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출근길에 음악 선율이 하나 떠올랐다. 오래 전에 듣고 좋아했던 음악인데 갑자기 너무나 듣고 싶었다. 하지만 무슨 음악인지 도통 알 수 없었다. 뭔가 잡힐 듯 말듯 어렴풋이 떠오르는 선율로 제목을 떠올리려 애썼지만 실패했다. 중증 치매 걸린 노인이 가족을 보고 누군지 알아보지 못한 것처럼 애절하고 답답했다.
지명이 노래의 제목 같았다. 사라예보, 몰도바, 코카서스, 몰타바.... 잡힐 듯 말듯한 온갖 이름이 떠올랐지만 아니었다. 단어는 떠오르지 않고 느낌만 떠올랐다. 점심을 먹으려 가려는데, 문득 '코르시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맞다는 확신이 들었다. 검색해 들어보니, 역시나 맞다.
가보고 싶은 곳이 없는 상태가 오래 지속되었는데, 음악을 듣다 보니 코르시카에 가보고 싶다. 형언할 수 없는 근원의 정서와 생각이 샘솟는다. 한 때 무척 좋아했던 세르게이 투르파노프의 바이올린 반주라는 것도 방금 알았다. 취향은 연결되나 보다. 새해 결심은 잠을 충분히 자는 것이다. 수면과 기억력과의 관계 때문이다. 벌써부터 효과가 있는 듯하다. 뭔가가 떠오르고, 기억하려고 하면 기억이 난다. 조금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몇년 동안 잠을 줄였다. 새벽 2시~5시 사이에 일어나 읽고 쓰고 메모했다. 그때는 좋았는데, 지나면 계속 잊어버리는 것 같았다. 입력은 열심히 하는데 출력이 되지 않았다. 시냅스를 연결시켜야했다. 시냅스를 연결시키는 화학물질의 활성화와 수면은 비례관계에 있다는 자료를 여기저기서 접했다. 몇 달 전부터 잠을 충분히 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삶을 고무줄 다루듯 해야겠다. 항상 팽팽하면 탄력성이 줄어든다. 느슨한 상태를 디폴트값으로 삼아야겠다.
코르시카의 선율에서 당분간 헤어나지 못할 것 같다. 자꾸 듣다 보면 그곳에서 살았던 기분이 들 것 같다. 코르시카 덕분에 당분간 행복할 것 같다.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