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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링스 Oct 06. 2019

범죄, 단죄, 속죄 그 모호한 경계, 그리고 원죄

프리즈너스, 2013

영화의 앞면은 냉정과 열정 사이를 오가는 스릴러다. 먼저 로키 형사는 신문기사나 현장 증거물, 인물 조사를 통해 이성적으로 점점 단단해지는 논리로 범죄를 추적한다. 반면 피해자의 아버지 켈러는 직관과 분노로 점점 흐트러지는 감정으로 스스로 무너져가며 범죄를 추적한다. 이 두 인물의 대비된 감정의 온도차가 극의 긴장을 이끌어가는 주요 동력이며, 섬뜩하리만큼 극에 몰입시키는 둘의 연기가 강력한 무기다. 특히 휴 잭맨의 뜨거움은 보는 이마저 심장 떨리게 만든다.

영화의 뒷면엔 치밀하게 설계된 죄에 대한 생각의 구조가 반영되어 있다. 먼저 제목을 보자면 ’죄수들’이다. 두 주인공은 범죄자를 찾는 사람들인데, 그리고 쫓기는 용의자는 내내 한 명인데 제목은 복수의 죄수들을 말하고 있다. 왜일까. 제목에 이 영화의 큰 그림의 생각이 함축되어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모두가 죄인이라는 것이다. 다만 죄인의 개념은 정적이지 않고 동적이다. 쉽게 말하면 죄는 이전의 죄로부터 파생되고 또 속죄하고 나아가 단죄하는, 그리고 단죄가 또 죄가 되는 순환구조 속에 있다. 이는 특정 인물이 아닌 모든 인물에 적용되는 보편 법칙처럼 설계되어 있다.

먼저 아버지 켈러는 죄를 단죄하기 위해 범죄를 저지른다. 본인도 그를 인지하고 무너져내리는 와중에 속죄를 구한다. 피해자이자 범죄자이자 심판자 모두의 역할로 나오며, 극의 후반엔 또 다른 피해자가 되어 구원의 손길을 바라게 된다. 그런 켈러의 배경에는 교도관이었던 아버지의 자살을 목격한 것이 잠시 등장한다. 켈러가 알렉스를 심판하고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것에는 교도관으로서 자살한 아버지에 대한 내재된 복수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아버지가 자살한 폐허에서 알렉스를 고문하는 것에서 더 분명해진다.)


로키형사는 영화 러닝 타임 동안은 내내 단죄하고 또 구원하는 심판자처럼 나온다. 하지만 신부를 협박하는 장면에서 ‘소년원에서 하던 대로 할까?’라고 외치던 짧은 단서로부터 그가 범죄자 출신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기에 그의 손에 있는 십자가 문신은 죄인으로서 그가 끊임없이 속죄하고 있음을 말한다. 그래서 우리가 보는 로키는 순수한 경찰로서의 지위뿐만 아니라, 죄를 저지른 죄인으로서 속죄하는 과정이며 나아가 켈러를 구조하는 구원자로서 역할로 발전되어 간다. 물론 죄의 순환구조에서 또 어떤 죄를 지을지는 모르지만. (추가로 용의자 심문 중에 흥분해 용의자를 자살하도록 만든 죄가 있긴 하다)

이런 혼재된 죄의 속성은 알렉스도 마찬가지다. 범죄를 동조한 죄인으로 켈러에게 고문을 당하며 속죄를 하기도 하는데, 나중에 밝혀진 사실에 따르면 어릴 적 존스 부부에게 유괴되어 자라온 더 근원적 피해자이다. 거기에 중간에 맥거핀으로 설정된 용의자는 어릴 적 유괴된 피해자로서 그로 인한 정신착란으로 모방범죄를 일으킨 사람이다. 그리고 연쇄살인마의 고해성사 후 그를 죽인 신부 역시 아이러니하게도 단죄를 하며 범죄자가 된다.


마지막으로 신부에게 죽임을 당한 남자는 알렉스를 납치한 존스인데, 수많은 범죄 후 속죄를 하고자 했으나 실패하고, 그의 부인이 남아 계속된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 그러나 그들 또한 범죄의 시작은 불행하게 암으로 아이가 죽었기 때문이며 신에 대한 죄를 물어 단죄하기 위해 아이들을 납치해 기르거나 죽이기 시작했다. 알렉스 이모의 이름 홀리 존스는 실제로 납치된 피해자의 이름이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근원적 죄는 어디인가? 죄는 과연 규정되거나 멈춰있는 것인가? 누군가라도 죄의 순환에게 벗어날 수 있는가? 시작부터 끝까지 죄인이거나 피해자이거나 심판자일 수 있는가? 아니면 진짜 원죄를 공유한 우리 모두는 죄수들인가? 하는 여러 질문에서 제목이 나온 게 아닐까 한다. 메인 내러티브에선 좀 많이 확장시키긴 했지만.

추신. 막판 다친 애나를 태우고 머리 상처에서 흘러 눈에 들어오는 피를 닦아내며 밤길을 미친 듯이 병원을 향해 달리는 로키의 연기와 장면은 최고의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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