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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고기 Nov 04. 2021

겨울의 문턱에 선 나에게

날이 추워 조심해 사랑해

잠에서 자주 깬다고 말했다. 요새 환절기니까요. 그 말을 매 해 들었다. 몸에 왠지 힘이 없다고 말했다. 환절기잖아요. 그 말을 재활하러 가서도 들었다. 내 병의 근원은 스트레스가 아니라 환절기인가.


이제 겨울이라 좀 조심하셔야 돼요. 낫는 속도도 좀 느릴 거예요. 엊그제 들은 말이다. 유난했던 올 시월의 환절기 일주일을 내내 앓으며 지냈다. 그런데 환절기 끝에 오는 겨울도 주의대상이라니. 나는 어느 계절에 살아야 하지?


근데 전 밖에 안 나가고 집에서 진짜 따뜻하게만 있는데 날씨가 제 몸에 영향을 미쳐요? 정말 궁금해서 물었다. 그럼 난방을 왜 하는데요, 추위를 느끼니까 하는 거죠.


아.


그렇단다. 내가 아무리 집안 온도를 연중 22-25도로 맞춰도 집 밖보다 집안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열 배는 더 많아도(스무 배 일지도) 나는 날씨의 영향을 받는단다. 받긴 하는 것 같다. 삼주 전 여름 이불을 넣고 겨울 이불을 꺼냈다.


겨울이 되면 기력이 떨어지는 몸이다. 딱히 나만 그런 것 같진 않고 크게 아팠던 사람들은 대부분 날씨의 영향을 받는 것 같다. 몸이 쳐지고 근육이 경직되고 통증이 진해진다. 겨울은 춥고 아픈 계절이다.


아파지기 바로 전, 그리고 아프고 난 후에도 겨울은 매 해 상태가 악화되는 계절이었다. 네 해의 겨울을 떠올리면 온 몸이 저릿한 기분이다. 하지만 그 겨울을 모두 견뎌내고 다섯 번째 겨울에 서 있는 나를 무한히 응원해주고 싶은 기분이다.


힘들었지, 내가 알아. 한 해의 끝으로 달려가며 할 일이 쌓여가고 새로운 3월을 맞이하기 전까지 마음 졸이고 긴장했을 너를 알아. 통증이 심해져도 누구도 쉬어도 된다고 말해주지 않아 온 몸이 재투성이가 된 채로 다리를 질질 끌고 너의 에너지를 한계치까지 썼던 걸 내가 알아. 고생 많았어. 정말 수고했어.


지금 또다시 새로운 겨울이 시작되지만,  겨울 끝에 너는 새로운 학기를 준비할 필요도 무엇의 시작을 준비할 필요도 없어. 너에게 겨울은 이제 어떤 것도 준비하는 시간이 아니야. 오직 너만을 위한 시간이야.  어떤 것도  필요가 없어. 그저  자신만 되면 . 다른 무엇도 아닌  자신만 . 그러니  몸만 생각해. 너만 생각하면서 살아. 그렇게   겨울  보내고 나면 많이 나아져 있을 거야. 그땐 가방 사러 광교   있을 거야. (이건 몸이 나아진 후 수행할 첫번째 중장기 목표) 힘내. 사랑해.


 

내가 아닌 다른 것이 되려 했던 수많은 겨울들이 생각났다. 그저 내가 될 겨울이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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