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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항공

by 피라

로얄네팔항공이 보유한 비행기는 두 대라고 했다. 여행객을 실어 나르는 상업용이지만 왕실의 요구가 있으면 언제든 왕실 전용기로 변신한다 했다. 왕실 사용이 끝나면 실시간으로 상업용 비행기로 바뀌는, 세계에서 가장 혹사당하는 비행기라 했다. 소문에, 로얄네팔항공의 비행기는 두 대이고 정비도 제대로 하지 않고(정비할 시간과 자원이 없어서) 두 대를 무리하게 운항한다는 말을 들었다. 24시간 365일 가동하는 공장에서 12시간씩 맞교대를 하며 평생 살아가는 것보다 더 피로가 쌓일 것 같았다. 비행기는 말도 못하는데. 로얄네팔항공 비행기는 언제 추락할지 모른다는 흉흉한 소문이 카오산 로드에 떠돌았다. 어떤 비관주의자는 추락하지 않는 것이 기적이라고 했다. 2006년 왕정에서 공화국으로 정치체제를 바꾸면서 로얄네팔항공은 네팔항공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그 유명한 로얄네팔항공 비행기를 탔다. 2005년 여름이었다. 방콕에서 카트만두에 가기 위해 비행기에 올랐다. 죽고 싶지는 않았지만, 기필코 살아야겠다는 간절한 의지도 없던 시절이었다. 비행기는 네팔에 진입했다. 저 멀리 히말라야가 보였다. 비행기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흔들린다는 표현은 틀렸다. 위 아래로 요동쳤는데 그 진폭이 바이킹을 탄 것 같았다. 한 두번이 아니고 한 참을 죽음과 삶을 오갔다. 기류에 비행기가 떨어지면 죽음에 가까워졌고, 상승하거나 떨어지지 않으면 삶에 가까워졌다. 생각이 아니라 몸이 반응했다. 생각은 아무런 역할도 못했다. 삶에 필요한 정신의 근본을 형성하는 것은 생각이 아니라 몸인 것 같았다.


비행기는 카트만두 트리부반 공항에 무사히 내렸다. 천국에 온 것 같았다. 살아서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설랬기 때문이다. 삶의 문제 대부분은 떠벌리기를 좋아하는 허언증 환자들이 만든 일어나지 않는 일이다. 바깥의 허언증 환자는 내 안의 허언증 환자와 만나 수다를 떨며 두려워하고 기뻐한다. 그들이 만든 걱정과 두려움 때문에 삶이 빛났다. 생각지 못한 거짓이 진실을 드러내듯. 어둠이 빛을 드러내듯. 빛속의 빛은 그 존재를 모른다. 삶의 설렘은 밝음 속에 밝음을 볼 수 있는 자, 존재 속의 존재를 볼 수 있는 자의 것이다. 죽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살아있다는 희열을 만들었다.


히피족들의 역사가 담긴 카트만두 타멜의 몇 곳을 전전하다, 한 게스트하우스에 묵었다. 숙소 이름은 체리였다. 그곳에서 일하는 샴이라는 20살 청년과 친해졌다. 송아지처럼 크고 착한 눈을 가진 사람이었다. 진짜 네팔을 보고 싶다고 샴에게 말했다. 여행자들을 바라보며 상호작용하지 않는 네팔, 여행자로 인해 변하지 않은 곳, 여행자들이 없는 곳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샴은 그런 곳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고향 구르카의 산간 마을이라고 했다. 그곳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산을 3개 넘어야 하고, 강도 2번 건너야 하는데 괜찮겠냐고 샴은 웃으며 말했다. 나의 걸음으로는 4시간은 넘게 걸린텐테 할 수 있겠냐 물었다. 나도 웃으며 대답했다.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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