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과 진로

by 피라

지난 6월, 공기업 취업준비생 컨설팅 중에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한 학생이 주식투자를 하고 있다길래, 공기업에 대한 진로희망을 주식과 빗대어 조언했습니다. 무척 좋아하더군요. 학생은 전달하려는 핵심 주제를 쏙쏙 파악하며, 엄청 재미있게 몰입했습니다. 무엇보다 돌연 눈에 생기가 확 돌며 반짝반짝 빛나더군요. 이 놀라운 발견을 또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다음 학생 차례가 되었을 때, “혹시 주식 하시나요?”라고 물었고,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주식투자를 통해 공기업과 진로선택을 말했고, 학생의 눈빛은 그믐날의 올빼미 눈처럼 또 빛났습니다. 다음 학생에게도 그다음 학생에게도 같은 질문을 했고, 모두 주식투자를 하고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질문은 어느새 “혹시 주식 하시나요?” 에서 “주식 하시죠?”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컨설팅 중에 주식 이야기를 시작한 것은 11번째 학생부터였습니다. 11번째부터 18번째 학생까지 8명 모두 주식을 하고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주식이 이렇게 학생들에게 핫한 소재였다면 처음부터 주식 이야기로 풀어나갈 걸 하는 아쉬움도 생겼습니다. 제가 대학을 다니던 91년도부터 99년에는 주식을 하는 대학생을 찾기란 참 어려웠습니다. 저는 상과대학을 다닌 탓에, 주식에 관심을 가진 친구들이 주위에 많았지만, 실제로 주식투자를 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아무리 관심 많은 친구도 기껏해야 모의투자 정도만 할 뿐이었습니다. 그들에게 주식이란 대학 졸업 후에 본격적으로 빠져들고 싶은 세계였고, 그것도 직접투자라기보다는 증권회사에 취업하기 위한 관심 정도에 머물렀던 것 같습니다.


궁금해서 검색해 보니, 최근 몇 년 사이 20대의 주식투자 열풍이 몰아친 것 같습니다. 정확한 통계는 찾지 못했지만, 20대의 대략 절반 정도가 주식투자를 하는 것 같습니다.어떤 학과를 대상으로 물어봤더니 90%의 학생들이 주식투자를 하고 있다는 전언도 있습니다. 갈수록 취업이 어려워지는 불확실한 세상에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주식투자에 관심이 쏠리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주식투자는 대학생뿐만 아니라, 국민 트랜드로 자리 잡은 것 같습니다. 저처럼 주식을 한 번도 해 보지 않았고, 앞으로도 할 생각이 없는 사람도 주식과 전혀 상관없는 취업컨설팅 시간에 서로 재미있게 주식 이야기를 나누는 시대니까요.


금융이란 불확실성을 대비하는 인간의 마음과 미래가치에 대한 투자심리가 서로 만난 오래된 개념으로부터 출발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곰곰 생각해보면 금융이란 개념과 교육이란 개념이 참 많이 닮은 것 같습니다. 돈을 빌려주는 쪽이나, 주식투자의 입장에서는 현재가치보다 미래가치를 더 중요하게 여깁니다. 자금 회수의 불확실성을 부동산 등을 담보로 잡고 대출해주는 개념은 미래의 불확실성을 현재라는 시간을 담보(당장 하고 싶은 일을 포기)로 미래를 위해 투자(공부)하는 개념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지금 투자하는 돈보다 나중에 회수될 돈이 더 많을 거라는 기대가 마음을 열고 행동하게 하니까요. 통장의 100만원이 0원이 될 때까지 오늘도 내일도 치킨을 주문하는 선택 대신 특정 회사의 주식에 몰빵하거나 매일 치킨값을 아껴 저축하는 선택은 <현재>의 확실한 효용을 포기하고 <미래>의 불확실한 가치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입니다. 미래가치에 대한 투자라는 측면에서 주식과 교육은 닮았습니다.


