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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표심 Jan 04. 2023

[밴드부] 고2, 애국조회. 교장선생님 나오십니다

※ 여기 달린 음악을 들으시는 당신.

    아시죠? 당신은 '멋진 사람'


1. 교장선생님 나오십니다


  고2 목요일 금요일.


  밴드부실에 모여 애국조회를 위한 합주 연습을 했다. 개별로 연습할 때 악기들 소리. 삑빽 드르륵 쿵 삐리리 빰 뿜 쨍. 우주를 괴롭히는 시끄러운 소음이었다.


  하지만 합주는 달랐다. 피로를 유발했던 의미없는 발악이 음악으로 변했다. 음악의 세계에 들어가면 밴드부에 들어온 보람이 2% 생겼다.


  월요일 애국조회다.


  밴드부인 우리, 천천히 발맞추어 나갔다. 군인처럼 큰 북도 살짝살짝. '스내어 드럼' 쇠로 된 테두리(rim)를 스틱으로 왼발에 맞춰 딱-딱- 치면서 걸었다. 운동장엔 이미 정렬한 학생들. 딱딱한 시멘트 스탠드에 앉은 나는, 고생하며 서있는 맞은편 애들을 보았다. 약간의 희열을 느끼면서.


  사회자 선생님의 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나왔다.


  "교장 선생님 나오십니다."


  3학년 악장이 팔을 올리고, 왼손 검지를 치켜세웠다. 행진곡 1번. 미(美) 해군가 (Anchors Aweigh, 닻을 올려라 ) 다. 반복이 많아 단순하고 쉬운 행진곡이라 제일 많이 연주하는 곡이었다.



2. 미 해군가 Anchors Aweigh ' 닻을 올려라'


  나는 트럼펫을 입에 대고, 혀로 투투 텅잉을 하며 연주를 시작했다.


  투투 했지만, 행진곡에 맞는 멋진 절도 있는 소리가 앞으로 나갔다. 트럼펫은 3대였고, 나는 그 중 하나였다. 트렘펫은 멜로디 담당이니, 곡을 이끌어 가는 내내 신경이  곤두섰다. 틀리면 바로 표가 났으니까.


  바리톤은 나직이 받쳐주고, 트롬본 클라리넷 색소폰들은 사이사이를 절묘하게 채웠다. 큰 북이 징검다리를 놓으면, 드럼은 리드미컬하게 박수해 주었다.


  그렇게 빈틈없는 음악이 앞으로 앞으로 씩씩하게 나갔다. 재미가 있었다.  


  '빰~빰빰빠암~'하고 트럼펫이 오르락내리락하다 소리를 고층부에 쫘악 쏟아내면, 베이스 부분은 '뻠-뻠-뻠-뻐엄' 하며 상층에서 아래로 한 걸음 한 걸음 내려온다. 멋지다. 내가 세상 망을 보러 올라가면, 먼저 올라온 베이스가 내려가 주고. 주거니 받거니. 핑퐁~ 이 보다 재미있는 게 또 있을까.


  일반적으로 행진곡에선 비슷한 반복이 자주 나온다. 한 번 듣는 사람들도 금방 익숙해져 어깨를 들썩이거나 발을 까딱까딱한다. 아니면 손목이라도 좌우 반원 스윙을 할 것이다.


  '빽'빼레 베벡 / '빽'빼레 베베~베엑~


  미 해군가 1분 20초부터는 멜로디와 반주를 맡은 악기 '역할 교환'이 일어났다. 트럼펫이 조연이 되어 빈 공간을 채우고, 트롬본과 호른이 멜로디를 타고 주연이 됐다.


  빱빠라바밥. 빱빠라바바~빠~~~빱


  교장선생님은 본관에서 나와 사열대까지 걷는데 약 2분 30초 걸렸다. 미 해군가는 약 2분이니 주 멜로디 부분을 30초 동안 반복하고 행진곡은 멈췄다.


 휴~~


  이 세련된 행진곡이 궁금하면, 아래에서 들어 보고 간다. 1분20초 '역할 교환'을. 귀찮으면 패스.



< Anchors Aweigh 닻을 올려라 >

-Royal Swedish Airforce Band의 세련된 연주곡

  

Royal Swedish Airforce Band의 세련된 연주곡 - Anchors aweigh



3. 교장 선생님께 경례


  교장 선생님은 군인은 아니니, 무궁화 두 개 정도에 해당하는 예식곡을 연주했다. 서두 부분을 두 번 연주하여 교장 선생님의 위상을 알려 주었다.

  경례 예식곡은 군인의 경우 무궁화 영관급과 별 장군급이 다르다. 그러나 형식은 같다. 맨 앞의 반복 부분.

