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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그냥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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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표심 Jan 21. 2023

생각 길을 간다

추억의 인과관계를 구성한다

< 생각 길 >


오후엔 길을 걷는다. 

산책을 한다. 다리는 자동이다. 

뇌는 적당히 깨어 각성 중 

걷는 것 외에 다른 노동은 없다.


길이 익숙하면, 나는 생각을 부른다. 

추억을 부르고, 대기시켰던 물음을 부른다. 

묵상모드에서 꼬리를 물다 보면, 실타래를 깨닫는다.


분노했던 일, 수치스러웠던 시간

무안당했던 일, 재미있던 시간
슬펐던 일, 싸웠던 시간

사랑했던 일, 고마웠던 순간


내가 들었던 말, 내가 했던 소리. 


기억들이 소리 지르며, 무덤에서 살아난다. 

재경험이 또 시작된다. 


토닥토닥 재생하면 힘이 솟고, 

고통을 떠올리면 고문이 자행된다.

화로에 꽂았던 시뻘건 인두가 젖가슴을 지져댄다.

고기 타는 냄새와 허연 연기 

두개골이 빠개지고, 뇌는 송곳으로 난자된다.


새벽엔 아침 노을 도로를 달린다.
FM 평화방송, 감정이 제거된 성모송이 반복된다.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 님, 기뻐하소서!

주님께서 함께 계시니 여인 중에 복되시며

태중의 아들 예수님 또한 복되시나이다.


천주의 성모 마리아 님,

이제와 저희 죽을 때에

저희 죄인을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하얗고 노란 차선 위
빨갛고 노랗게 깜박이는 자동차 풍경만 최소한 본다.

아낀 기력은 생각으로 돌린다.

추억을 묵상하니

묵주처럼 엮이는 인과관계.


노래를 틀고 따라하면 생각은 멈춘다. 

나는 가사를 따라가고
내 성대는 동화같은 노래에 자리를 내어준다.


눈을 떠보면, 바람 같은 너의, 향기만이 가득한 걸

내 순수한, 마음을 느낄 수 있다면, 어디서도. 

한눈에 널 알아볼 수 있어 

Catch You, Catch You / Catch Me, Catch Me


길을 간다.

생각 길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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