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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옹책방 Dec 16. 2022

기본기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 손웅정. 그를 보면 조선이 저물던 시대의 의병을 보는 듯하다. 국사책에서 보았던, 미스터 선샤인에서 나왔던 그 귀한 의병들 사진 속 주인공 한 명이 현실 속으로 튀어나온 듯 하다. 낮은 자세로 끊임없이 배우지만 원리와 원칙이 확고하고, 담박하고 겸손하나 잘못된 것을 보면 참지 않는 성정 때문이다. 어쩌면 가장 한국인다운 모습일지 모른다.


그는 기본을 강조한다. 손흥민 선수를 가르칠 때도 그랬단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축구의 기본을 갖추려면 7년은 걸린다고 한다. 그가 말하는 기본은 먼저 사람다운 사람이 되는 것, 공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것이다. 긴 시간 기본기를 튼튼히 갖춘 뒤에 슈팅 연습을 해야 한단다. 그렇지 않고 처음부터 골을 넣기 위해 슈팅연습을 하면, 근육도 상하고, 잔재주 몇 개로 한 동안은 인정받는 선수가 될 수 있을지라도 오래 가지도 못하고, 성장하는 선수가 되지 못한다고 한다.


취업과 일, 삶도 이와 비슷하거나 똑같다. 훌륭한 선수로 키우기 위한 고민없이 당장 경기에서 이기는 것만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면 선수도, 축구도 제 자리를 맴돈다. 맴돌면 다행이다. 때가 되면 추락한다. 마찬가지로 당장 좋은 대학, 당장 좋은 자소서, 당장 좋은 면접을 보는 것이 목표가 되면 결과에 상관없이 삶이 중심을 잃고 맴돌 가능성이 높다. 관절과 근육이 상하든 말든 골을 넣기 위해 죽어라 슈팅 연습만 시키는 것과 같다.


한 번의 특강, 한 번의 컨설팅, 한 번의 취업 캠프, 자소서 첨삭, 면접 클리닉처럼 단기간에 대단한 비법을 발휘해서 취준생을 합격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경계해야 한다. 그런 방식을 통해 합격되었다면  그들은 원래 합격될만한 지원자들이었다는 것이 진실이다. 다시 말하면 합격될 수 있는 기본이 이미 갖춰진 지원자들이란 뜻이다. 합격이라도 되면 다행이다. 대분분 쓸데없는 에너지만 쏟으며 불합격될 가능성만 키운다. 기업은 가식적이고 얄팍한 지원자부터 가려내기 때문이다. 취업의 기본은 마음이 담긴 의사소통 능력이다. 


기본적인 의사소통 능력을 갖추지 못한 학생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다. 특히 특성화고 학생들이 문제다. 대학생들은 조금 낫긴 하지만 별반 다르지 않다. 취업 역량에서의 기본은 3가지다. 


1. 무언가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고, 그 생각을 정리해서 말이나 글로 표현하는 능력.


2. 내가 표현한 결과에 대한 상대의 피드백(반응과 의견)을 객관적으로 받아들이는 능력


3. 1과 2의 반복적 과정을 통해 간극을 줄여 나가는 능력


간극을 줄인다는 것은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 갈등을 조정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다. 이는 일의 과정, 삶의 과정에서 요구되는 기본기이기도 하다.


취업 역량의 기본기를 갖추기보다는 당장 근사해 보이는 자소서를 쓰고, 그럴듯해 보이는 면접 대답에만 치중하는 것은 위험하다. 경기에서는 이겨도 선수들의 삶은 막막해지는 선택이기 때문이다. 입사지원이란 나를 말하는 과정인데, 진실된 나를 말하지 않고 포장된 나, 가식적 나를 말하는 건  지원자의 삶을 망치고 기업에도 해가 되기 때문이다. 개인과 기업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사회 전반적으로도 신뢰가 줄어드는 문제가 확산된다.


취업 역량의 기본기를 갖추기 위해서는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다행스러운 것은 그 기간이  축구처럼 7년씩 걸리지 않는다. 짧게 1년 정도면 기본기를 갖출 수 있는 스스로의 힘을 기를 수 있다. 이 역할을 공교육에서 해주면 좋겠다. 


대학까지 졸업해서 자기 소개 한 줄도 못쓰고, 면접관의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 지 몰라서 취업 학원을 찾아 속성 연기를 배우는 가슴 아픈 비극을 끝내어야 이 사회의 미래가 있을 것 같다.


교육의 기본으로 돌아가면 된다. 가르치고, 가르친 것을 소화시켜 그것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게 만들고, 자신의 의견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을 주고받을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어야 한다. 


시급한 문제다. 취업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이 사회의 골 깊은 갈등과 반목을 줄이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자신과 생각이 달라도 서로 마음을 열고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이것이 직무 역량의 기본이다. 기본기를 갖추지 못하면 아무리 많은 자격증과 전공 지식을 갖추어도 일을 잘할 수 없다. 일의 기본기를 갖추지 못하면 삶도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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