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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고기 Oct 27. 2021

응모하는 마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그날은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마지막 날답게 수많은 작품이 올라왔다. 이전까지의 업로드 양과는 차원이 달랐다. 스크롤을 아무리 내려도 내가 전날 봤던 제목이 보이지 않았다. 지나치는 제목의 수만큼 눈앞에 수 백 권의 책이 쌓여가는 것 같았다. 이 중 10개의 이야기는 책이 되겠지. 책의 탄생 전야를 엿보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기발한 주제도, 글을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제목도 꽤 많았다.


그런가 하면 나는 어떤가. 나는 당일까지도 남들 몰래 글을 찔끔찔끔 고치고 있었다. 혼자서 내 글을 쭈욱 읽다 보면 맘에 들지 않는 부분이 꼭 나왔다. 나는 자주 고민하고 자주 그만뒀다 다시 고쳤다.


나는 주로 발표날을 기다리다 심장이 터져버리는 쪽이다. 하지만 글을 써서 응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 그래서 발표까지 시일이 꽤 걸리니 내가 그때까지 터질 것 같은 심장으로 살진 않을 것 같다. 나도 내 생명이 제일 중요하기 때문이다.


나는 주로 창작가요제 같은 것에 응모했다. 그리고 모두 떨어졌다. 참여하고 싶은 가요제의 마감 날짜를 달력에 표시해두고   정도 녹음과 편집과 포기를 반복하다 결국   밤을  음원을 완성하는 쪽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너무 잘하는  알지만,  노래를 좋아해  사람이 적은 확률로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노래를 수십  다시 부르고 기타를 치고  쳤던  그런 기대가 있기 때문이었다. 누군가는 마음에 들어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 하나로 혼자 쓰고 부르고 연주한  가내수공업의 결과물을 어딘가로 보내곤 했다.


음악 콘테스트는 결과가 빨리 나오는 편이었다. 그래서 음원 제출 후 발표 날까지 가슴을 졸이던 편이었다. 생각해보면 붙을 거라는 그 ‘생각’이 문제다. 기대를 안 하면 가슴 졸일 일은 없다. 나는 괜한 기대를 하다가 내 수명만 갉아먹었다.


이번에는 기대를 하면서도 안 한다. 정말 0.0001%의 마음으로 기대를 하다가도 내가 내 글을 다시 읽다 그냥 ‘아서라’하는 마음이 된다. 나는 어떤 날은 내 글을 제일 사랑하다 가도 어떤 날은 가장 혹독한 비판자가 된다.


내가 거는 기대는 사실 다른 것이다. 처음으로 많은 편집자 분들이 내 글을 읽어주시는 것이니 1등으론 뽑지 않더라도 혹여나 관심은 가져주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 많진 않더라도 최소한 10명이니 그 수는 얼마나 많은가. 그것도 3분 30초짜리 노래 하나가 아니라 96분짜리의 아주 긴 글인데 말이다.


응모는 하지만 기대를 하고 하는 건 아니야, 그냥 해 보는 거야.라고 말하긴 했지만 요 며칠 가슴속에 나비가 왈랑거리는 걸 보니 기대를 안 하고 있는 게 아닌 것 같다. 아주 좋지 않은 태도다. 아주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런 식으로는 발표날까지 살아남을 수 없다.


자, 이제 나는 이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리기로 한다. 까맣게 잊어버려도 될 것 같다. 그냥 이렇게 없던 일로 지나가도 될 것 같다. 하지만 혹시 내가 읽었던 브런치 북 중에 수상작이 나왔는지 궁금해 십 이월 어떤 날엔 귀를 쫑긋 세우겠지.


응모하는 마음이란 두근거리고 설레다 실망하는 마음이다. 그 두근거림을 애써 차분히 가라앉히는 일을 반복하는 마음이다. 그런 마음을 안고 사람들은 무언갈 쓰고 만들고 그려서 어딘가에 보낼 것이다. 보내진 그것, 안전히 당도했나요, 그거면 됐습니다. 이곳은 달라진 것이 아무것도 없으니 일단 계속 쓰고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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