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추워 조심해 사랑해
잠에서 자주 깬다고 말했다. 요새 환절기니까요. 그 말을 매 해 들었다. 몸에 왠지 힘이 없다고 말했다. 환절기잖아요. 그 말을 재활하러 가서도 들었다. 내 병의 근원은 스트레스가 아니라 환절기인가.
이제 겨울이라 좀 조심하셔야 돼요. 낫는 속도도 좀 느릴 거예요. 엊그제 들은 말이다. 유난했던 올 시월의 환절기 일주일을 내내 앓으며 지냈다. 그런데 환절기 끝에 오는 겨울도 주의대상이라니. 나는 어느 계절에 살아야 하지?
근데 전 밖에 안 나가고 집에서 진짜 따뜻하게만 있는데 날씨가 제 몸에 영향을 미쳐요? 정말 궁금해서 물었다. 그럼 난방을 왜 하는데요, 추위를 느끼니까 하는 거죠.
아.
그렇단다. 내가 아무리 집안 온도를 연중 22-25도로 맞춰도 집 밖보다 집안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열 배는 더 많아도(스무 배 일지도) 나는 날씨의 영향을 받는단다. 받긴 하는 것 같다. 삼주 전 여름 이불을 넣고 겨울 이불을 꺼냈다.
겨울이 되면 기력이 떨어지는 몸이다. 딱히 나만 그런 것 같진 않고 크게 아팠던 사람들은 대부분 날씨의 영향을 받는 것 같다. 몸이 쳐지고 근육이 경직되고 통증이 진해진다. 겨울은 춥고 아픈 계절이다.
아파지기 바로 전, 그리고 아프고 난 후에도 겨울은 매 해 상태가 악화되는 계절이었다. 네 해의 겨울을 떠올리면 온 몸이 저릿한 기분이다. 하지만 그 겨울을 모두 견뎌내고 다섯 번째 겨울에 서 있는 나를 무한히 응원해주고 싶은 기분이다.
힘들었지, 내가 알아. 한 해의 끝으로 달려가며 할 일이 쌓여가고 새로운 3월을 맞이하기 전까지 마음 졸이고 긴장했을 너를 알아. 통증이 심해져도 누구도 쉬어도 된다고 말해주지 않아 온 몸이 재투성이가 된 채로 다리를 질질 끌고 너의 에너지를 한계치까지 썼던 걸 내가 알아. 고생 많았어. 정말 수고했어.
지금 또다시 새로운 겨울이 시작되지만, 이 겨울 끝에 너는 새로운 학기를 준비할 필요도 무엇의 시작을 준비할 필요도 없어. 너에게 겨울은 이제 어떤 것도 준비하는 시간이 아니야. 오직 너만을 위한 시간이야. 넌 어떤 것도 될 필요가 없어. 그저 너 자신만 되면 돼. 다른 무엇도 아닌 너 자신만 돼. 그러니 네 몸만 생각해. 너만 생각하면서 살아. 그렇게 이 긴 겨울 잘 보내고 나면 많이 나아져 있을 거야. 그땐 가방 사러 광교 갈 수 있을 거야. (이건 몸이 나아진 후 수행할 첫번째 중장기 목표) 힘내. 사랑해.
내가 아닌 다른 것이 되려 했던 수많은 겨울들이 생각났다. 그저 내가 될 겨울이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