  무궁화 하나 둘 셋, 별 하나 둘 셋 넷 등 계급에 맞춰 서두 반복이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진행된다.

 

  교장 선생님을 위해 '빰빠라밧~빠라밤~~밥빠밤'을 맨 앞부분에서 두 번 반복했다. 그리고 강물이 흐르듯 한 후속 연주가  물결을 탔다. 흐름은 달리면서 점점  고조되었고, 맨 끝 '밤빰빠밤'하고 스타카토로 끊어지며 끝날 때, 심벌즈맨은 멜로디에 맞춰 '챙챙채쳇' 쳐댔다.


  심벌즈 둥근 원판에서 밀어내는 리듬에 맞춰 바람이 휙휙휘휙. 심벌즈 맨의 눈썹과 머리칼은 휘날렸겠다.  


  서두 2번 반복. 들어봐야 무슨 말인지 알 걸요.



< 의식곡 무궁화 >



4. 국기에 대한 경례


  국기에 대한 경례. 시작 부분.


  '스내어(snare) 드럼'이 끊이지 않는 호흡으로 드르르르륵 르루르륵 르루르르륵~ 소리를 냈다. 드럼 스틱 두 개로 갤러그 단추를 최대한 빨리 누르듯, 손목으로 모기 날개 치듯, 드러머는 윗부분 탑 헤드(top head) 가죽을 연속해 떨듯 쳤다.


  드럼통(shell)이 떨어대고, 드럼 속 공기가 함께 뛰고, 아래 바텀 헤드(bottom head) 가죽에 스프링처럼 돌돌 말린 스내어(snare) 쇠줄들이 촤르르륵 진동하면서 샤워소리를 내주었다. 끊이지 않는 굵은 소나기 소리가 나왔다.  


  그걸 발판으로 내 트럼펫 바람소리는 '딴~ 딴~ 딴~ 따딴 ♬' 하고 천천히 장엄하게 밀고 올라갔다.

  

  트럼펫 피스톤 세 개를 전혀 누르지 않는 곡이었다. 그냥 입술모양과 바람의 세기를 조절해서 음악을 만들어 내야 했다. 놀라운 일이었다. 입술힘 조절 음악. 


 바~밤~바~밧빰( 2번 ) 밤~빠~바~바빠빰~, '삑' 빠바

 앗. 삑사리가 났다. 그러면 그렇지.


< 국기에 대한 경례 연주곡 >



5. 애국가 제창 / 교장 선생님 훈시


  반주 '(연주로만) 마르고 달토록~ 밤빠밤빰 ♬'  동해~물과 백두산이.


  학생들과 선생님들은 애국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드디어 클라이 막스.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 '산'이후가 클라이 막스)


  멋 내기 '빠바~밧빠.빠.빠' + 심벌즈 추앵.

  여기서도 삑사리. 빠바~( 삑~ ) 빳.빠.빠'


  애국가를 장엄하게 부르던 학생들은, 이 부분에서 웃긴지 손을 입에 댔다.


  교장선생님 말씀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다.


  친애하는 하는 하는 하는~

  우신 우신 신 신 신~

  


6. 교가 제창


  "교가 제창이 있겠습니다"


  작곡가 김동진의 곡이다. 관심없는 남의 학교 마지막 동영상이다.

  그러나, 밴드부의 실제 음악을 엿들을 수 있다.


  교가를 연주하거나,

  부를 때면

  나는 생각했다.


  '청룡백호 기슭'에서 용이 승천하는 기상을

  '진리의 동산'에서 진리를

  '지성의 깃발'에서 지성을

  '우리 건아'에서 건강한 아이를

  '스스로 행하는 참된 사람이 되자'에서


  스스로 어린이를


ps

자기의 일은 스스로 하자

우리는 척척척

스스로 어린이


자기의 일은 알아서 하자

알아서 척척척

스스로 어린이

엄마~

재능교육



< 우신고등학교 교가 >

작사 : 이종근

작곡 : 김동진


한가람 푸른 줄기 굽이쳐 흐르는

청룡백호 기슭에 진리의 동산

지성의 깃발을 높이 세워서

보람찬 내일 위해 쌓아나가는

씩씩하고 슬기로운 우리 건아 우신의 영재

스스로 행하는 참된 사람이 되자 (1절)


https://youtu.be/gfADlBp2wJ8



< 참고한 글 >

1. Anchors Aweigh - 나무위키

2. 스네어드럼 - 나무위키

드럼 바닥에 스내어 쇠줄이 보인다. 이 스프링 와이어가 소낙비의 주인공이다.

Image by ASBA_DRUMS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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