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집에는 양쪽에 복도가 있다. 1960년대에 지었음에도 일본식 구조가 많이 차용된 듯하다. 미닫이 벽장, 다락, 복도, 정원 등이 일본 주택과 유사하다. 복도 벽체는 모두 유리창이다. 리모델링하면서 2천여만원을 들여 비싼 샷시로 교체했고 안쪽에는 롤스크린을 달았다. 꽤 멋진 분위기를 만들어주었던 롤스크린이지만 12년 세월이 지나니 스크린이 여기저기 오염되고 스크린 몸체도 곳곳이 녹슬었다.
처음에는 롤스크린을 새로 사서 교체하려 했다. 하지만 마음에 드는 롤스크린 원단이 없었다. 맞다. 난 좀 까다롭다.(많이 까다롭다.) 마음에 드는 롤스크린을 몇 달 동안 찾았다. 롤스크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생각하기 시작한 것은 작년 겨울부터다. 마음에 드는 것이 없었다. 문득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천, 그 중에서도 내가 좋아하는 린넨으로 롤스크린을 만들면 어떨까?
롤스크린은 다 분해해보니 별 것 아니었다. 며칠새 달인이 된 것 같다. 롤스크린을 만들어 팔아도 될 것 같다. 모두 해체한 뒤에 도색을 했다. 좋아하는 아이보리색 린넨을 사서 재단을 했다. 재단이 가장 어려웠다. 천은 뒤틀린다. 정확하게 치수를 재기도 어렵고, 정확하게 자르기도 어렵다. 무엇보다 수직, 수평이 중요한 롤스크린은 조금만 수평이 맞지 않아도 문제가 생긴다. 다행히 봐줄만하게 결과가 나왔다. 플라스틱 재질의 기존 롤스크린에 비교하면 주름잡힌 맛이 더 좋다. 따뜻하고 인간적이다.
주름이 펴지라고 분무기로 물을 뿌렸다. 차차 자리를 잡아갈 것이다.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을 린넨 롤스크린. 자랑스럽다. 천 값 4만원 정도 들었다. 300만원 짜리 부럽지 않다. 디자인 업체에게 대나무 울타리로 익스테리어를 하고 싶다고 하니 2천만원 이상 든다고 했다. 내가 직접 대나무를 구해서 작업하니 대나무값 200만원 정도로 해결했다. 대신 시간이 많이 걸렸다. 대신 재미도 있었고 많이 배웠다. 뭘 만드는 것이 재미있다. 뭘 표현한다는 점에서 롤스크린 리폼이나 삶이나 그게 그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