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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고기 Jan 23. 2022

사람들은 무엇을 위해 사는 걸까

인생의 의미

사람들은 무엇을 위해 사는 걸까? 일단 이런 생각을 안 해야 할 텐데 이번 생은 망한 것 같다. 나는 거의 날마다 인생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성장소설을 읽었다. 등장인물들은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이 되었다. 대학생의 바람과 목표가 있을 것이다.


이십 대의 sns를 본다. 주로 무언가로 향한다. 회사를 다닌다. 시험을 준비한다. 그들에겐 목표가 있어 보인다. 적어도 직장은 있다.


그리고 삼십 대가 돼 버린 나, 게다가 일찍이 은퇴까지 해버린 나. 이제 나에겐 뭐가 남았지?


공부를 했다. 음악을 들었다. 고등학생이 되었다. 방송반이 되어 글을 썼다. 라디오를 들었다. 자정까지 학교에 붙들려 있었다. 대학생이 되었다. 기대하지 않았던 곳에 놓였다. 졸업을 했다. 시험에 붙었다. 선생이 되었다.


힘에 부쳤다. 상처를 받았다. 주기도 했을 것이다. 자주 무너졌다. 무너질수록 다시 일어나기가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몸이 아팠다. 마음은 더 오래 아팠다. 학교를 그만두었다. 서른다섯이었다.


나는 나에게 주어진 것들을 하고 직업을  오래 갖기도 했고 이젠 그걸 내려놓았다.  이제   하지? 나는 이제 무엇을 위해 사는 거야?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거야?


-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살 수 있는 삶이 얼마나 좋습니까.


일찍이 유 원장님은 내 팔자를 상팔자로 생각하고 무위도식을 즐기라 하셨다. 그런데 인생의 재미는요? 의미는요? 이 인생의 즐거움은 어디서 찾아요?


인생이 항상 꼭 즐거울 필요는 없잖아. 나의 남편은 말한다. 그렇지, 항상 즐거울 필요는 없는데, 그래도 뭔가 의미는 있어야 하는 거 아냐? 난 이제 뭘 위해 살아? 난 학교도 다 다녔고 일도 했고 퇴직도 했고 할 거 다 했는데 이제 뭘 해야 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데 어떡해? 인간의 수명은 왜 이렇게 길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돼.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됩니다. 뭘 꼭 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세요.


수도 없이 들어온 말들이다. 그리고 수도 없이 튕겨져 간 말들이다. 말만 듣고 의미는 흡수하지 못했다. 정답은 알지만 풀이를 몇 백번 읽고도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인생의 많은 단계를 밟았고, 지쳤고, 남은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진다.


이 긴 시간을 어떻게 채워가야 할지 모르겠다. 무슨 유의미를 찾아 하루하루를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그냥 서성인다. 책을 읽거나 그마저도 하지 않고 팟캐스트를 듣고 마구 웃다가 잠들어버린다. 어떤 것도 듣고 보지 않는 날도 있다. 나는 가만히 시간이 지나는 것을 지켜본다.


오늘도 눈을 떴고,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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