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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옹책방 Feb 03. 2023

의미


의미를 생각하지 않는 인간은 없을 거다. 의미를 어디에 두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러니 "넌 왜 그렇게 의미 없이 사니?"라는 말이나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자신만의 의미를 찾아 그것을 실현하려고 사는 사람도 있고, 아직 찾지 못한 사람도 있다. 한 동안 의미 같은 것은 생각할 겨를도 없고, 생각하고 싶지 않을 때도 있다. 


의미는 대체로 타인과 연결된다. 내가 내놓은 물건에 감탄하는 타인이 많으면 사업할 의미가 생긴다. 내가 하는 말을 상대가 귀담아 들으면 내 말의 의미가 생긴다.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상대가 귀담아 듣지 않으면 생성된 말의 의미도 없고, 그 말을 한 내 존재의 의미도 흐려진다. 의미를 만들려고 말을 하고 행동을 하고 일을 한 것인데, 뜻대로 되지 않으면 의미를 쫓다가 의미를 잃게 된다. 


의미는 타인이 부여하는 것인가? 스스로 부여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은 의미 없다. 타인이 부여하는 것도, 스스로 부여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의미가 생기는 때는 나와 타인의 상호작용이 일어날 때다.  타인은 한 명, 여러 명, 불특정 다수일 수도 있다. 그냥 세상이라 말할 수도 있다. 삶이란 타인 혹은 세상과의 연결이다. 


'의미'는 말이나 글의 뜻, 행위나 현상이 지닌 뜻이다. 일이나 삶이 의미가 있다는 것은 그 속에 어떤 뜻이 담겼는가의 문제다. '뜻'은 무엇을 하겠다고 속으로 먹은 마음이다. '뜻'에는 아직 실현되지 않은 미래가 담겨 있다. 뜻이란 곧 기획이다. 좋은 뜻을 가졌지만 그것을 아직 실현하지 못했다는 건 기획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의미는 기획의 문제다.


좋은 기획이란 나의 의미와 타인의 의미가 잘 만날 수 있는 계획이다. 나의 의미만 강조하거나, 타인의 의미만 생각하는 기획은 실현도 지속 가능성도 줄어든다. 좋은 기획이란 나의 의미와 상대의 의미가 만나 지속적 상호작용을 하며 점점 확대되는 모델이다. 일과 삶의 원리는 비슷하다.


일과 삶이 잘 풀리지 않으면 의미를 돌아볼 일이다. 돈만 쫓다가 의미 같은 건 생각하지 않았는지, 나의 의미만 강조하진 않았는지, 타인의 의미만 쫓진 않았는지 돌아볼 일이다. 


삶의 의미란 주고받음이다. 내가 생각하는 의미와 상대가 생각하는 의미를 두고 무엇이 옳은지 다투는 과정이 아니라, 서로의 다른 의미를 이해하며 의미를 주고받는 과정이다. 오직 그 과정만이 의미가 있다. 생명의 본질은 주고받음이다. 비즈니스도 삶도 호흡도 똑같다. 들여 마시는 것만, 내뱉는 것만 중요하게 여기면 몸도 정신도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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