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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옹책방 Dec 17. 2022


집밖에서 떠들썩한 소리가 들리면 무슨 일인지 나가봐야 한다. 사고가 났는지 무슨 좋은 일이 생겼는지 관심없다면 건강하지 못한 삶을 살고 있다는 증거다. 바깥 세상과 관심을 끊고 집에만 머무는  바람직하지 않다. 불이라도 낫다면 큰일이기 때문이다. 함께 죽을  있다.


옥스팜에서 발간한 2022년 세계 불평등보고서에 따르면 펜데믹으로 인해 전 세계 99%의 소득은 줄었으나 세계 10대 부자의 부는 두 배로 불어났단다. 1980년에서 2020년 사이 국가 내부 상위 10%와 하위 50%의 소득격차는 평균 8.5배에서 15배로 늘어났단다.


불평등이 심해지는 것은 집밖에 불이 난 것과 비슷하다. 불이 꺼지면 다행이지만, 계속 타면 우리집도 타버리기 때문이다. 대중은 초원의 풀과 같다. 풀은 초원 생태계에서 소득과 같다. 초원에 풀이 사라지면 재앙이 일어난다. 1930년대에 미국 프레리 대초원을 뒤덮었던 황진현상(dust bowl)은 모래폭풍으로 인해 엄청난 농토가 불모지로 변한 사건이다. 원인의 시작은 수 세기 동안 초원의 주인이었던 아메리카 야생들소를 몰아낸 탓이다. 1억 마리를 육박하던 버팔로를 조직적으로 학살해 멸종 직전까지 몰았고, 버팔로의 먹이인 프레리 초원의 풀을 갈아엎어 무분별한 경작지로 만들었다. 오랜 세월 유지되던 생태 시스템이 파괴된 것이 더스트볼의 주원인이다.


내 욕심을 위해 버팔로를 죽이는 것, 초목과 풀을 없애고 경작지로 만드는 것, 빨판처럼 덜 가진 자들의 돈을 빨아들이는 것, 이웃집 아이가 죽든지 말든지 관심두지 않는 태도는 서로 닮았다. 집 밖에 불이 났는데도 상관않는 태도와 같다. 내가 건축업자라면 몇 몇 곳이 불이 나면 호재가 된다. 더 많은 집이 타면 그로 인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불길을 끄지 않으면 결국 내집까지 몽땅 타버릴 것이다.


불평등을 줄이고 약자에 관심을 가지고, 북극곰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그들을 위해서가 아니다. 나를 위해서다. 세상의 불길이 점점 거세지는 것 같다. 프레리 대초원을 경작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배불리 먹고 잘 살게라도 되면 불행중 다행일지 모른다. 결국 한 두명의 사람이 초원 전체를 경작하게 될 것 같아 걱정이다. 그 다음은 폭풍이다. 판로가 사라진 수확이나 모래폭풍은 자멸이란 점에서 똑같다.


풀은 이용가능한 지구 에너지의 토대다. 태양 에너지를 동물이 흡수할 수 있는 음식으로 만드는 시작점이기 때문이다. 자신을 풀이라 여기든, 버팔로라 여기든, 노동자라 여기든, 자본가라 여기든, 둘 사이의 어쩡한 종사자라 여기든 집 밖이 떠들석하면 사고가 나지는 않았는지 불이 나지는 않았는지 관심을 가지고 집밖으로 나가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멸할지도 모른다. 생각보다 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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