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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붓

by 피라



발리 우붓에 머물 때 그린필드라는 중저가 호텔에 매일 놀러 갔다. 발리 친구들이 그곳에서 교대로 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 2교대로 근무를 했기 때문에 하루에 최소 3번은 들렀다. 두 달 동안 인근에서 동네를 어슬렁거리는 것이 일이라 어떤 날에는 하루 5번 넘게 들러 친구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노닥거리는 것이 하루 중 가장 중요한 일과였다. 그린필드 호텔에는 프런트가 두 곳 있는데, 친구들이 일하는 곳은 후문쪽의 작은 프론트라 정문보다 일의 여유가 있었다. 특히 체크인이 다 끝난 저녁시간대에는 여유가 많아, 밥을 사와서 함께 먹고 근무가 끝나는 시간까지 몇 시간 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인도네시아는 전역의 종교는 이슬람이지만, 발리는 힌두교다. 발리 사람들은 두 가지 언어를 쓴다. 자신들의 말인 발리어와 인도네시아어다. 자카르타가 있는 자바섬 사람들이 발리에 많이 들어와 비즈니스도 하고 임금 근로자 일도 한다. 나같은 외국인은 발리인과 자바인을 구분 못하지만 그들은 척 보면 자바인인지 발리인인지 안다. 발리인들은 자바인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예를 들면 발리 사람들은 남의 물건을 탐내거나 훔치지 않는데, 자바인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한 이유였다. 발리인은 물욕이 많은 사람들을 하급으로 여긴다. 친구 말이 발리에서 도난사건이 발생하면 그건 자바인 짓이라 했다.



발리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특정 단어를 인도네시아어와 발리어로 뭐라고 말하는지 자주 물어봤다. 듣고는 고개만 끄덕였는데, 모두 메모를 해 놓을 걸 하는 후회가 생긴다. 다음에 우붓에 가면 발리어를 꼼꼼히 기록해야겠다. 인도네시아어는 종류는 몇 백가지가 있다고 하는데, 자바어가 표준어고 발리어는 두 번째로 많이 쓰는 언어라 들었다.



굿모닝의 뜻인 인도네시아어 “살라맛 빠기”에 익숙해진 탓에 발리어 아침 인사인 “”라하젱 스멍”이라는 말은 입밖으로 잘 나오지 않았다. 가장 많이 써먹었던 발리 말은 “쁘찍쁘찍”인데, 잘 지낸다는 뜻이다. 재미있고 귀여운 단어라 항상 입에 달고 살았다. 인도네시아에는 두자로 반복된 예쁜 말들이 많다. “잘란잘란(산책하다)”, “플란플란(천천히)”, “하띠하띠(조심조심)”같은 말이다. 발리 친구들에게 헤어지며 "플란플란 잘란잘란"이라 말하면, "하띠하띠 쁘찍쁘찍"라 대답하며 서로 즐거워했다.



발리 호텔 대부분은 자바섬 사람들이나 외국 자본이 만들었는데, 그린필드는 발리 사람이 만든 몇 안 되는 호텔이라 자부심이 컸다. 오래 동안 지켜보니 외지의 자본이 만든 호텔과 다른 점이 많았다. 오너와 직원들의 관계는 수평적이고 가족, 친구와 비슷한 것 같았다. 그린필드에서 일하는 친구들도 그곳에서 일하는 자부심이 있었다. 청소만 하는 말단 직원이든 관리자든, 오너든 모두 가족처럼 친구처럼 지낸다고 했는데, 오래 동안 관찰해 보니 실제로도 그런 것 같았다. 처음에 허드렛일을 하던 사람들도 얼마든지 관리직 같은 다른 일을 할 수는 기회가 열려 있다고 했다. 급여도 외자 호텔보다 더 많이 받는다고 했다. 발리의 힌두교는 인도의 힌두교와 다른 것 같았다. 삶의 어떤 부분에서도 직급, 직업, 신분에 따른 차별 같은 것을 찾아볼 수 없었다. 도합 4달을 그곳에서 보냈지만, 우붓에 또 가고 싶은 이유 중의 하나다. 치망마이처럼 초여름 날씨만 된다면 우붓에 아예 눌러앉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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