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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고기 Mar 23. 2021

인정 애정 관심 사랑 그런 것들

내가 찾고 있는 건 대체 뭘까

그런 와중에서도 계속 나아가고 있는 것이 무언가 의미가 있을 겁니다.


상담 선생님은 수수께끼 같은 말만 되풀이하셨다. 답을 찾으러 가는 이에게 스스로 답을 찾아보라며 물음표를 돌려주는 것은 상담의 본질 이기라도 한 것일까.


아침에 눈을 뜨면 괴롭다. 머리가 터질 것 같고 속이 너무 메스꺼워서 한참을 몸을 한껏 만 채 구겨져 있다. 잠에서 깨는 것이 두렵다. 잠을 잘 때만 아프지 않기 때문이다.


통증을 조금 달래다 보면 이제 문구점 생각이 난다. 어떤 신상을 만들 것인지, 무엇을 만들어야 단순 작업을 줄이고 롱런할 수 었을 것인지, 재활용도 안 된다는 저 식품 종이 포장지들은 당근에 팔지 소분 판매를 할지 고민한다. 이렇게 스티커를 매번 소분 포장하는 스티커 팩으론 문구점을 계속할 수 없다. 나는 그런 체력도 손도 없다. 손이 덜 가고 꾸준히 판매 가능하고 경제적 안정성도 줄 수 있는 아이템. 그런 아이템을 계속 고민 중이다.


나아지는 방법은 모르겠고 생각을 많이 하면 두통이 심해지는 것은 확실한데 생각을 멈추기가 어렵다. 내 문구점의 직원은 나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대로 문을 닫고 싶진 않기 때문이다.


지금, 여기에 집중하라고 하셨다. 상담 선생님은 그런 말씀을 자주 하셨다. 그렇지만 내가 사업을 이끄는데 미래를 보지 않으면 그건 안 되는 거 아닐까. 사업은 실존주의의 지금, 여기 기법과는 예외인 것은 아닐까. 이번 신상을 만들면 그 사진 촬영을 하고 스토어에 올리고 홍보를 하고... 미래에 대한 생각은 끊이질 않는다.


두통이 그렇게 심하고, 그런데도 혜린님은 계속해나가고 있어요. 그런 힘이 있어요. 그런 원동력이 뭘까요.


물음표 공격을 받으니 내가 생각을 해야 할 수밖에 없다. 내가 왜 이걸 하나 왜 하지? 왜 대체 왜?


어제는 17일이었다. 처음으로 월급이 들어오지 않는 17일이었다. 작년까지의 문구점이 세컨드 잡이었다면 이젠 나의 메인 잡이 되어버렸다. 내가 나에게 돈을 벌어다 주어야 한다. 돈은 왜 벌지? 필요하니까.


인정을 받고 싶은 건 아닐까요.


지끈거리는 머리로 골몰히 생각하다 내가 말했다. 내 문구점이 인정을 받았으면 좋겠다. 그건 내가 인정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말과 같은 말이다.


간밤에 꿈을 꾸었다.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깨고 나선 아이들의 관심과 애정이 그립다고 생각하게 되는 꿈이었다. 학교라는 통에 담긴 가장 맛있는 초콜릿은 그거였다. 인정과 관심, 그리고 애정.


매슬로우의 욕구 이론에선 분명히 아래 단계가 충족돼야 윗 단계로 넘어간다고 했다. 기본적 욕구가 충족되어야 인정에의 욕구로 넘어가는 건데 나는 왜 두더지처럼 땅굴 파고 누워 매일 앓으며 인정을 갈망하는 걸까.


내가 원하는 것은 인정과, 오히려 가장 윗 단계인 자아실현 욕구까지도 닿아있다. 편두통이 심해지면 울면서 아무것도 못하는 이 인간아. 넌 대체 왜. 왜.




나의 미국 친구, 10년 전 만나 기타를 가르쳐 준 친구, 저스틴과 나눈 몇 년 사이의 메시지를 다시 읽었다.


- 넌 8년 전에도 뭔갈 항상 찾고 있는 것 같았고, 지금도 그런 것 같아.


- 넌 너의 음악, 그저 너의 마음만으로도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을 거야. 넌 재능이 정말 많거든. 네가 가진 재능을 어떻게 강조할지의 문제인 것 같아.





사람들이 날 좋아해 주면 좋겠다.

날 좋아해 줘. 좋아해 줘. 좋아해 줘. 날.



내가 찾고 있는 건 대체 뭘까? 저스틴, 그건 대체 뭘까?





I think that I missed your adventurous spirit and your search for something. I'm not sure what it was you were looking for (maybe freedom or a sense of purpose?) but I enjoyed trying to help you find it.
2018.8.15 from Just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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