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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옹책방 Dec 14. 2022

부메랑


모의 면접이 끝나고 서럽게 눈물을 흘린 청년.


대가 없이 도와 주어 그를 꼭 합격 시키겠다는 결심을 했다.


마음 먹으면 대부분 합격 시켰으니 나의 자존심이기도 했다.


다음 날 그와 전화 통화를 길게 하며 몰랐던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의사소통이 되는 지원자가 아니었다.


아무 생각이 없거나, 편협한 자기 생각에 갇힌 사람이었다.


타인과 대화하는 힘이 현저히 떨어지는 사람이었다.


이런 지원자는 뽑으면 안 된다.


어김없이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생각이 복잡해졌다.


과제를 주고 몇 일 뒤에 다시 또 길게 통화했다.


역시나였다.


그는 채용해서는 안 되는 지원자였다.


뽑으면 안 되는 지원자를 뽑히게 만드는 일이 만약 나의 일이라면


나는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예상치 않은 해피엔딩도 가능하다.


예상과 달리 일을 잘 하거나, 처음에는 힘들어하다가 나중에


자신의 일을 천직으로 여기는 사람이 되는 시나리오.


가능성이 거의 없는 그런 확률에 기대어 뽑지 말아야 할 지원자를


뽑을만한 지원자인것처럼 급히 만드는 일은 옳은가?


앞으로 펼쳐질 여러 문제들이 보이는데, 다 무시하고 단지 내가 하는 일이니 일단 합격시켜야 한다는 생각은 자기중심적이고 어리석다.


적당한 선에서 빨리 컨설팅을 마무리 짓고 발을 뺐다. 


그가 합격하면 내 입지가 올라가겠지만, 나는 그가 불합격되기를 바란다. 그가 합격하면 공무원 면접 시스템이 최소한의 판별 기능도 없다는 것이다. 이 사회에 대한 믿음이 더 떨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단지 내가 하는 일이라고 해서 결과가 좋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내 일이 잘못되어야 공익에 더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일하는 사람 모두는 자신의 일을 돌아봐야 한다.


복잡한 문제지만 덮어둘 수는 없다.


일의 결과는 돌고 돌아 결국 자신에게 돌아오니까.


일을 한다는 것은 세상을 향해 부메랑을 던지는 행위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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