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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적아빠 Oct 27. 2024

왜, '학원비'로 90만 원을 쓸 생각밖에 안 해?

당신에게는 쓴소리를 해주는 '진정한 친구'가 있는가?
[ 쓴소리 : 듣기에는 거슬리지만 도움이 되는 말. ]

얼마 전, 고1 학생의 학원비가 '두 과목에 60만 원'인 것을 알고서 깜짝 놀란적이 있었다.

그래서, 중학생 자녀를 두고 있는 친구에게 연락을 해서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봤었다.

"한 달에, '아이들의 학원비'가 얼마나 나가?"


그 친구에게는 두 아이가 있었는데, 평소에도 아내와 함께 아이들 교육에 꽤나 신경을 쓰고 있는 친구였다그래서 그 친구에게 곧장 물어봤던 것이다.

- "네가 갑자기 그거는 왜?"


그 친구의 반응은 당연한 반응이었다. 

왜냐하면, 난 현재의 '수능교육'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친구는 알고 있었으니까.

고등학교 때 만나, 같이 수능을 봤었던 친구이기에 나를 잘 알아서 하는 말이었다.

  "그냥 궁금해서. 우리 때랑 비교해서 요즘 학원비가 얼마인지는 궁금하잖아."

- "휴..."

친구는 말하기도 전에 한숨부터 내쉬었다.(-,.-);


-"지금 그것 때문에 걱정이야. 계속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지금도 두 아이 합쳐서 90만 원 정도가 나가는데, 앞으로 더 나갈 테니까."

역시나, 이 친구도 수입의 상당 부분을 '교육비'라는 명목으로 지출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 녀석이 놀러 가자고 할 때마다 자주 뺐었군.'


이 친구는 몇 년 전부터 숙박시설을 잡아서 놀러 가자고 말하면 가끔씩 빼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어느 날부터 평소에는 관심도 없던 캠핑을 다니기 시작한 것이다. 얼추 짐작을 해보니, 딱 이 녀석의 큰 아이가 중학생이 될 시기쯤이었다.


'이 녀석 다 이유가 있었네...'


당연한 얘기다. 어디론가로 '지출'을 더 하기 위해서는 다른 곳의 '지출'을 줄여야만 하니까.

캠핑이 아니고서는 이 친구의 가족들은 주말에 '여행'을 다닐 엄두조차 나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알기로도 요즘 '숙박요금'이 장난이 아니니까.


'학원비'를 지출하지 않는 우리 가정조차도 여행을 갈 때는 캠핑을 가거나, 다자녀 할인이 조금이라도 되는 지차제들의 숙박시설들을 이용할 정도였으니까. 

'숙박료가 진짜로 비싸졌다. 1박에 15만 원은 뭐 가뿐히 넘으니...'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야? 감당이 되겠어?"

-"생각 중이야. 아내는 더 벌어서라도 끝까지 하자는데..."


이 친구는 맞벌이 중이었다. 그래서 이 녀석과 아내는 둘 다 늦은 저녁 시간에 집에 들어왔었다.

'그런데 더 벌어서라도 끝까지 하자고?' 

일을 더 하겠다는 소리였다. 

'그럼, 더 늦어진다는 거잖아...(-,.-);'

그 얘기를 하는 친구를 바라보았다.

학창 시절에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해맑게 웃었던', 그때 그 시절의 얼굴은 녀석에게서 더 이상 보이지가 않았다.


그저, '근심, 걱정이 가득하기만 한', 아빠가 된 녀석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나까지 슬퍼지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물었다.


"그런데 있잖아. 왜~."

-"어."

"그 학원비로 '다른 걸' 할 생각은 전혀 안 하는 거야?"

-"응?......"

약간의 적막이 흐른 후, 친구가 내게 물었다.

-"뭘, 말하는 거야?"



"왜, 한 달에 90만 원이나 들어가는 '학원비'로, 다른 걸 할 생각은 안 하는 거냐고~?"

-"......"

친구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뭘 말하는 거야?"

"왜, 그 돈으로..."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 줄 생각은, 전혀 안 하고 있냐는 말을 하는 거야.



친구는 무슨 말이냐는 듯, 의아해하면서 말했다.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서 지금 공부를 시키고 있는 건데,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서라..."

난 친구의 '그 말'이, 별로 놀랍지도 않았다. 

현재, 대한민국의 부모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생각이니까. 그래서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도 '사교육'을 엄청 시키고 있는 나라 중에 하나가 됐으니까. 그런 연유로 아이도, 부모도 스스로들 '힘겨운 삶'을 선택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버렸으니까.

'이번에도 사교육비가 23조를 돌파했다지. 이야~ 대. 단. 하. 다~~~~~'


난 친구에게 말했다.

"그래. 내 아이들의 행복, 아주 중요하지~. 정말로 아주 중요해."

그래서 말인데,

"네가 생각하고 있는, 그 '아이들의 행복'은 대체 뭐야?"


난, 그 친구가 '많은 돈'을 들여가면서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는 이유를 당연히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친구가 '행복'을 뭘로 생각하고 있는지도 당연히 알고 있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아직까지도 다들 그렇게 생각들을 하고 있으니까. 예전의 나 조차도 말이다.

그렇게 '당연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굳이 꺼내지 않아도 되는 얘기를 난 내 '친구'에게 기필코 꺼내고야 말았다


어쩌면, 이번 일로 나의 오래된 친구와 감정이 상할 수도 있다. '아이들의 교육에 대한 문제'는, 지금의 대한민국 분위기에서는 아주 민감한 사항 중에 하나이니까.

하지만 난, 친구의 현재 상황을 보고서는 '남을 대하듯'이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왜냐고?

학창 시절에 그렇게나 잘 웃던 나의 친구가 이제는 더 이상 웃지 않는, '저런 얼굴'로 살아가는 것을 난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난, 학창 시절에 자주 웃었던 그 친구의 얼굴이, 아직도 선명하게 떠오른다. 

그만큼 잘 웃었던, '웃는 것이 매력적이던 친구'였다. 그 웃음에 내가 친구가 됐을 정도다.

아마 알 사람들은 알 것이다. 잘 웃는 사람이 얼마나 매력적인지를.

난, 그런 친구의 모습을 다시 보고 싶었다.

그래서,

그 친구에게 '다른 생각'을 알려주기 위해서, 다른 삶도, 충분히 '행복'하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
그렇게, 굳이 꺼내지 않아도 되는 얘기를 기어이 꺼내고야 말았다.

친구란, 그런 존재니까.


만약, 당신의 고민이 오랫동안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면, 그건 당신의 주위에 '비슷한 사람들'만 있어서 일지도 모른다. 내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말해주는 사람, '남들과는 전혀 다른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사귀어보자. 그리고 그 사람이 원래부터 친구였다면 절대로 그 인연을 놓지 말도록 하자. 주위에서 쉽게 찾을 수도 없을뿐더러, 다시 친분을 쌓기에는 더더욱 어려울 것이니까. 아마도 그 사람은 당신이 그동안 해결하지 못한 고민들에 대한 해답을 줄 수 있는 단, 하나의 '유일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남들과 '다르다'는 것은 그 사람은 이미 오래전부터 그 모든 과정들을 거쳐왔었고, 어쩌면 나름대로의 '해결책' 또한 찾았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 말에 의심이 들거든 당신의 주위를 한 번 살펴보도록 하자. 당신이 알고 있는 그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과연, '그럴만한 사람'이 당신 곁에 존재하는지를 말이다. 대부분 비슷한 사람들만이 존재한다면, 아마도 이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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