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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고기 May 20. 2021

괜찮아질 거라는 노래를 멈추지 않을 뿐

to save me and you

그 스티커는 마음이 너무 불안한 날 만들었다. 밤 10시쯤 잠에 들어 눈을 뜨면 12시, 1시, 2시, 4시인 날들은 괴로웠다. 6시 최종 기상.이라고 수첩에 적게 되는 날들이 이어졌다.


잔 것 같지 않은 밤을 보내고 몇 번 째인지도 모를 때 눈을 뜨면, 불안함이 가슴을 가득 채워 목까지 올라왔다.


바르게 누워 가슴을 쓸어내리고 숨을 내쉬었다. 난 괜찮고, 숨을 못 쉬게 되는 일은 없다. 그 사실을 기억하며 나를 달랜다. 쉬이 진정이 되지 않아 디아제팜 한 알을 먹었고, 나의 식물 친구들도 둘러보았다.


그럼에도 마음이 한 자리에 앉지 못할 때는 자리에 앉아 단어들을 쏟아낸다. 내게 하고 싶은 말을, 나에게 필요한 말을 마구 쏟아낸다. 불안함의 근원에 나의 문구점 사업이 없는 것이 아닐 텐데 나는 그냥 일을 해버리는 것 말고는 그것을 다스리는 다른 방법을 아직 모르겠다.


조급한 마음, 불안한 마음. 나는 그것들을 그저 말로 달랜다.


모든 말들은 나의 깊은 바닥에서 나왔다. 퇴직을 앞뒀던 때, 통증이 나를 바닥까지 밀었던 때, 앞이 전혀 보이지 않았을 때 나는 살고 싶다고 썼다.


모든 것이 나아지면 좋겠다고 썼다. 어쨌든 괜찮아질 테니 걱정 말라고, 울지 말라고, 사랑한다고 썼다.


모두 나에게 하는 말이었다.




오늘도 말들을 뱉어낸다.


나를 구하는 방법은 아직 모르겠다.

그저 끊임없이 괜찮아질 거라고 말할 뿐.

노래를 멈추지 않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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