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부실에 모여 애국조회를 위한 합주 연습을 했다. 개별로 연습할 때 악기들 소리. 삑빽 드르륵 쿵 삐리리 빰 뿜 쨍. 우주를 괴롭히는 시끄러운 소음이었다.
하지만 합주는 달랐다. 피로를 유발했던 의미없는 발악이 음악으로 변했다. 음악의 세계에 들어가면 밴드부에 들어온 보람이 2% 생겼다.
월요일 애국조회다.
밴드부인 우리, 천천히 발맞추어 나갔다. 군인처럼 큰 북도 살짝살짝. '스내어 드럼' 쇠로 된 테두리(rim)를 스틱으로 왼발에 맞춰 딱-딱- 치면서 걸었다. 운동장엔 이미 정렬한 학생들. 딱딱한 시멘트 스탠드에 앉은 나는, 고생하며 서있는 맞은편 애들을 보았다. 약간의 희열을 느끼면서.
사회자 선생님의 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나왔다.
"교장 선생님 나오십니다."
3학년 악장이 팔을 올리고, 왼손 검지를 치켜세웠다. 행진곡 1번. 미(美) 해군가 (Anchors Aweigh, 닻을 올려라 )다. 반복이 많아 단순하고 쉬운 행진곡이라 제일 많이 연주하는 곡이었다.
2. 미 해군가Anchors Aweigh ' 닻을 올려라'
나는 트럼펫을 입에 대고, 혀로 투투 텅잉을 하며 연주를 시작했다.
투투 했지만, 행진곡에 맞는 멋진 절도 있는 소리가 앞으로 나갔다. 트럼펫은 3대였고, 나는 그 중 하나였다. 트렘펫은 멜로디 담당이니, 곡을 이끌어 가는 내내 신경이 곤두섰다. 틀리면 바로 표가 났으니까.
바리톤은 나직이 받쳐주고, 트롬본 클라리넷 색소폰들은 사이사이를 절묘하게 채웠다. 큰 북이 징검다리를 놓으면, 드럼은 리드미컬하게 박수해 주었다.
그렇게 빈틈없는 음악이 앞으로 앞으로 씩씩하게 나갔다. 재미가 있었다.
'빰~빰빰빠암~'하고 트럼펫이 오르락내리락하다 소리를 고층부에 쫘악 쏟아내면, 베이스 부분은 '뻠-뻠-뻠-뻐엄' 하며 상층에서 아래로 한 걸음 한 걸음 내려온다. 멋지다. 내가 세상 망을 보러 올라가면, 먼저 올라온 베이스가 내려가 주고. 주거니 받거니. 핑퐁~ 이 보다 재미있는 게 또 있을까.
일반적으로 행진곡에선 비슷한 반복이 자주 나온다. 한 번 듣는 사람들도 금방 익숙해져 어깨를 들썩이거나 발을 까딱까딱한다. 아니면 손목이라도 좌우 반원 스윙을 할 것이다.
'빽'빼레 베벡 / '빽'빼레 베베~베엑~
미 해군가 1분 20초부터는 멜로디와 반주를 맡은 악기 '역할 교환'이 일어났다. 트럼펫이 조연이 되어 빈 공간을 채우고, 트롬본과 호른이 멜로디를 타고 주연이 됐다.
빱빠라바밥. 빱빠라바바~빠~~~빱
교장선생님은 본관에서 나와 사열대까지 걷는데 약 2분 30초 걸렸다. 미 해군가는 약 2분이니 주 멜로디 부분을 30초 동안 반복하고 행진곡은 멈췄다.
휴~~
이 세련된 행진곡이 궁금하면, 아래에서 들어 보고 간다. 1분20초 '역할 교환'을. 귀찮으면 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