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메타인터뷰 Aug 01. 2023

옵시디언


삶은 처마밑 낙수물에 골이 파인 흔적 같다. 물방울이 흙에 떨어지면 금방 물자국이 남을 거고, 돌에 떨어지면 물의 흔적을 남길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거다. 뭔가를 결심하지도 않았는데, 지나고 보니 깊은 골이 파인 걸 발견할 때가 있다. 


지나고 보니 메모를 많이 했다. 본격적인 것은 20년 전부터다. 종이 노트에도 하고, 전자기기에도 했다. 보이스레코더도 많이 사용했다. 구입한 보이스레코더만 해도 5종이 넘는다. 스마트폰을 쓰면서 보이스레코더는 구시대이 유물이 되었다. 휴대폰에 문자로 입력하고, 음성녹음도 했다. 휴대폰에 잔뜩 보관해 둔 메모는 허망하게 날아갔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메모를 날리는 일은 좀 줄어들었다. 클라우드에 보관이 되기 때문이다. 


메모앱을 여러개 사용하다가, 에버노트로 정착한 지 2년이 지났다. 2천 개 넘는 조각 글과 자료가 쌓였다. 한 곳에만 메모가 있으면 좋을텐데, 온오프 여기저기 너무 많다. 어플만 10개는 된다. 그때그때 떠오르는 생각을 적고, 유용한 정보를 보관하다 보니, 메모의 활용이 아니라, 메모하는 행위가 목적이 된 것 같다. 어느 때부터인가 나의 메모 습관에 문제가 있다는 걸 깨달지만, 대안이 보이지 않았다.


언젠가 필요해서 물건을 사고, 보관해 두었는데, 무엇을 샀는지도 모르고, 어디에 두었는지도 모르는 상태다. 물건이 잔뜩 있다는 사실만 알 뿐 쓰지는 않는 상태다. 스트레스는 덤이다.


최근, 옵시디언이라는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다. 뇌의 시냅스가 작동하듯 연결성을 기반으로 한 프로그램이다. 사용 방법이 좀 어려운 것이 단점이라 들었는데, 나름 쓸만하다. 마크다운 기반이라 다른 메모앱의 내용을 그대로 가져올 수도 있다. 틈날 때마다 들여다보는데, 재미가 있다. 무엇보다 오랜 숙원인 이미 했던 메모를 활용하며 제대로된 글로 정리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듯 하다. 백링크를 활용하면 창의적 글쓰기에 좋은 도구가 될 듯 하다. 


옛날 모 출판사 대표가 말했다. 이제는 기획이 아닌 글을 쓸 때라고.


이제는 더 이상의 메모가 필요하지 않다. 메모를 활용해 글을 쓸 때다. 메모를 전부 정리해 읽힐만한 글로 바꾸려면 3년은 걸릴 것 같다. 중요한 것부터 할 지, 급한 것부터 할 지 고민이다. 동시에 해야겠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는 시간에 뭐라도 일단 결과물을 만드는 것이 좋겠다. 삶은 완벽한 결과물 하나가 아니라, 엉성하고 부끄러운 결과물들이 만드는 퍼즐 같은 거니까.


























작가의 이전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