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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옹책방 Feb 20. 2023

비정규직


정규직도 없고 비정규직도 없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 그래서,

비정규직이 정규직을 부러워하거나, 정규직이 되기 위해 노력하지 않은 사회.

정규직이 비정규직을 업신여기거나, 비정규직 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회.


정규직도 없고 비정규직도 없이,

단지 ’일하는 사람’만 있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

정규직이냐 비정규직이냐에 따라 급여와 처우가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일하느냐’에 따라 대접받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


공무원도, 대기업 정규직도, 대통령도 일을 못하면 일할 기회를 주지 않는 사회,

고졸도, 장애인도, 여성도, 청소년도, 노인도 능력이 있으면 어떤 일도 할 수 있는 사회.

일에 대한 공정한 평가로 오직 일로만 평가받는 사회.

일을 잘할 것 같은 번지르르한 스펙 기준의 능력이 아니라,

일을 잘하는 실질적 능력 기준의 잣대로 평가받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


젊은 시절 한 때, 

좋은 대학을 나왔다는 이유로, 

단 한 번 시험을 잘 보았다는 이유로,

첫 직장이 좋았다는 이유로,

부모의 재산과 권력 때문에,

자동적으로 나머지 인생 전체가 장미빛으로 보장되는 건 카스트보다도 나쁘다.

카스트는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걸 알긴 하지만,

왜곡된 능력주의에서 비롯된 공정함에 대한 착각은 그것을 선이라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비정규직도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일하느냐 따라 더 나은 일의 기회가 주어지는 사회.

정규직도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일하느냐 따라 일할 기회가 박탈되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

정치인도, 공무원도, 기업의 구성원도, 자영업자도, 프리랜서도,

공부 못하면, 좋은 대학 못가면 인간다운 일을 가지지 못할거란

두려움에 우울증이 걸린 고등학생도,

할 일이 없어 산으로만 가는 60대 옆집 이웃도,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며 일을 줄이기를 원하는 대통령도,

오직 일을 대하는 태도와 능력에  따라 쉽게 일의 기회가 생기기도 박탈되기도 하면 좋겠다.


얼마나 의미 있는 가치를 많이 만들어내는가에 따라 자신과 타인을 냉정히 평가하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활동이 더 많은 존재, 더 가치있는 것들에게 얼마나 도움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따라 모두의 일을 평가하면 좋겠다. 그런 평가 기준이 사회적 상식, 각자의 신념이 되면 좋겠다. 일이 무엇인지, 왜 일해야 하는지,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우리의 미래를 다시 그려나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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