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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옹책방 Mar 10. 2023

자기 소개


요즘 글쓰기 강의들은 흔히들 언어 안에 흉내 낼 수 없는 존재, 이른바 '목소리'의 개발을 강조한다. 내가 보기엔 이런 말은 아무 의미가 없다. 작가의 스타일이랄지 이른바 목소리라고 하는 것은 의식적으로 찾거나 만들어질 수 없다. 목소리는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결과로 주어질 뿐이다. 


독특한 글쓰기 스타일은 창의적 개성이 인간 조건의 깊고 넓은 지식을 수용할 때 비로소 결실을 맺는다. 재능과 콘텐츠가 만나 격렬한 결합을 이뤄낼 때 거기서 고유한 표현 방식이 태어나는 것이다. 목소리는 뛰어난 재능이 땀을 쏟아 얻어지는 자연스럽고 본능적인 결과다.

-로버트 맥키


문학적 글쓰기뿐만 아니다. 일기와 같은 개인적 글쓰기, 입사 지원을 위한 자소서도 마찬가지다. 그럴듯한 결과물만 빨리 만들려고 하는 태도는 모두를 망친다. 부풀리고 포장된 가식적 자기 소개를 하는 지원자 자신, 의심하고 검증하느라 과도한 자원을 허비하는 기업, 더 나은 삶을 위한 공부와 활동들의 의미가 연기처럼 흩어지는 삶의 막막함. 이 모든 것이 아까운 자원 낭비일뿐 아니라 사회 진보를 막는 바위돌이다.


거짓에 투자하지 말고, 진실에 투자하자. 인간 사회에서 신뢰란 숨쉬는 존재에게 공기, 먹는 존재에게 음식과 같다. 신뢰 없는 사회는 붕괴한다. 언제나 그랬다. 붕괴되어야 마땅할 신뢰 없는 사회가 온갖 연명장치로 억지로 지속된다면 그건 지옥에 가깝다. 긴 세월이 속속들이 각인된 흔적이 큰 나무를 만들듯, 그런 사람을 만드는 교육을 하자. 20년 넘게 삶을 바쳐 받은 교육의 결과가 자기 소개 한 마디 제대로 못하는 인간이라면 그건 가장 비극적인 이야기다. 인간을 영문도 모르게 무언가를 위한 땔감으로 만드는 교육은 이제 그만 하자. ChatGPT가 비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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