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로울 수도 있는 토요일 아침이다.
문득 떠오른 한 생각 때문에 한가로움과 멀어졌다.
사실과 너무나 다른 완전 말도 안되는 생각이 꼬리를 문다.
어느날 유튜버가 되고 싶었다.
주제는 배드민턴이다.
나는 배드민턴을 좋아한다.
자나깨나 배드민턴만 생각난다.
그래서 유튜브가 되기로 결심했다.
세계 최고의 배트민턴 유튜브가 되고 싶었다.
열심히 자료를 모으고 영상을 만들었다.
어떤 콘텐츠를 어떻게 만들어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질까 고민했다.
최고의 배드민턴 유튜브가 되기 위해 10년 넘게 삶을 갈아 넣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여기저기서 내 컨텐츠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나는 점점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나를 두고 한국 최고의 배드민턴 유튜버라고 말했다.
그때쯤 알았다.
<유튜브 협회>라는 조직이 있다는 것을.
유튜브 협회 온갖 주제별로 나눠진 산하 협회들이 있었다.
물론 배드민턴 협회에도 있었다.
구독자가 100만명쯤 넘어가 한국을 대표하는 유튜버 정도가 되면
유튜버는 유튜브 협회에 의무가입해야 한다.
가입이라기 보다는 협회의 지시를 받는 구조다.
협회에 속해서 협회의 지시를 받으며 유튜브 활동을 해야 그 분야 세계 최고의 유튜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고의 컨텐츠 만드는 법 등도 알려준다.
기왕 하는 거, 할 수만 있다면 세계 최고가 되고 싶은 마음은 모든 유튜버의 욕망이다.
유튜버가 되어 한국에서 거의 수준에 이르면 해당 협회의 관리를 받는 것은 상식이다.
처음에는 잘 몰랐지만,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생각과 행동, 컨텐츠를 선정, 만드는 방식 등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처음에는 세계 최고의 유튜버가 되려면 더 배워야 하니 당연한 과정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었다.
좀 갑갑함이 생겨도 이게 다 세계 최고 유튜버가 되기 위한 과정이라 믿고 참았다.
나뿐 아니라, 유명 유튜브 모두가 그런 길을 가고 있으니 당연한 것이라 생각했다.
유튜브 영상 촬영할 때 입는 옷, 메이크업, 기기 등 그 어떤 것도 내 마음대로 선택할 수 없었다.
모두 다 협회에서 정해준 것만 사용해야 한다.
내가 만들고 싶은 콘텐츠가 있어도 협회에서 허락해 주어야 찍을 수 있다.
다양한 광고나 지원 제안도 들어왔는데, 협회가 허락해주지 않아 어떤 것도 할 수 없었다.
만약 협회가 시키는대로 하지 않으면, 협회에서 나오면, 유튜브를 더 이상 하지 못하는 조항이 있어서
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그만큼 배드민턴 유튜브가 너무 좋았다. 힘들때가 있어도 배드민턴을 생각하며 참았다.
이렇게 생각하면 안되는 줄 알지만,
어느 때부터인가 나는 재주 부리는 곰이고, 내 재주가 협회의 힘을 키우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 때 들은 ‘앵벌이’라는 단어도 떠올랐다.
협회의 문제를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
하지만 거대한 권력과 싸워 이길 재간이 없었다.
그때쯤 결심했다.
세계 최고의 배드민턴 유튜브가 되면,
이런 협회의 불합리를 세상에 알려야겠다고.
그런 날이 올지는 모르겠다.
미래가 어떻게 되더라도 하나는 확실하다.
나는 배드민턴을 사랑했고, 사랑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나는 그냥 배드민턴 유튜브를 열심히 하고 싶고, 세계 최고가 되고 싶다.
단지 그것 뿐이다.
그런 나를 협회 같은 곳이 도와주었으면 좋겠다.
선수들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 협회라는데, 권력이 된 협회는 선수를 돕는다는 말을 볼모 삼는다.
나를 돕겠다는 사람들이 많은데, 협회가 허락하지 않아 그들의 도움을 받을수도 없다.
나의 꿈을 위함 협회인지, 협회가 나를 이용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나는 그냥, 배드민턴을 사랑하는 유튜버, 세계 최고의 배드민턴 유튜브가 되고 싶을 뿐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내가 원하는대로 살고 싶다.
당연하다 여겼던 그런 삶이 지금은 너무 어려운 꿈이 되어 버렸다.
협회는 조직력을 동원해 내가 나밖에 모르는 나쁜 인간이라며 목소리를 높힌다.
괜한 꿈을 가졌나 보다.
이유를 모르겠다.
나같은 사람들을 통해 협회가 돈을 벌고 있는 것일까?
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