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 오후 공무원 면접자 코칭을 마쳤다. 가방을 챙기며 8시간 동안 함께 한 3명의 모습을 훑어보았다. 한 청년의 얼굴에서 한 방울의 눈물을 보았다. 그대로 보내려니 마음에 걸렸다. 이야기를 좀 하자 말했고, 나머지 두 명이 나가기를 기다렸다.
의자를 가져와 청년과 마주 보고 앉았다. 지금의 생각과 느낌을 말해주면 좋겠다 말했다. 청년은 울음을 터뜨렸다. 격정적으로 흐느꼈다. 그에게 우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 창가에서 기다렸다. 청년은 폭포처럼 울었다. 5분이 흘렀을까? 10분이 흘렀을까? 좀 진정된 것 같았다. 조심스럽게 다가가 눈물의 의미가 무엇인지 말할 수 있는지 물었다.
실망스럽단다. 자기 모습이 너무나 실망스럽단다. 말을 하며 또 울었다. 몇 가지 얘기를 천천히 해주었다. 모의 면접을 잘 보고 실제 면접에서 떨어지는 것과 모의 면접을 엉망으로 보고 실제 면접에서 합격하는 것이 좋고, 모의 면접에서 많은 문제를 발견할수록 실제 면접을 잘 볼 가능성이 높아진다 말해주었다.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그만큼 꼭 되고자하는 마음이 간절한 것이니 오늘의 눈물은 보석같은 가치가 있다 했다. 면접도 삶도 작은 차이가 큰 운명을 가른다 했다. 면접 중에 대답을 하다 작은 실수를 하면, 다음 대답에서는 그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서 더 멋진 대답을 하고 싶지만 욕심으로 인해 발버둥 치다가 간극이 점점 벌어지게 된 것이라 말해 주었다.
인생과 일은 면접과 같다고 말했다. 한 번에 한 번씩이라는 걸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앤 라모트가 말한 새 이야기를 해 주었다. 새 100마리를 그려야 하는데 엄두가 나지 않아 우는 아이에게 해주는 이야기다. 새 100마리가 날아가는 장엄한 풍경을 그리고 싶다면, 딱 한 마리만 그리면 된다. 그리고 나서 또 한 마리, 그리고 나서 또 한 마리. 한 번에 한 마리를 그리면 된다. 어떤 위대한 화가도 100마리의 새를 한꺼번에 그릴 수 없다.
PT발표든, 자기소개든, 토론면접이든, 한 번에 한 번씩 대답하면 된다. 면접관이 첫 번째 질문을 하면 첫 번째 대답을 하고, 두 번째 질문을 하면 두 번째 대답을 하는 것이다. 너무도 많은 면접자들이 앞선 자신의 대답에 지나치게 신경 쓴 탓에 두 번째 질문에 제대로 대답을 못한다. 너무도 많은 면접자들이 스스로 면접관이 되어 자신의 모습과 대답을 판단하고 해석하는 탓에 머리가 복잡해진다.
면접관의 질문에 머리가 하얘져 아무말도 못하는 상태와 우울증은 비슷하다. 걱정과 기대로 직조된 삶의 거미줄에 얽히고설킨 체 100마리의 새를 한 번에 그리려다 한 마리도 그리지 못한다. 한 마리도 못 그리는 한심한 나라는 생각에 갇혀 끝없이 추락한다. 면접을 잘 보는 방법은 한 번에 하나씩이다. 첫 번째 대답을 망쳤다면 재빨리 머리를 리셋하고 두 번째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다. 두 번째 대답을 망쳤다면 다시 리셋하고 세 번째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다. 세 번째 대답도 망쳤다면 다시 리셋하고 네 번째 질문에 답하는 것이다. 이것이 최선을 다하는 면접이다. 삶도 똑같다. 하는 일이 계속 맴돌고 잘 안되도 망했다는 생각을 버리고 다음의 시도를 또 해보는 것이다. 한 번에 하나씩 하는 걸 배우는 것이 삶이다.
학생, 취준생들이 가장 안 되는 것이 한 번에 하나씩이다. 인터뷰할 때 질문을 정확히 이해하고 상대가 궁금하게 여기는 것에 대한 대답을 하는 것, 그게 안 된다. 대부분 자신 생각에 갇혀 질문과 동떨어진 대답을 한다. 묻는 말에 대답이 아니라 해야 할 것 같은 말만 반복한다. 삶도 비즈니스도 면접도 공통점이 있다. 세상이 내게 던진 질문, 소비자를 통해 발견하는 질문, 면접관이 던진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다. 한 번에 하나씩 진실한 대답을 하는 것. 그것이 면접의 비결이다.
진실된 대답을 하고 불합격되는 것이 가식적 대답을 하고 붙는 것보다 가치 있다는 것을 학교에서 가르쳐야 한다. 진실한 지원자일수록 합격할 가능성이 높다. 그것이 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