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물고기 Jun 30. 2020

괜찮아졌다고 쓰고 싶었다

도무지 나아지질 않는 섬유근육통

(아직 작년 여름~올해까지의 이야기를 쓰지 못했지만 지금의 이야기를 쓰고 싶어 잠시 오늘의 목소리로 씁니다.)     

2020년 6월 30일


괜찮아졌다고 쓰고 싶었다. 그런 반전이나 결말이 없으면 보는 사람도 지치는 일일 것이라 생각했다. 내가 괜찮아지고 싶었다. 누구보다도 괜찮아지고 싶었던 것은 나였다.      


사실 아주 잠깐 괜찮았다. 그건 내가 ‘일을 그만둘까’하고 마음을 먹고 난 후 약 2주 정도. 그 열흘 남짓 되는 기간엔 잠시 꿈을 꾼 것처럼 체력이 약간 돌아왔다. 다시 달리기를 해볼까 생각해보기도 했다. 물론 그 정도 체력은 되지 않아 이름이 길고 멋진 비싼 러닝화를 사는 것에 그쳤다. 그러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왔다.   

  

내가 무엇을 잘못했을까. 잠깐 괜찮았다고 무리했던 것이 문제였을까. 하지만 이유는 잘 모르겠다. 아픈 이후로 왜 아픈 것인지, 어떻게 하면 아프지 않을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명확하게 알게 된 적은 한 번도 없다.     

 

그저 잠시 좋아졌다가 다시 돌아왔다.

글을 쓰면서 모든 악화가 2월이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것이 당연히 학교와 관련되어 있음을, 나는 결국 일을 하고 싶지 않은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뭐랄까. 나을 수만 있다면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하지만 일을 하고 싶다는 나의 의지와는 별개로 나의 마음은 그저 이 직업이 이제 너무 지쳐버린 것이라 생각한다. 12년간 너무 지쳤다.     


지쳤으니 이제 그만 매듭을 짓자고 생각했다. 그만두면 천지가 개벽하거나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걸 거라 생각했지만 한번 마음을 먹어보니 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저 마음을 먹었을 뿐이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몸이 괜찮아졌다.      


그 상태가 오래 지속되었으면 좋았을 뻔했다. 나는 그것을 글로 쓸 생각이었다. 지금 쓰고 있는 시리즈의 마지막 즈음엔, ‘그렇게 나는 스트레스의 원인인 직업을 내 인생에서 완전히 제거하기로 결정했다.’ 같은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그래서 나아졌다는 이야기, 희망이 되고 해답이 될 수도 있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하지만 인생은 소설이 아니다.     


내가 원하는 결말대로 흘러갈 수 없다. 좋아지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와 버렸다. 아니, 어쩌면 조금 더 나빠진 것 같기도 하다. 요샌 오전엔 전혀 맥을 못 춘다. 아침에 글을 쓰고 논문을 읽던 몇 달 전은 꿈속의 이야기 같다.  

    

문제의 원인을 찾고,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 문제인가?라는 생각도 한다. 자꾸 무엇이 문제인지 찾아내려 하고, 고민하고, 생각하고 노력하는 것들. 그 모든 것들을 그만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문자를 한 통 받았다. 예전에 근무했던 학교의 교장선생님의 자혼을 알리는 문자였다. 나의 결혼식에 와주셨고, 8년 전 내가 학교를 그만 두려 했을 때 나를 막아주셨던 분이다. 엄마는 그분을 은인처럼 생각하신다. 가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먼 곳이다. 연락을 드려 갈 수 없다 말씀을 드려야 할 텐데, 그러면 내가 아파서 갈 수 없다고, 아파서 학교도 쉬고 있다고 말씀을 드려야 할 텐데 그렇게 말하는 것을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슬퍼져 버렸다.     


교장선생님, 저 아파서 못 가요. 아파서 학교도 쉬고 있어요. 언제까지 쉴 진 모르겠어요. 근데 너무 오래 쉴 순 없고 더 길어지면 그만둬야 한대요.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되겠지.     


그러니 문득 생각이 드는 것이다.

내가 학교를 그만 둘 선택을 할 수나 있는 것일까? 지금의 나는 선택권이 있나?


내가 어떤 마음을 먹거나 결정을 내리기 전에 아마 휴직 기간이 다 되어서 그만두게 될 수도 있다. 나는 그렇게 될 수도 있다. 요새 자꾸 여기저기 잔병이 생기고, 일주일이 지나서 약을 타러 병원에 가야 하는데 걸어서 15분이라 갈 엄두를 못 내고 있다. 15분을 걸어가지도 못하는데 제가 어떻게 일을 하죠? 교장선생님, 저 어떡하죠?     


일을 하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나는 교사 일을 좋아하지 않지만, 일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이다. 나는 내가 일을 할 수 있는 상태에서  그것이  이상  적성에 맞지 않노라고, 이제는  길을 찾아가겠노라고 확신에 찬 주체적인 선택을 하고 싶었다. 내가 선택하고 싶었다. 이렇게 내 몸에 떠밀려 어쩔 수 없이 밀려나거나 포기하게 되고 싶진 않았다. 내가 학교를 그만두게 된다면 그건 절대 이런 식이 아니라 무조건 속 시원하게 난 이제 더 이상 내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사는 일 따윈 하지 않을 거라고, 더는 남들이 원하는 대로 살지 않겠다고 당당하게 교문을 박차고 나가는 것일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내가 그런 걸 선택할 수나 있나?   

   

일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작년도, 올해도 변함없다. 요새는 손이 많이 아프다. 글 쓰는 것이 좋아 글씨 쓰는 것을 많이 했더니 그렇게 되었다. 그래서 그것도 이제는 많이 할 수 없게 되었다.  

    

전 제게 맞지 않는 일을 하느라 그동안 너무 아팠던 것 같아요, 제가 하고 싶은 걸 하며 살면 안 아플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럼 이만 안녕히 계세요.     


이런 말을 남기고 싶었다. 내가 그럴 선택을 할 수 있다면. 근데 지금은 어떻게 해도 아파서, 내 입으로 그런 문장을 뱉을 순 없을 것 같다.     


몸 상태는 주로 좋지 않으니까, 그것 때문에 일희일비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몸이 좋지 않은데 마음이 좋기는 어렵다. 그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글을 쓰고 싶다고. 하지만 요샌 손이 아프다. 글씨를 쓰는 것이 어렵다.     

책상 앞에 붙여놓은 나의 목표
봄에 썼던 노래 가사
매거진의 이전글 18 복직을 해야 할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