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릿한 일상의 뒷면 — 이불 커버 여섯 채를 버리며 배

by 피스타치오


특별한 사건이 있던 날은 아니었다. 새벽을 깨우는 사이렌 소리도, 복도를 메우는 고성방가도 없었다. 오히려 너무나 조용해서, 세탁실의 물 돌아가는 소리가 유난히 선명하게 들리던 그런 아침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날, 조용히 이불 커버 여섯 채를 쓰레기봉투에 밀어 넣으며 숙박업이라는 세계의 또 다른 민낯을 마주했다.

공유숙박을 운영하던 시절, 침구는 대개 누군가의 따뜻한 체온만 안고 돌아왔다. 가끔 얼룩이 지긴 했어도 그것은 세탁기로 해결 가능한 '생활의 흔적'일뿐이었다. 하지만 모텔이라는 거친 바다에서 침구는 매일매일 '견뎌내는' 것이 아니라 '버텨내고' 돌아온다. 머리카락을 닦는 용도가 아니라 바닥을 닦고 신발을 광내는 용도로 전락해 버린 수건을 버리는 일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상상조차 못 했던 타인의 사용 방식을 마주하며, 나는 이제 수건 한 장 버리는 일에 마음 아파하지 않는 법을 배웠다



진짜 문제는 수건 너머에 있었다. 세탁실에서 이불 커버를 하나씩 펼쳐 들 때마다 내 손은 자꾸만 멈춰 섰다. 기괴한 줄무늬, 어디서 시작됐는지 모를 오염, 그리고 선명한 피얼룩. 하나가 아니었다. 둘도 아니었다. 그날 아침, 무려 여섯 채의 이불 커버가 같은 이유로 사망 선고를 받았다.

모텔을 운영하며 나는 기어이 '피를 지우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세탁실 한쪽에는 피 전용 세제부터 단백질 분해제, 효소 세제까지 온갖 화학 약품들이 줄지어 서 있다. 마치 마루타를 시험하듯 물의 온도와 세제의 배합을 달리하며 나는 얼룩과 사투를 벌인다. 가장 쉬운 해결책은 락스다. 하지만 나는 쉽게 락스를 집어 들지 않는다.

내가 고집스럽게 맞춘 면 함량 높은 비싼 침구들을 지키고 싶어서다. 락스는 피를 지워줄지언정 섬유의 영혼까지 삭게 만든다. 오늘 피를 지우려다 내일 이불을 찢어버릴 수는 없기에, 나는 오늘도 미련하게 세제 통을 붙잡고 씨름한다. 하지만 아무리 애써도, 세제를 바꿔도, 온도를 조절해도 끝내 지워지지 않는 낙인 같은 얼룩들이 있다. 그날은 그런 날이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여섯 채의 이불을 차례로 접어 검은 봉투에 넣었다.


이것은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다. 내가 정성 들여 고르고 관리해 온 나의 '자부심'이 타인의 무신경함에 의해 하루 만에 폐기 처분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감정의 소모'다.


공유숙박과 모텔 사이, 그 경계선에서 내가 가장 많이 잃은 것은 아마도 사람에 대한 막연한 신뢰였을 것이다. 나는 이제 사람을 믿는 쪽에서, 사람을 대비하는 쪽으로 조금씩 자리를 옮기고 있다.

이불 커버 여섯 채를 버린 날, 나는 불평하는 대신 다시 다음 날을 준비했다. 깨끗한 공간을 만드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망가진 것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연습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매일 무언가를 잃고, 다시 정리하고, 아무 일 없다는 듯 다시 문을 여는 것.

확장의 뒷면에는 늘 이런 눅눅하고 비릿한 현실의 밀도가 도사리고 있다.

나는 오늘도 피를 지우며 보낸 시간들을 기록한다. 이것은 하소연이 아니라, 진짜 사업가로 거듭나기 위해 내가 치러야 할 가장 정직한 수업료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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