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은 다음 주인데, 벌써 왔다 가네?

by 아빠는 대해적

윗집에는 할머니, 할아버지 두 분이 사십니다.

명절 때만 되면, 그 집의 두 아들이 배우자, 자녀들과 함께 찾아옵니다.


저희 가족은 명절만 되면 첫날에 늘 여행을 떠나기 때문에 그 아들들이 가족들과 일찍 오는 것만 보고, 서로 마주칠 때마다 인사를 하고는 했었습니다. 그렇게 항상 바리바리 싸 오는 짐들을 보니 차례를 지내는 듯 보였습니다.

'흠... 차례를 지내러 오는 거였군.'

전에 말씀드렸다시피 저희 집은 차례를 지내지 않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잘만 지내오다가 제가 가장이 된 후에는 과감히 없애버렸습니다. ^^vㅋㅋㅋ

그리고는 부모님을 모시고 가족여행을 다닙니다. 브라보~♡


그러다가 작년에 저희가 개인적인 일이 생겨서 여행을 나중에 가야 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하루 늦게 출발하는 바람에 윗집의 자녀들이 명절에 와서 무엇을 하다가 가는지 눈치껏(?) 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날은 당일에 왔다가 그냥 다들 가는 것이었습니다.

'뭐지?'

하지만, 그 궁금증은 곧 해결되고 말았습니다.

옆집에 사시는 다른 할머니분이 "이번에는 일찍 가네?"라며, 저의 궁금증을 말끔히 해소시켜 주는 질문을 하셨던 것입니다.

'나이스~!ㅋ'


"아~, 여행 간다고. 지금 가야지 두 번은 자고 올 거 아니여~."

"그럼, 차례는?"

"이제, 그만 차리기로 했어. 나도 힘들고, 쟈~들도 힘들고. 나도 쟈~들한테 강요하기도 싫고. 이제 그만해야지. 뭐~."


'오~, 브라보~~. 짝짝짝~.'

'그런데, 설마... 우리의 영향인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던 이유는,

우리 가족이 여행을 가기 위해서 아침부터 짐도 싣고, 이리저리 움직여가며 아들들 가족들과 마주칠 때마다, 그 부인들과 아이들이 우리를 보는 눈빛이 좀 남달랐었기 때문입니다.

'왠지 모를 부러움의 눈빛이...(-,.-)+'ㅋ

물론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아실 분들은 아마 다 아실 걸로 생각됩니다. 남편과 아빠를 향해서 발사하는 그 눈빛들을 보았을 때, 그 눈빛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를(-,.-)+ㅋ 전 봤거든요;;

아마, 아빠도 미안했을 겁니다(아빠가 눈빛을 쳐다보지 못하더군요;;). 아빠가 제 또래처럼 보였으니까, 그렇게 고리타분한 아빠는 아니었을 겁니다.ㅋ




전에 윗집 할머니께서 명절에 차례는 안 지내냐고 제게 물으셨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제가 그랬습니다.

저희 아버지 때까지는 지냈었지만, 저로 바뀌는 순간 제가 없애버렸다고요.

전통과 문화를 중요시한다는 이유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고생시킬 수는 없다고. 그것을 제 조상님들도 바라지는 않을 거라고 했었습니다. 차례를 지낸다고 시간을 다 보내느니, 차라리 가족들과 여행이나 가서 힐링을 하고 오는 게 모두에게 행복할 것 같다고 그렇게 말했었습니다.


아마도 저의 이 말이 윗집 할머니의 선택에 영향을 끼쳤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가족들에게 작게나마 영향을 끼친 것은 분명한 듯 보였습니다. 이번에도 아들들은 다음 주가 명절인데도, 이번 주말에 가족들과 찾아왔었습니다.

'뭐지? 명절은 다음 주인데?'

그런데 그 의문은 한 아들이 잠시 담배 피우러 나왔다가, 누군가와 통화를 하면서 풀렸습니다.

"어~. 다음 주에 여행을 가는데, 기간이 너무 짧아서 지금 어머님댁에 와있어."

'오호라~...'


이번에도 여행을 간답니다. 설기간이 짧아서 미리 온 거랍니다.

어쩐지, 가족들의 얼굴이 명절 때마다 보았던 그 얼굴들과는 확연히 달라 보였습니다.

역시... 가족들의 행복은 멀리 있지 않았습니다. 단지, 모두를 위한 선택을 잘하지 못할 뿐입니다.

하지만, 이 가족은 끝내 선택을 했네요. '칭찬합니다, 짝짝짝~.'


세상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가족들을 이렇게나 생각하는 아빠들이 늘어나고 있으니까요.

한 5년 전까지만 해도 명절에 여행을 갈 때마다 숙소는 잘 구해졌는데, 이젠 여름휴가 철하고 비슷해져 가고 있습니다. 빨리 예약을 안 하면 갈 곳이 없습니다.ㅋ

전 좋은 현상이라 생각합니다. 솔직히 명절이 아니면, 여름휴가를 빼고서 긴 휴가기간이 또 어디 있을까요?




시대가 바뀌고, 세대가 바뀌었습니다.

전 저의 아이들이 명절기간 동안 본인들의 가족들과 행복하게 보내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제가 먼저 실천하고 있는 중입니다. 명절은 이렇게 보내는 거라고 보여주면서 말이죠.

이렇게 장손인 제가 명절 때마다 가족들과 여행을 가는 모습들을 보여줌으로써 주위의 지인, 친척, 친구 등을 여럿 바꿔놨습니다. 이젠 윗집까지 바꿔버렸네요. 물론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요.^^ㅋ


여러분들도 아직 바뀌지 않으셨다면, 이번에는 꼭 바뀌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느 누군가는 차례가 아니면 온 가족 형제, 자매들이 다 모일일이 없다고도 말하고, 조상님에 대한 예의를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고도 말합니다. 그런데, 죄송하지만 전 둘 다 하고 있습니다. 꼭 명절이 아니더라도 가족들이 다 모일 수 있는 날들을 자주 만들고 있고, 명절에는 차례상은 아니더라도 평소보다 음식을 좀 더 푸짐하게 준비해서 조상님께 감사의 기도를 올린 후 먹고 있습니다.ㅋ


맞습니다.
단지, '생각과 방법'의 차이일 뿐입니다.


이제 부모님과 저의 아내, 아이들은 명절이 기다려지는 날이 되었습니다.

여러분들의 가족들은 어떻습니까?

[ 사진출처 : pixabay ]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