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책방 이름을 몇 개 정했었다. 일단 정하고 여기저기 이름을 쓰며 느낌을 보았다.
남들은 멋지다 해도 내 삶이 아닌 것처럼, 좋은 이름인데 달집의 이름이 아닌 것 같았다.
포장하면 심사숙고이고 포장을 벗기면 결정장애다. 오픈 마인드의 다른 뜻은 팔랑귀인 것과 같다.
이유는 “바로 이거다!”라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한 해가 가고, 두 해가 갔다. 서점을 빨리 오픈했으면 여행자의 달, 야옹서점, 달집서재 중에 하나가 되었을 거다.
여름이 끝날 무렵, 한 이름에 꽂혔다. 우연같지만 필연같다. 백두산과 후지산이 폭발하고 쓰나미가 밀려와 해운대가 잠겨도 끄떡없을 이름이다. 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이 이름을 포기할 수 없다.
“사각사각”이다.
별로라 여기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어쩔 수 없다. 운명이다.
내가 정하는 이름이니 내가 좋으면 그만이다.
에이징 기간이 지났는데, 시간 지날수록 한결같이 더 좋아진다.
무엇보다 청각적 느낌이 좋다.
책 페이지를 넘기는 소리, 사과를 먹는 소리.
시각적 느낌도 좋다.
책이 사각이고, 책이 놓인 방도 사각이니까.
의미도 좋다.
이 사회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에서 아름답게 살아가는 공기같은 사람들.
돌아가신 부모님이 즐겨 썼던,
김장하 어른이 말한
사부작사부작과도 비슷한 느낌이다.
다 필요없고,
소리가 좋다. 사각사각.
그럼 된 것이다.
이유를 들어도 좋고,
이유가 없어도 좋다.
사각사각,
목공을 많이 한다.
톱질소리, 사포질 소리도 닮았다.
사각사각
삶을 여행이라 여기는 모든 이.
여행자를 위한 책방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