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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링스 Sep 10. 2019

살아간다는 것의 영화적 정의, 정수

걸어도 걸어도 (2008)

보다가 점점 완벽한 영화라고 생각했다. 인물들의 대사, 한 컷 한 컷 촬영 하나, 지나가는 소재 하나 필요없는 게 없는 영화. 영화 스스로가 살아있는 인생이 되어버렸기에 버릴 것이 없다. 버릴 수가 없다.


우리는 각자의 인생만 산다. 감정이입을 해봐도 대화를 해봐도 그 가까운 가족도 부부도 자식도 그들의 인생을 정확히 알 수 없다. 마음조차 모른다. 누구나 비밀은 있으니까. 그걸 다각적 화자가 존재하는 영화라는 도구로 보여준다. 그래서 완전한 인생과 완전한 가족을 담을 수 있고, 관객은 제대로 된 사건 하나 없이도 제대로 인생을 느끼게 된다.


영화에 나오는 모두가 양면적이다. 말하지 않았던 못했던 슬픔과 서러움, 억울함과 분노가 있다. 근데 없어지지 않아도, 말하지 않아도 그래도 그냥 저냥 지나간다. 그리고 모두가 사실은 서로에게 한 걸음 다가가려는 관심과 애정이 있다. 근데 전달되지 않아도, 함께 하지 않아도 그래도 그냥 저냥 지나간다. 서로가 가까워 지려 다가가려고도 하지만 또 금방 멀어지기도 한다.


우리가 그렇게 살고 있다. 뭐 하나 똑부러지게 이건 이거고 저건 저거고 정해지지도 결심에 따라 실천하지도 않는다. 그냥 잊었다가 서운했다가 또 좋아했다가 또 잊었다가 기억했다가 미워하면서도 그리워했다가 자기도 모르게 영향을 받다가 또 잊었다가 그렇게 산다. 걸어도 걸어도 끝이 없이.


각각의 두 인물들간의 양면적 복합적 관계를 드러내고 영향을 주고 받는 그런 장면들이 하나같이 의미있다. 너무 많아서 다 말로 담지도 못한다. 그리고 모두 다 너무 아름답고 소중하게 느끼도록 영상이 자극없이 아름답다. 이런 영상들을 보자면 기본적으로 인생에 대한 감독의 긍정이 느껴진다.


편안하고 자연스러우면서 현실적이고 냉정하기도 한, 그런 인생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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