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조는 어떻게 하나요

초보 탐조인이 말하는 탐조 방법

by 오리엘

탐조를 나가보자. 우선 선크림을 잘 바르고, 모자를 쓴다. 오랜 시간 야외활동을 하기 때문에 모자를 쓰는 게 좋다. 어떤 모자냐고? 처음에는 집에 있던 캡모자를 썼다. 이내 왜 탐조인들이 챙 있는 모자를 쓰는지 알게 되었다. 이렇게 알고 싶지는 않았다. 옷은 눈에 띄지 않게 자연에 가까운 색깔이 좋다. 채도가 높고 눈에 띄는 색깔은 지양한다.


뭘 챙겨야 할까? 오랜 시간 걷기엔 짐이 가벼운 게 좋지만, 쌍안경이 있다면 챙긴다. 쌍안경이 없어도 요즘에는 핸드폰 기능이 좋으니 괜찮다. 도감이 있으면 좋고, 주전부리와 물도 넣는다. 아니, 정신 차리고 보니 또다시 보부상처럼 짐을 잔뜩 챙기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몇 개 빼고 넣는 것을 반복한다.


어디로 탐조를 갈 지도 고민이다. 사실 가장 큰 고민일 수도 있겠다. 처음에는 집과 가까운 곳부터 시작해 본다. 집 근처 공원, 하천이나 산에 가보면 좋다. 놀랍게도 새는 어디에나 있다. 나는 근처 살면서 백 번도 넘게 다니던 하천에 처음 탐조를 갔을 때 깜짝 놀랐다. 여기 새가 그렇게 많다는 사실을 그제야 깨달은 것이다.


KakaoTalk_20250924_153200446_04.jpg 집 앞에서 쌍안경으로 찍은 청둥오리 ⓒ오리엘


물론 여력이 된다면 집 근처를 벗어나 멀리 가볼 수도 있다. 아무래도 인구 밀집도가 낮은 자연에서 새를 발견할 확률이 높다. 서울의 경우 인적이 드문 한강변, 각종 천 근처 산책로, 올림픽공원, 서울숲이나 남산 등을 추천한다. 서해안으로 가서 철새들의 중간기착지인 갯벌과 도서지역에서 탐조하는 것도 좋다. 사실 너무 좋은데, 못 가서 문제다. 아직 초보 탐조인인 나는 수도권 외에는 전국구 탐조지로 유명한 낙동강 하구에만 가보았고, 철새 도래지인 유부도 탐조를 계획 중이다. 운이 좋게도 한국은 철새 이동경로에 있는 기착지인 데다가 습지와 갯벌이 많아, 다양한 새를 볼 수 있다. 한국에서 무려 500종이 넘는 새가 발견되었는데, 면적에 비해 높은 수이다.


어디 갈지 결정했다면 언제 탐조하는 것이 좋을까? 한여름은 너무 더워서 새들이 잘 활동하지 않는다. 물론 탐조하는 인간에게도 힘들긴 하다. 풀숲이 무성해 새를 찾기도 힘들다. 내가 새를 좋아하기 시작한 것은 초여름이라 오랜 시간 아쉬워했다. 봄, 가을은 철새를 많이 볼 수 있어 재미있는 계절이다. 추위를 견딜 수 있다면, 잎이 없는 겨울에 탐조하는 것이 비교적 쉽다고 한다.


시간대는 새들이 활발히 활동하는 이른 아침과 늦은 오후를 추천한다. 해가 뜨기 시작하거나 밤에 잠들기 전에 새들이 먹이를 찾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특정 날씨가 유리하지는 않다. 비가 세차게 오는 것이 아니라면, 흐리고 비 오는 날에도 새들은 먹이를 찾아다니거나 젖지 않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기 때문에 관찰이 쉬울 수도 있다.


KakaoTalk_20250924_153200446_02.jpg 공원에서 발견한 귀여운 까치 ⓒ오리엘


자, 이런저런 고민 끝에 탐조지에 도착했다. 그렇다면 이제 인내심과의 싸움이다. 도파민에 절여진 현대인에게 새를 찾는 것은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새들은 자신들을 지켜보는 덩치 큰 우리를 경계하느라 금세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마치 틀린 그림 찾기를 하듯이 가만히 풍경을 지켜보다가 움직임을 포착하는 것이 관건이다. 움직임이 없다면 제자리에서 가만히 기다려보자. 가만히 있는 우리를 안전하게 느끼면서 새들이 갑자기 등장할 수도 있다.


새를 발견하면 이미 아는 새여도 여러 번 보면서 눈에 익히고, 처음 보는 새라면 특이점을 확인하여 나중에 도감과 비교해 보면 좋다. 전문가 분들과 탐조를 간 적이 있는데, 스쳐 지나가듯 휙 날아가는 새의 뒷모습만 보고도 종을 맞추시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 생각해 보면 나도 비둘기나 까치처럼 완전히 눈에 익은 새는 멀리 날아가도 알아채니, 연습만이 생명인 듯하다.


탐조할 때 주의할 점도 있다. 큰 소리를 내거나 시끄럽게 움직여 예민한 새들을 놀라게 하지 말아야 한다. 또, 새의 후각을 자극할 수 있는 향수나 담배를 사용하지 않고, 새를 유인하기 위해 콜링(Calling)을 하거나 움직이는 모습을 찍으려고 돌 등을 던지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 우리도 큰소리를 듣거나 방해를 받으면 깜짝 놀라 있던 자리를 피하게 된다. 우리가 초대받지 않은 새의 서식지로 찾아가는 것이니 이를 방해하지 않고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0924(3).jpg 도감 <한국의 새> ⓒ오리엘


새와 관련된 정보는 우선 책을 읽는 것을 추천한다. 나는 <탐조 일기>, <동네에서 만난 새> 등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을 보며 기본적인 탐조 방법과 탐조 윤리에 대해 익힐 수 있었다. 탐조를 꾸준히 할 생각이라면 도감을 마련하는 것도 좋다.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새들이 잔뜩 그려져 있는 책이라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다.


네이처링 앱을 사용하면 생물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남겨놓은 기록을 확인할 수 있고, 카카오톡 오픈카톡방을 찾아보면 탐조하시는 분들과 소통을 할 수 있다. 새와 관련된 카페나 사이트도 찾아보자. 또, 이미 유명하지만 유튜버 새덕후의 채널도 재미있게 보고 있다.


마지막으로 혼자 갈 용기가 나지 않는다면 탐조 모임을 신청해 보자. 나는 서울의새, 에코버드투어, 카페 쌍안경으로보는세상을 눈팅하면서 탐조모임을 따라가 본 적이 있다. 보통 전문가 분이나 오랜 시간 탐조 경력이 있는 분들이 동행해 주시기 때문에 나 같은 초보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다.


탐조 경험도 몇 없으면서 아는 정보를 주절주절 나열했다. 긴 설명이 되었지만 다 무시하고 아무 준비도 없이 당장 집 앞에 나가서 보이는 새를 관찰해도 좋겠다. 우리 주변에 있는 새에 관심을 갖고 관찰하는 것, 이부터가 탐조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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