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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타인터뷰 Jun 24. 2023

교장




‘무두일’이라는 말을 어제 처음 들었다. 없을 무에, 대가리 두자다. 대가리가 없는 날이란 뜻이다. 한 때 학교에서 쓰였던 말이란다. 교장, 교감이 출장 가고 없는 날이 무두일이란다. 무두일은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는 날이란다. 관리자가 있으면 마음이 불편하기 때문이란다. 


2주전 고등학교 교사 친구가 말했다. 교장이 정말 말도 안 되는 결정을 했는데, 다들 침묵했단다. 그때뿐 아니란다. 교장이 자주 그러는데, 항상 침묵한단다.  80%이상이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말하지 않는단다. 맨날 자기만 문제를 제기한단다. 


친구는 훌륭한 교사다. 요즘 아이들은 어쩔 수 없다는 말을 가장 싫어한다. 수업 시간에 아이들이 집중하지 않는 것, 엎드려 자는 것은 전적으로 교사의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생각으로 끝나지 않는다. 자신의 수업 시간 동안 아이들이 재미있게 집중하도록 온갖 연구를 하고 실험한다. 그런 수업을 여러 개 만들었다. 자신 수업 시간에는 50분 동안 모든 학생들이 즐겁게 몰입한단다. 단 한 명의 탈락자도 없단다. 정말 대단하다고 말하니, 당연한 것 아니냐고 한다. 그 정도는 해야 교사로서 쪽팔리지 않은 것 아니냐고 한다.


그 친구는 필요하면 교장에게 자신의 생각을 말한다. 둘이서 이야기하기도 하고, 교무 회의에서 공개적으로 말하기도 한다. 관리자가 잘못된 의사결정을 하면 절대 침묵하지 않는다. 그래서 교장과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다. 친구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교장이 옳을 때도 있고, 교사가 옳을 때도 있을 것이다. 그 교장은 토론과 협의 과정 없이 일방적 결정과 통보를 하는 관리자다. 


교육의 본질에 충실하며 학생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치열하게 생각하는 친구다. 그런 신념에 위배되는 방식으로 학교를 운영하면 친구는 참지 못한다. 친구는 학교에서 셀프 왕따다. 과학실에서 밥도 혼자 먹고, 꼭 필요한 경우 아니면 동료 샘들과도 말을 섞지 않는다. 오직 학생들의 삶에 도움을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친구라서 하는 말이 아니다. 너는 정말 훌륭한 선생이다!”라고 말하면 대수롭지 않게 대답한다. “쪽팔리게 살면 안 되잖아. 선생이면 선생의 일을 해야지.” 


친구와 헤어지고 집으로 오는 길,

이런 친구가 교장이 되면 어떤 학교가 될까 생각을 해보았다. 

교사는 이래야 한다. 수업은 이렇게 해야 한다.

학교는 이래야 한다. 이런 말 하면,

대부분의 교사들이 다 싫어하겠지.

그래서 그 친구가 교장이 될 일은 없지 싶다.


그래서 훌륭한 교사들은 대체로 학교에서 고립되나 보다.


요리에 큰 열정을 보이는 학생이 있었단다. 빚을 내어 그 제자를 위해 식당을 개업해 준 친구다.

여러모로 평범하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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