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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옹책방 Mar 22. 2023

 ChatGPT와 교육


어쩌다 글씨를 써야 할 때, 자주 했던 말이 있다.

“타이핑만 하고 손글씨를 써 본지 오래 되고 글씨가 엉망이네요…”


1994년에는 너도나도 퍼스널 컴퓨터를 사야 했다. 세상이 바뀌었다 했다. 

컴퓨터를 자유자재로 다룰 줄 모르면 삶의 기회가 없을 거라 했다.

4메가 메모리의 최신형 컴퓨터를 184만원을 주고 장만했고, 타자연습을 했다.

평생 손글씨의 세계에 살다가, 타이핑의 세계로 들어섰다. 


대학 전산실에 넷스케이프로 인터넷에 접속했다. 그때의 인터넷은 ‘참을 인’이었다.

그 당시 초고속망에 깔렸음에도 사이트에 접속하는데 1분 이상, 새 페이지가 열리는데도 한 참 걸렸다. 인내심을 배우는 것이 그때의 인터넷이었다.


이전 세상은 종이에 정보를 담았고, 그 이후의 세상은 모니터에 정보가 담겼다.

이전 세상은 종이에 펜으로 글을 썼고, 이후 세상은 키보드로 글을 썼다.


그때도 기술변화에 대한 여러 상반된 태도가 있었다.

워드프로세서를 이용해 리포트를 적지 않으면 인정하지 않는 교수들도 있었고,

꼭 손글씨로 리포트를 제출하라고 하는 교수들도 있었다.

이유를 들어보면 나름의 일리가 있었다.

졸업할 때쯤 손글씨로 리포트를 요구하는 교수는 멸종했다.


회사 다닐 때는 오로지 키보드로만 일했고, 회의 때나 손글씨로 날려쓰는 메모를 했다.

퇴직 후에는 일상 메모도 디지털기기를 이용하기 시작했고, 손글씨는 점점 줄어들었다.


세계 여러 나라 교육계에서 ChatGPT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들었다. 

교육에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과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립되는 것 같다.


수학시험 때 계산기 사용을 허용할 것인지, 금지할 것인지와 논쟁했던 것과 비교하기도 한다. 계산기는 정확한 결과값을 말해주지만, ChatGPT는 그렇지 않다. ChatGPT의 목적은 팩트를 말함이 아니라, 그럴듯하게 말함에 있다. ChatGPT는 허언증이 있는 제법 똑똑한 친구같다. 말하기를 좋아해서 뭐든 물어보면 그럴듯하게 대답하는 만물박사같은 친구다. 내가 잘 모르는 분야는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고, 내가 잘 아는 분야의 말을 들어보면 제대로 모르고 아는 척만 하는 게 보인다. 그래서 그 친구가 하는 말을 언제나 걸러서 들어야 한다. 절반의 의심과 절반의 믿음이 필요하다. 


ChatGPT를 수업에 도입할까 말까보다는 어떤 도구로 바라볼 것인가가 중요하다.


뭐든 아는 척하는 허언증 심한 친구와 의견을 나누며 공부를 한다고 생각하면 배우고 성장하는데 도움이 될 거다. 하지만 그 허언증 친구를 사이비 종교의 교주처럼 여기고 내뱉는 말을 믿으면 문제가 생긴다.


빠르고 그럴듯하다는 이유로 인간이 해야할 사유를 인공지능에 내맡기면 인간의 미래는 엉망이 될 지 모르겠다. 타이핑에 익숙한 손글씨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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