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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고기 May 31. 2021

나는 매일 나아지는 것을 선택한다

I choose to get better every day.

머리가 아프다. 머리를 감싸고 한껏 웅크리면 오른쪽 어깨 통증이 심해져 온다. 나는 머리를 움켜쥐어야 할까 어깨를 내려야 할까.


- 결국 본인이 선택하는 거예요.


선택이라고 했다. 통증은 여기에 있고 그에 대한 행동의 선택은 내가 한다.


머리가 아프다고 계속 웅크려 있을 순 없다. 옆으로 누우면 어깨와 목이 불편하다. 편두통에 잠식당해 주로 몸을 구기고 있던 겨울이 지나자 상체의 통증이 악화되었다. 몸을 가눌 수 없었던 그때의 느낌으로 돌아가고 싶진 않다.


나는 선택을 한다. 몸을 웅크리는 대신 바르게 눕기로. 가슴을 내리고 어깨에 힘을 빼고 가지런히 눕기로. 나는 아직 알지 못해서 못한다는 그 바른 자세를 기억 속의 느낌에서 얼핏 끄집어내 따라 하려고 노력한다.


재활을 받으러 가는 것은 일주일에 한 번이다. 그 느낌으로 일주일을 살고 다시 가 도무지 모르겠다고 답답함을 토로한다. 그러면 선생님은 모르니까 못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한다. 내가 그걸 알게 되는 건 얼마나 걸릴까.


- 얼마나 걸릴 것 같아요?

- 음 이렇게 평생 살았으니까... 또 평생쯤...? 너무 긴대요?


평생은 아니라고 했다. 평생은 아니라고. 그는 2년간 재활을 했고 지금은 아프지 않다. 불편감이 느껴져도 관리하면 금세 돌릴 수 있다.


그런 사실들에 집중하려고 한다. 평생 걸릴 것 같다는 아득함이나, 날마다 느끼는 통증의 막막함 말고, 누군가가 오래 아팠다가 오래 고쳐 지금은 살만하다는 분명한 사실. 그가 재활을 돕는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 H님은 저를  믿어요?


믿으니까 여기 있는 건데 무슨 이런 뚱딴지같은 소리지? 그리고 사람을 믿는 건 대화와 말과 인상과 그런 것 아니겠어요. 대답을 버벅거렸다.


그는 최근에 수업시간에 하는 동작에 대해 원리와 이유 같은 것을 궁금해하는 회원이 있어 묻는다고 했다. 아, 그런 것. 그건 그냥 알겠어서 그런 건데.


- 모르겠는 걸 하면 제가 질문하겠죠. 근데 저 아직 동작 몇 개 안 했잖아요.



사실 꺼내면 눈물이 날 것 같아 하지 않은 말이 있었다.



‘희망의 증거라서요’




아프다는 사람은 많이 봤지만 나았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어서. 수많은 병원과 운동센터를 돌아다녔지만 내가 왜 아픈지, 어떻게 하면 나을 수 있는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작년에 그곳에 처음 찾아갔을 때 그가 나에게 했던 이야기를 믿어서. 그때부터 지금까지 믿고 앞으로도 믿을 것이어서.



- 여기 사라지는 건 아니죠?

- 전 안 사라져요.


농담 주고받기의 끝자락에서 그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짧은 한 마디에 깊게 안도한 날.




두통이 있어도 몸을 웅크리지 않는 쪽으로 선택하려고 한다. 아파서 동동거릴 땐 바닥에 누워 자세를 정렬해본다. 턱 당기고 가슴 내리고 어깨 내리고. 천천히.


이 모든 것이 언제 끝날지는 모르겠다. 그저 앞만 보고 간다. 그의 말과 현재를 믿고. 앞으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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