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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옹책방 Jan 10. 2023

감정을 대하는 태도



감정은 적도 아니고, 사치품도 아니다. 지혜의 원천이다.

 - How Emotions are Made




단정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너무도 쉽게, 너무도 빨리 단정한다. 마케팅으로 떠다니는 정보를 자신을 위한 정보로 착각해 지갑을 열고, 마케팅이라 단정해서 귀한 정보에 눈과 귀를 막는다. 보이스피싱 문자를 너무도 쉽게 믿고, 삶에 힘을 주는 중요한 글을 너무나 쉽게 지나친다. 자신의 감정, 생각, 삶을 너무나 표피적으로 이해하며 쉽게 단정한다. 타인의 삶을 타임라인의 싸구려 광고처럼 여기는 사람은 자신의 삶 역시 똑같은 태도로 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산다. 너무나 쉽게 단정하기 때문이다. 우주가 창조될 때부터 북한은 적이라 단정하는 무리는 노동자와 장애인들도 그들의 적이라 단정한다. 약하고 번거로운 존재, 자신과 다른 존재들을 사라지게 만들고, 자신과 같은 것들로 세상을 구성해야 장미빛 미래가 펼쳐진다 믿는다. 이질성을 없애야 이상적 사회가 도래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는 사람은 많지 않다. 캄보디아의 폴 폴트같은 짓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이질성에 대한 적대감은 공멸로 가는 급행 열차다.




미워하고 비난하고 공격하고 무시하는 마음은 감정에서 비롯된다. 감정을 생각으로 바로잡으려니 쉽지 않다. 감정에서 일어난 일은 감정으로 바로잡아야 한다. 감정은 벽난로와 같다. 훨훨 타게 놔두면 집이 화재로 깡그리 사라질 수 있다. 불씨가 꺼진채로 집을 방치하면 추운 겨울에 살 수 없는 곳이 된다. 감정은 언제나 자신을 향하고 이기적이라고 여기는 것은 감정을 너무나 쉽고 빠르게 단정하기 때문이다. 불멍을 때리듯 타오르는 감정의 불꽃을 가만히 지켜보며 그 불꽃이 어디서 어떻게 유래되었는지 이해하려는 마음이 필요하다. 감정을 지혜의 원천으로 여기는 건 최초의 발화지점을 아는 일이다. 나와 타인의 발화지점이 같은 장소라는 걸 알게 됨으로서 인류애의 불꽃이 피어난다. 감정은 타인을 이해하는 가장 오래된 매뉴얼이다. 이질적 존재를 적으로 여기지 않듯, 감정을 이성의 적으로 여기지 말아야 한다. 정치인의 자격이란 싫어하는 사람에게 손을 내밀고 함께 걸어가자고 말할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이다. 감정 때문에 우리는 타인에게 등을 돌리지만, 감정 덕분에 타인과 공명할 수 있다. 편협한 감정을 그럴듯한 이성적 언어로 포장하길 멈추고 감정의 불씨를 잘 다루어 이웃들에게 온기를 나누어 줄 일이다. 감정을 지혜의 원천으로 여겨야 삶이 지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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