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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옹책방 Jan 16. 2023

ChatGPT




ChatGPT가 화제다. 나오자마자 닷새 만에 사용자 100만을 돌파했단다. 어떤 사람들은 경악, 놀라움, 위기감을 느끼고 어떤 사람들은 결과물을 꼼꼼히 살펴보며 문제점을 발견한다. 각 주제의 석학, 전문가들의 반응은 대체로 비슷하다. 잘 아는 것처럼 보이게 짜깁기를 해서  제대로 모르는 사람이 보면 굉장히 그럴듯하게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문제들이 보인단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는 Github에 Copilot라는 AI자동 코딩 자동완성 서비스를 베타로 출시했단다.  코딩의 속도와 완성도가 놀라워 개발자들이 벌벌 떨고 있다는 소문이다. 진짜 개발자들은 목숨을 부지하고 그렇지 않은 어중이떠중이들은 방을 빼야 할 것 같다. 월 5.8달러의 유료화를 계획하고 있단다. 짬뽕 한 그릇 값만 투자하면 한 달 내내 24시간 일하는 믿음직한 개발자 한 명을 둘 수 있다. 


난다 긴다 하는 개발자들이 보면 Copilot의 코딩에서 실수를 발견할 거다.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AI가 만든 코딩의 실수를 잡아내며 AI가 만든 코딩 블록을 창의적으로 조합하는 일이 인간 개발자의 일이 될 듯 하다. ChatGPT가 만든 텍스트를 해석하며 문제를 발견하며 자신만의 독창적 전문성을 구축할 수 없는 사람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빠르게 도태될 것 같다.


월 2만원만 투자하면 만물 박사처럼 묻는 말에 다 대답해주는 실무자, 제법 실력 있는 개발자까지 채용할 수 있는 세상이 열리겠다. 문제는 입력이 같다면 출력물도 누구에게나 똑같다는 것이지만, 뭘 물어봐도 자신만의 생각이 없어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사람, 편향에 치우쳐 자신의 고집만 부리는 구성원보다는 나을 것 같다. 인간은 두 종류로 나뉠지 모른다. 인공지능이 만든 결과물과 경쟁하는 일을 가진 인간과 그것을 활용하는 일을 가진 인간. 어떤 영역이든 주체적으로 기획하고 편집하는 능력을 갖추지 못하면 인간에게 일의 기회가 없는 세상이 쓰나미처럼 밀려올지도 모르겠다.


"도를 아십니까?"라고 물으며 길에서 다가오는 사람, 인터넷, 카톡을 떠다니는 정보, AI가 만든 결과물은 모두 정보다. 나의 생각, 나의 신념, 타인의 생각, 타인의 신념도 정보다. 시각과 청각의 형태로 입력되는 개념의 덩어리들, 오감으로 뇌를 건드리는 자극과 의미들. 이 모든 정보를 비판적으로 받아들이며 제대로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해변의 모래성 같은 삶이 될 지 모르겠다. 


한 줄의 텍스트, 한 문단의 글, 한 장의 텍스트를 읽든 한 블럭의 코딩을 보든 인간의 길을 생각하며 비판적 해석을 하지 않는 사람은 미래가 없을 지 모르겠다. 왜 사는지, 우리는 어떤 세상에서 살아야 하는지 진지하게 묻지 않고 인공지능이 만든 텍스트나 코딩처럼 남에게 보여줄 한 줄의 스펙을 더 쌓기 위해 번지르르한 자격과 조금 더 나은 기능을 갖추기에 급급한 사람들에게는 일할 기회가 없는 세상이 곧 올지 모르겠다.


인간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 가르치고 배우지 않으면 사람의 일자리는 공룡의 운명이 될 지 모르겠다. 5년, 10년 안에 완전히 변할 지 모르겠다. 게임과 패스트푸드가 현실 속 유일한 존재 가치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래서 궁금하다. ChatGPT와 copilot를 바라보며 학교와 교육은  무엇을 생각하며 어디로 가고 있는지. AI와 인간이 일이라는 접점에서 어떻게 관계 맺고 살아야 하는지 진지하고 진실한 고민은 하고나 있는지 궁금하다.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여전히 뚝심 있게 정보 입력 중심의 성적과 스펙 중심의 대학만 중시하는 지난 시대의 교육을 아직도 꿈꾸고 있는지 궁금하다. 


뉴욕시 교육청은 학생의 ChatGPT 사용 금지 결정을 내렸다 한다.  보여주기 위한 당장의 그럴싸한 결과물보다 시간이 걸리고 초라하더라도 스스로 찾고 고민하며 상호 작용하는 지난한 과정이 교육의 본질이라는 믿음 때문이리라. 찬반을 떠나 한국의 학교와 교육은 인간의 길을 진지하게 고민하는지, 교육을 책임지는 사람들이 인간의 마음 한 조각은 지니고 있는지 궁금하다. 한 조각 휴머니즘이 있다면 희망은 있다. 교육이란 아이들의 마음 속에 한 조각 햇볕이라도 심어주는 일이니까. 그 햇볕으로 타인의 마음에 공감하며 자기만의 꾸준한 광합성을 한다면 인공지능이 움직이는 세상 속에서도 인간의 삶과 일자리를 지킬 수 있으리라. 격변하는 세상의 이질성을 너와 나를 살리는 영양분으로 여기는 이의 삶은 꽃필 지 모르겠다. 이기심과 이타심을 한 뿌리로 여기는 휴머니즘을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절실히 요구하는 시대가 올 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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