겠다. 삶의 기회란 수많은 다양성들이 느슨하게 연결된 상태다. 구체적인 것을 꼭 이루고 싶은 강한 열망은 편향이다. 하지만 뜻을 이루는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편향에 지배된 배타성이 아니라 편향을 이기는 포용성이다.
세상의 모든 가치를 좋아요와 싫어요로 양분하는 건 어리석다. 좋아요는 천국으로, 싫어요는 지옥으로 보내버리면 삶이 펼쳐지는 현실은 공허해진다. 천국으로 가지 못해 좌절하고, 지옥으로 떨어질까 두려워한다. 가고 싶은 열망과 가지 못하는 좌절 어디에도 진짜 삶은 없다. 진짜 삶은 좋아요와 싫어요 사이에서 펼쳐진다.
인간은 편향으로 인해 뜻을 세우고 행동하지만, 편향을 줄이는 과정을 통해 뜻을 이루고 가치를 실현한다. 몸도, 삶도, 사회도 그래야 더 나아진다. 배우고 성장하는 교육의 원리도 똑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