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에 전화가 왔다. 코칭한 학생 모두가 공무원 면접에 합격했다는 소식이었다. 한 명은 어려웠는데 다행이라고 말했다. 코칭으로 취준생을 합격시키는 것은 배고프면 밥 먹고 포만감을 느끼는 것처럼 내게는 쉽고 당연한 일이다. 취준생을 보면 투명한 재질의 외장으로 마감한 자동차를 보듯 훤히 보인다. 문제점들이 앞다투며 관심을 가져 달라 한다. 그 중 큰 문제부터 하나씩 고쳐나가면 합격할 확률이 획기적으로 올라간다. 채용의 경험과 예민한 감각이 만난 결과 같다.
하지만 이런 일은 시시하고 별 의미도 없었다. 그래서 오랜 세월 취업 교육을 하면서도 스스로 부정하며 거리를 유지했다. 몇 년 동안 아예 접기도 했다. 한 때 다시는 이런 일을 하지 않으리라 결심했다. 사람은 모두 의미 없는 일,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멀리하며 의미 있는 일,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한다.
최근, 영감 같은 것이 떠올랐다. 하고 싶은 일(의미 있는 일)은 하기 싫은 일(의미 없는 일)과의 상호작용으로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이다. 쓸모 없는 것에서 쓸모를 찾고, 의미 없는 것 속에서 의미를 찾는 일은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방법 같다. 더 중요한 게 있다. 의미의 유무를 판단하는 건 편향의 결과라는 사실이다. 호불호에 연연하지 않는 호연지기를 길러야겠다.
누군가가 나를 필요로 하고 그들이 원하는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해야겠다. 그 다음의 일은 그 다음에 생각하는 것으로. 시작부터 의미로 구축된 완벽한 결말까지 생각하면 아무것도 못하는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