작년에 읽은 <금융의 모험>이라는 책은 상경대에서 공부했지만, 금융에 대해 아는 바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았던 나의 눈을 뜨게 해준 고마운 책입니다. 세상은 개개인의 불확실한 삶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불확실성의 시스템이고, 불확실성의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해서 금융이라는 개념이 탄생했다는 통찰을 안겨준 책이었습니다. 불확실성은 주식투자의 관점에서 보면 양면적입니다. HRHR(High Risk, High Reward)라는 말처럼 불확실성의 세계에서 높은 리스크는 높은 손실이기도 하지만, 높은 수익의 전제조건이기도 하죠. 같은 불확실성에 대해 어떤 이는 기회라 여기고 매수를 하고, 어떤 이는 위험이라 여기고 매도를 합니다. 다른 선택의 이유에 대해 어떤 이는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라고도 하지만, 주식을 하는 사람을 관찰하면 수익률은 정보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로 보입니다. 아는 것(정보)과 선택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 같습니다. 같은 정보를 알아도, 오히려 더 많은 정보를 알아도 어떤 사람은 매수를 하고, 어떤 사람은 매도를 하니까요. 그런 저마다의 선택 때문에 웃고 울지요. 대부분은 관망하다 기회를 놓치지요.


<확실한 정보>가 주식투자 성공의 핵심 요소이며, 투자(매수) 결정의 결정적 요인은 아닌 것처럼 진로선택이나 삶도 그러한 것 같습니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처럼 진로선택도 심리인 것 같습니다. 특정 직업, 특정 선택을 해야 할 이유가 책 한 권을 쓸 정도로 많은데도 왠지 마음이 가지 않아 엉뚱한 선택을 하는 경우가 있으니까요. 그런 선택 때문에 삶이 힘들어지기도 하고, 행복해지기도 합니다. 삶도 주식투자처럼 불확실성을 대하는 마음의 차이 때문에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인간의 진로는 선택도, 과정도, 결과도 불확실합니다. 불확실성의 그림자를 지우기 위해 정보를 수집하고, 계획을 세우고 노력하지만 성공한 사람들 중 계획에 따라 성공한 사람은 20% 정도에 불과하고 80% 대부분은 우연히 발생한 일이나 예기치 않게 만난 사람을 통하여 성공을 이루었다는 조사결과*가 있답니다. 우연이란 불확실성의 다른 이름이지요. 불확실성은 회피하고 대비하고 싸우고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어깨동무하고 얘기를 나누어야 할 삶의 귀한 동반자라는 생각이 듭니다. 불확실성은 그 자체로 삶의 기회이기도 하니까요.


지난 7월 27일, 부산의 한 특성화고 고3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부산시교육청의 공무원 채용에 응시했고, 면접에서 최종 탈락했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안정적 직장인 공무원은 불확실한 세상에서 그가 꿈꿀 수 있는 가장 원대하고 안정적인 현실적 목표였을 것이고, 그 기회를 잡기 위해 삶을 바쳐 노력했을 겁니다. 그 꿈이 좌절되었을 때 더는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나 봅니다. 왜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단지 살아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살아갈 충분한 이유가 된다는 걸 가르쳐주지 않을까요? 뽑기에서 꽝이 걸렸을 때, 주식투자를 해서 실패했을 때, 성적이 원하는 만큼 나오지 않을 때, 취업에 실패했을 때, 사업에 실패해서 모든 것을 잃었을 때, 사랑하는 사람과 영원한 이별을 했을 때, 마지막 희망도 없다고 느낄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숨죽인 흐느낌 속에서 살아야 할 이유를 찾아가는 삶의 힘은 어디서 어떻게 길러야 할까요?


갈수록 불확실해지는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직업이 전제가 아니라, 불확실한 세상, 불확실한 삶, 불확실한 나와 당당히 대면할 수 있는 안정된 마음의 힘을 길러주는 일이 절실해지는 시대입니다. 그 지점이 진로교육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진로교육의 목적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