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는, 오늘도 빨리 걷는다

by 아빠는 대해적

나는 대한민국의 7살 여자아이.


나는 아침에 눈을 뜨면, 일어나기 싫어도 억지로 일어나 엄마가 차려준 아침식사를 간단하게 먹는다.


그리고 양치를 하고, 세수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유치원 가방을 메고서 출근하는 엄마의 손을 붙잡고서,
부랴부랴 유치원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우리 엄마는 오늘도 빨리 걷는다.

나 때문에 오늘도 직장에 늦게 생겼다고 뭐라고 하신다.


오늘 저녁부터 핸드폰이나 TV도 보지 말고 더 일찍 자란다.

나의 유일한 낙을 그렇게 빼앗겼다.


늦게 자지도 않는 것 같은데, 왜 나한테 또 뭐라고 하는 거지...?


유치원에 도착해보니, 몇 명의 친구들만이 와있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지금 시간은 오전 8시 10분이다.


너무 이른 시간이다.

더 늦게 오고 싶었지만 아빠는 이미 일어나기도 전에 출근을 했었고,

엄마도 출근시간에 맞추느라 나는 이 시간에 올 수밖에 없었다.


지금 여기 있는 친구들도 나와 같은 처지의 친구들이다.


< 오전 8시 10분 >


나는 1살 때부터 7살인 지금까지도, 이 시간까지 오느라 항상 7시 10분에 억지로 일어나야만 했었다.


내가 더 자고 싶던, 유치원에 가기 싫던, 나에게는 아무런 선택권이 없었다.


태어나자마자, 그저 하라는 대로 이끌려 다닐 뿐이었다.



유치원에 오면 항상 하는 게 똑같았다.

8시 10분부터 이리저리 시간을 보내다가,

간식을 먹고,

뭔가를 좀 하다가,

점심을 먹고,

또 뭔가를 좀 하다가,

간식을 먹고,

또 뭔가를 좀 하다 보면,

학원에 갈 시간이 된다.


그렇게 학원을 가도 항상 하는 게 똑같았다.

그때부터 또 이리저리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덧 엄마가 나를 데리러 온다.


학원 밖을 나와보니 이미 날이 어두워져 있었다.

엄마의 손을 잡고서 아침과는 다르게 느린 걸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엄마도 나처럼, 오늘 하루가 무척 힘들었었나 보다.


집에 도착해보니 오후 7시가 조금 넘었다.


< 오후 7시 10분 >


난 집에 와서 손을 씻고, 옷을 갈아입고서 엄마의 눈치를 살폈다.

핸드폰이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엄마는 눈치를 챘는지 안된다고 하셨다.

그래서 엄마가 좋아하는 책을 들어서 읽기 시작했다.

이런 모습을 보이면 엄마가 다시 보게 해 줄지도 모르니까.


잠시 후 엄마가 차려준 저녁을 먹고서, 엄마에게 다시 말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난 그렇게 저녁을 먹고서 씻은 다음,

아빠가 전에 사준 예쁜 인형을 가지고 놀았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서 엄마가 일찍 자라고 소리쳤다.

'아직 얼마 놀지도 못했는데...'


그렇게 난,

핸드폰은커녕, 인형 놀이도 많이 못해보고서 침대에 누워서 잠을 청했다.

'아직 아빠의 얼굴도 못 봤는데... 내일은 아빠의 얼굴을 볼 수 있을까?'


빨리 일요일이 왔으면 좋겠다.

그러면 유치원을 안 가도 되고,

학원도 안 가도 되고,

엄마, 아빠와 아침부터 함께 있을 수 있으니까.


난 빨리 일요일이 오기를 바라면서 그렇게 잠에 빠져 들었다.


< 그리고, 다음날이 되었다 >




일어났을 때,

일요일이길 바랬지만,

어제가 월요일이었으니, 오늘은 당연히 화요일일 뿐이었다.


그렇게 난, 또다시...


일어나기 싫어도 억지로 일어나 엄마가 차려준 아침식사를 간단하게 먹었다.


그리고 양치를 하고, 세수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유치원 가방을 메고서 출근하는 엄마의 손을 붙잡고서,
부랴부랴 유치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우리 엄마는, 오늘도 빨리 걸었다.



대한민국은, '생애 선택의 자유'가 156개국 중에 140위인 국가다. - UN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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