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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옹책방 Dec 30. 2022

이질성


컬럼비아대학교 경영대학원의 캐서린 필립스 교수는 한 가지 연구를 진행했다. 작은 그룹을 구성한 뒤 살인사건의 수수께끼를 풀게 하는 것이다. 각 그룹은 알리바이, 증인의 진술, 용의자 명단 등 대량의 자료를 근거로 사건의 진상을 파악해야 했다. 필립스 교수는 팀의 구성이 정확한 추론에 영향을 주는지를 관찰하기 위해 세 가지 방식으로 무리를 만들었다.


첫 번째 방식은 개인이 혼자서 팀을 구성해 단독 조사를 하게 했고, 두 번째 방식은 비슷한 배경을 가지고 있는 취향도 일치하는 친구들끼리 팀을 구성해 조사하게 했다. 그리고 세 번째 방식은 몇 명의 친구들 사이에 생활환경과 배경이 다른 낯선 사람을 넣어 함께 조사하게 했다.


어떤 팀이 가장 성과가 높았을까? 답은 세 번째인 몇 명의 친구들과 낯선 사람들로 구성된 팀이었다. 해당 팀은 75%의 사건에서 진상을 규명하는데 성공했다. 반대로 친구들로만 구성된 팀의 추론 정확률은 54%였고, 단독 조사한 팀의 추론 정확률은 44%였다. 

- 복잡한 세상을 이기는 수학의 힘


문제란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이다. 인간은 문제를 피할 수 없다. 어른이란 문제를 스스로 정의하고 해결하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다. 나의 문제든, 타인의 문제든, 삶과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갖춘 사람은 잘 살 확률이 높다. 


스펙이 높다고 일을 잘하는 것이 아니듯, 지능이 높다고 좋은 삶을 사는 건 아니다. 지능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으로 이어질 때 좋은 삶을 이끌 수 있다. 지능은 이질적인 것을 품는 능력으로부터 발현된다. 


문제 해결의 세계에서는 내 마음에 들고 들지 않고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나의 취향, 감정, 생각, 신념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기도 하고, 방해가 되기도 한다. 내가 문제 해결에 방해가 되는지 도움이 되는지를 판단하려면 처한 문제와 자신을 객관화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하나의 관점, 하나의 생각만 가진다는 것은 오직 1+1=2라는 앎 하나만으로 온갖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무모함과 같다. 문제를 정의, 분석,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관점과 의견이 필요하다. 다양한 관점과 의견은 다양한 가치관에서 나온다.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을 존중하고 그들과 가까이 해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그들의 다름이 나의 문제,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창업이든 취업이든 일을 통해 자신의 문제 정의 능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한 분야에서 인정 받은 상태를 '성공했다'라고 말한다. 공부란 문제 해결능력이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한 과정인데, 공부의 과정에서 다양성은 줄어들고 획일성만 늘어나니 인재가 갈수록 부족하다. 


다양한 관점과 생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열정을 지닌 구성원들이 하나의 목표로 똘똘 뭉친 이상적 조직을 가지지 못했다면 그런 조직을 뇌 속에 구축해야 한다. 공부, 경험, 배움, 성장이라고 부르는 과정이다. 확증편향이 강화되는 것은 문제해결능력을 떨어뜨린다. 문제 해결 능력의 본질은 온갖 이질성을 품어내는 능력, 그 이질성 속에서 문제해결을 위한 유효한 알고리즘을 발견해서 독창적 시스템을 구축하는 능력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을 구축한 문제해결 모델을 끊임없이 수선하며 재구성해내는 능력이다. 이 과정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것도 이질성이다.


싫고 좋고의 강렬한 선호만 표현하는 6살 아이는 똑똑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싫으면 울고 좋으면 웃는 단계를 벗어나 잃어버린 장난감이 어디있는지 찾아내기 위해 싫어하는 동네 할머니에게 다가가 "혹시 제 장난감 보지 못했나요?"라고 물을 줄 아는 능력, 보기 싫은 할머니의 얼굴 뒤에 감춰진 의미 있는 정보를 귀담아 들을 줄 아는 능력, 자신이 아는 정보와 할머니가 말한 정보를 조합하고 재구성해 장난감을 행방을 논리적으로 유추할 수 있는 능력, 그런 능력을 갖추어야 비로소 똑똑하다 말한다. 이질성을 품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보였기 때문이다.


대통령이든 신입사원이든, 정치인이든 작은 식당 사장이든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은 비난하며 배척하고, 자신과 생각이 같은 사람만 찾는다면 문제해결능력도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도 없는 것이다.


삶과 일에 진짜로 필요한 문제해결능력은 멋진 문장이나 역사적 사실, 수학 공식을 외워 기계적으로 문제를 푸는 능력이 아니다. 시키는 일을 묵묵히 착착 해내는 능력도 아니다. 자신의 선호와 의견을 표현하는 능력도 아니다. 암기를 통한 문제해결, 지시된 업무 수행을 통한 문제해결, 의사표현을 통한 문제해결 과정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이질성을 품어내는 넉넉한 마음이 필요하다. 문제해결능력이란 이질성을 품고 다룰 줄 아는 능력이다. 


이질성의 다른 이름은 창의성이다. 이질성을 창의성으로 연결지을 지 혐오로 연결지을 지 매순간 고민하고 선택하는 것이 삶이다. 일의 문제를 풀어 줄 창의적 아이디어, 내 삶의 문제를 풀어줄 획기적 접근은 내게 익숙한 것이 아니라, 내가 거리를 두었던 것으로부터 나온다. 언제나 그러했다고 역사가 말해주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라고 미래가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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