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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표심 Jan 06. 2023

[중년 오빠] 사랑에 대해 말했다.
니가 필요해.

원하는 걸 말해.

1. 사랑은 자유를 준다


  인생의 밑바닥을 훑던 몇 년 전부터, 남녀 사랑에 대한 생각에 서서히 변화가 찾아왔다.  


  1년 전 일이다.


  아내가 나 같은 남편을 변함없이 사랑할 수 있을까? 헤어짐으로써 얻는 경제적 이익이 더 크지 않아서 그냥 견디는 건 아닐까. 애들 때문에 버티는 걸까. 


  나는, 헤어짐의 이익이 커지면, 언제든 흔쾌히 놓아줄 거라고 아내에게 말했다. 이 말하고 뼈도 못추릴 뻔 했다.


  헤어짐의 이익을 갑자기 크게 하기는 쉽지 않았다. 정말 그렇게 되면 어떻게 하냐고? 뭐가 걱정인가? 내가 필요하면 다시 부르겠지.


  아니면 말고~


  참 쉽다. 사랑은 자유를 주는 것이니까.
 
 

2. 성경 바울의 사랑은 다른 관점이다 


  수년 전부터 사랑은 본래 없는 것이었다고 생각했다. 사랑이란 것이 정말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 과연 무엇이 사랑이란 말이냐?


  성경 속에서 찾았지만 내가 기대한 사랑은 아니었다. 바울은 성경 고린도전서 13장에서 '사랑은 오래 참고, 온유하며, 시기하지 않고, 자랑하지 않고, 교만하지 않고...' 이런 얘기를 하고 있다. 사랑 얘기를 하지만, 남녀 간 사랑은 아니었다.


  인내, 온유 등 다른 덕목들이 사랑이란 개념상자 속에 들어 있었다. 바울의 관심은 예수의 재림에 있었고, 재림을 기다리면서 교회를 유지하려 했다. '사랑은 오래 참고, 온유하며'는 교회라는 사회관계 속의 사랑을 말하는 것으로 느껴졌다. 


  바울의 말속에 아내, 애인 등 여자와의 사랑에 대한 정의는 없다. 그에게 여자와의 사랑은, 그저 임박한 예수의 재림을 준비하는데 방해물로 여겨졌을 것이다. 독신으로 추정되는 바울은, 결혼해도 좋지만 안 하는 게 더 좋다고도 말했다. 그래서 성경에서 사랑 찾기를 포기했다.


  "결혼하지 아니하는 자는 더 잘하는 것이니라"

  < 고린도전서 7:38 , 개역개정 성경 > 



3. 사랑은 필요다 


  사랑은 최상위 개념에 가깝다. 


  인간의 뇌가 만든 추상적 개념이다. 높은 단계로 추상화했으니 손에 잡히는 것은 없다. 즉, 구체성이 떨어지는 말이다. 최초 인류에게도 사랑이란 용어화된 개념은 없었을 것이다.


  사랑이란 개념이 본래 없는 것이었다면, 손에 잡히는 것으로 뭐가 있을까? 사랑하는 남녀가 눈을 보며 '사랑해~'라고 할 때면 어떤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일까?


  지금

  a. 그대가 보고 싶어.

  b. 그대의 손을 잡고 싶어.

  c. 외로우니 나를 안아줘.  

  d. 슬프니 나를 알아줘.

  e. 나를 보고 웃어줘.

  f. 나를 받아줘.

  g. 맛있는 것 먹고 싶어.

  h. 심심하니 재미있는 얘기를 들려줘.

  i. 예쁜 그대가 좋아.

  j. 좀 더 진전된, 생물학적인 욕구들...


  내 머릿속 사랑 안에는 뭐가 들어있을까. 

  ( a~j )에 + "그대가 필요해"를 붙여본다. 

  a. 그대가 보고 싶어. 그대가 필요해. 

  c. 외로우니 나를 안아줘. 그대가 필요해.


  I need you. You needed me.

  필요.

 

  필요는 '사랑'이라는 단어 없이 할 수 있는 말이다. 상대를 관찰하고, '서로의 필요'를 채워주는 것. 서로의 필요를 채워서 나와 상대가 함께 살게 하는 것. 



4. 솔직하게 구체적으로 말해


  나는 내 마음과 감정을 관찰한다. 내 육체도 살펴본다.

  아내에게 '나의 원함'을 전달하고, '아내의 원함'을 수용하려 했다. 구체성 없이 '사랑해'란 말을 자주 할수록 공허함을 느꼈으니까. 그래서 추상적인 것보다 손에 잡히는 말을 섞어서 하려고 했다. 


  젊을 때, 사랑이라는 최상위 개념을 따라 손에 잡히는 것 없이 살았지만, 점차 실제적인 것들로 눈을 옮겼다. 부부사이 솔직한 대화가 절실했으니까.


  더불어 살기 위해 사람들은 서로 길들인다. 나와 아내도 서로를 길들인다. 젊어서는 '사랑의 지정의'라는 개념을 아내와 공유했다. 그래서 '의지적인 사랑'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1년 전부터는 '솔직한 표현' '정확한 표현' '구체적인 표현'으로 필요를 말하는 것이 중요한 덕목이라고 반복해 서로를 길들였다.


  개념을 말하고, 설득하여 동의에 이르게 된다. 내 말이 어떤 개념에서 나오는 것인지 알게 되면, 오해가 없고 편하니까.



5. 니가 필요해 


  필요를 말하는 것은 생활 속에서도 중요하다.


  장모님이 큰처남집에서 온 전화를 받는다.

 "뭣하러 오니? 필요한 것 없다. 안 와도 된다."

 

  옆에 있던 아내는 한 마디 한다. 

  "엄마, 맘에 없는 말 돌려 말하지 말고~ 정확히 말하라고."

  "얘는?"
  "필요한 것 있잖아. 정말 안 와도 돼서 하는 말이에요?"


  이런 말 때문에 장모님은 아내에게 섭섭함을 거꾸로 느끼기도 한다. '사랑은 필요 채우기'란 내 생각에 아내도 전염이 됐구나. 그래서 실제 생활에도 적용하고 있구나. 이 건 부작용이다. 어쩔 수 없다. 지나갈 것이다.


  나에게

  사랑이란.


  서로 원하는 것을 정확히 말하고, 

  상대와 '사랑의 5가지 언어'를 주고받는 것.

  그렇게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로 남는 것.


  나는 니가 필요해.



ps

  사랑의 5가지 언어 중 '스킨십'은 여자 갱년기에는 주의해야 한다. 프로게스테론 · 에스트로겐 호르몬 감소로 비구니가 다 된 아내에게 잘 못하면, 욕정이라고 욕먹기 십상이다. 적극적 호르몬 치료로, 하산하게 해야 한다. 사랑의 묘약은 뭐? 호르몬 약. 리비알 ( 갱년기 증상 완화 + 골다공증 예방 )


※ 자표심 브런치북 <나의 추억 사용법> 참조

-3학년, 오이 마사지할래? 사랑의 언어. 향기


< 사랑의 5가지 언어 > 

  1. 인정하는 말 

  2. 함께하는 시간 

  3. 선물 

  4. 봉사 

  5. 스킨십



< 케이윌 - 니가 필요해 >


[MV] 케이윌(K.will) - 니가필요해 (I need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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