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야옹책방 Feb 06. 2023

직업


진로란 직업에 관한 문제다. 직업의 내용은 일이다. 일을 통해 돈을 지속해서 버는 인간의 행동을 직업이라 말한다. 취업이든 창업이든 모두 일을 한다. 일은 두 가지로 나뉜다.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이다.


<해야 할 일>이 곧 <하고 싶은 일>이면, 일이 즐겁다. 해야 할 일은 두 가지가 있다. 타인이 시키는 일, 스스로 시키는 일이다. 타인이 시키는 일이 하고 싶은 일일 수 있지만, 스스로 시키는 일이 하고 싶은 일일 가능성이 더 높다. 하고 싶은 일이면 누군가 시키기 전에 먼저 하기 마련이다.


일을 하기 전에 먼저 이렇게 하겠다고 말하는 걸 기획이라 한다. 하고 싶은 일을 할 때는 기획도, 추진도, 결과에 대한 피드백도 잘 된다.   피드백이 좋으면 실패하더라도 결국 일의 성과가 나온다.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할 때는 기획, 추진, 피드백 세 가지 모두 스트레스가 된다. 억지로 하는 일은 성과가 있더라도 오래가지 못한다.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생각은 바뀐다. 하고 싶었던 일이 하기 싫은 일이 되기도 하고, 하기 싫은 일이 하고 싶은 일이 되기도 한다. 마음이 바뀌는 이유는 일에 대한 정보와 경험의 부족 때문만은 아니다. 일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기 때문이다. 일에 대한 깊은 이해는 삶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비롯된다. 삶에 대한 깊은 이해란 다양한 사람들의 삶에 대한 이해다. 다른 말로 인문학이다.


평생에 걸쳐 자신만의 진로를 찾아간다는 건, 직업을 바꾸고, 일을 바꾸는 외형적 변화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직업 행위로서의 여러 일, 삶의 여러 경험을 한다고만 해서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수 있는 건 아니다.


평생 삶을 바칠 정도의 <하고 싶은 일>을 찾는다는 건 여러 개 중의 하나를 선택하는 개념보다 오래 시간 대리석 덩어리를 깎아내어 멋진 조각으로 만드는 개념에 가깝다. 일과 삶의 경험을 통해 지식, 기술, 통찰이 임계점을 넘으면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이 같아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겨울 내내 사용할 수많은 땔감 나무 중 하나를 집어 방망이를 깎는다고 생각해 보자. 처음 집어든 나무로 원하는 방망이를 바로 깎아낼 수도 있고, 수십 번 수백 번 새로운 나무를 집어 들어 방망이 깎는 시행착오를 해야 비로소 원하는 방망이를 깎아낼 수도 있다.  처음부터 원하는 모양이 있어서 생각대로 깎아낼 수도 있고, 깎다 보니 방망이가 마음에 들 수도 있다. 


방망이를 깎기 전에 반드시 원하는 방망이의 모습을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방망이를 깎는 행위다. 하나를 깎든 100개를 깎든 깎는 행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일에 대한 오랜 생각과 태도로 깎여진 깊은 통찰은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을 연결하는 다리가 된다.


여러 직업을 가지고, 여러 일을 하는 것은 일에 대한 다양하고 깊은 이해에 도움이 된다. 하나의 일을 통해서도 지혜를 얻는 사람이 있고, 백 개의 일을 통해서도 제자리 걸음인 사람이 있다. 누가,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하더라도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이 조응하는 자신만의 일을 만들어내는 힘을 키워야 한다.  


힘은 에너지고, 에너지는 차이에 의해 생성된다. 나와 너, 좋음과 싫음, 의미 있음과 의미 없음, 같음과 다름을 함께 아울러야 에너지가 생긴다. <하고 싶은 것>과 <하기 싫음>을 구분해서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것과 하기 싫음 속으로 깊이 들어가 해체하고 재구성해내는 재미를 느껴야 한다. 가난한 사람과 부자가 오랜 친구처럼 마주 보고 진실하게 얘기하듯, 내 마음 속 좋음과 싫음도 서로 대화하게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살아가고 일하는 내면의 힘이 생긴다. 그것이 직무 역량의 본질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의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