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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옹책방 Dec 22. 2022

자기소개







1대 1이냐, 다대다냐의 차이는 미팅과 소개팅의 차이다. 소개란 서로 모르는 A와 B를 연결하는 일이다. A와 B가 서로 모르거나 만날 방법이 없어야 소개가 가능하다. 둘이 서로 알고 당사자들끼리 만날 수 있으면 소개가 필요없다. 소개라는 개념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연결시킬 A와 B,그리고 둘을 연결시키는 주체인 C가 필요하다. 성공적인 소개를 하기 위해 C는 A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 하고 B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 한다. 당연한 사실이다.


누군가를 소개한다는 것은 “그 사람은 이런 사람이야”라는 말을 하는 것이다. 타인을 소개한다는 것은 누군가를 평가의 도마에 올린다는 뜻이기도 하다. 제대로된 소개를 하기 위해서는 소개를 하는 C가 먼저 소개할 사람을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소개할만한 사람인지 판단한다는 뜻이다. 소개할만한 사람인지도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소개하면 문제가 생길 확율이 높다.


소개의 주체인 C가 없는 소개가 있다. 자기소개다. 나를 잘 알고 있는 누군가가 나를 소개해주면 자기소개를 할 필요가 없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스스로 소개를 해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소개를 하며 삶을 살아간다. 자기소개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다양한 방식으로 세상에 말하는 과정이다. 다른 말로 삶의 과정이다. 성공과 실패, 사회적 인정과 평판은 자기소개의 과정에서 생기는 결과다.


자기소개를 잘 하려면 나를 객관적으로 소개하는 능력을 갖춘 C가 필요하다. 나만큼 혹은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C라는 사람을 알고 있으면 그에게 자기소개를 맡기면 되겠지만 그런 존재는 없다. 자기소개를 잘하려면 나이지만 내가 아닌, 나의 아바타같은 C라는 존재를 스스로 창조하고 그에게 자기소개를 맡겨야 한다. 또 하나의 나인 C는 나보다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어야 하며, 소개를 하는 대상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소개를 성립시키는 두 주체인 A와 B는 나와 세상이다. 나에 대해 알아가고, 대상(세상)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이 배움, 성장이다. 입사지원을 위한 자기소개의 문제든, 깨달음을 얻기 위한 깊은 경지에 들어가는 문제든 똑같다. 나를 관찰하며 다루고, 나를 어딘가에 소개할 주선자인 또 하나의 내가 필요하다. 내 감정과 생각에 매몰되지 않으며 나를 세상에 소개하는 역할을 훌륭히 수행할 내 안의 C를 키우는 일이 중요하다. 그게 공부의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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