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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표심 Dec 31. 2022

[젊은 오빠] 사랑에 대해 말했다

사랑하기로 했다

※ 아래 자표심의 노래 <혼자가 아닌 나>가 달려 있습니다.


1. 사랑의 감정은 변하지 않을까


  어릴 적 보았던 TV드라마. 

  부부들은 서로 일상을 얘기하면서, 개 닭 보듯 했다. 무덤덤한 부부관계. 


  반면, 나는 사랑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 환상 속에선 서로 하나였다. 하루 종일 기쁜 얼굴로 서로의 눈을 바라보고, 때론 24시간 두 팔로 꼬옥 안고, 입술을 붙이고 있었다.


  나는 TV속 드라마를 보며 걱정했다. 신문을 보다가, 밥상이 차려지면, 조용히 먹기만 하다가 그냥 일어나 휭 나가는 관계가 되면 어떡하지. 즐겁지 않은 부부는 되지 않을래. 다짐했다.


  젊어서 예쁜 아내를 만났으면, 오래도록 뜨겁게 사랑하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 열정이 변하지 않아야 진짜 사랑 아닐까. 마음이 변하면 사랑도 변하는 걸까. 변한 게 아니고 처음부터 사랑하지 않은 게 아닐까.



2. 나는 그녀를 사랑하는 걸까


  연애에 불이 붙었던 초기.

  여자를 집에 바래다주고, 집으로 돌아오면 매일 11시였다. 


  집에 와선 또 전화를 했다. 한 대 밖에 없던 전화 선을 5m 이상 길게 늘여 붙였다. 내 방으로 전화통을 들고 들어와 이불속에서 전화를 했다. 통화는 새벽 2-3시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얼굴은 쪽 말랐다. 사랑으로 반쪽이 됐다.


  가끔씩, 전화 후 기분이 안 좋았다. 전화 부작용이었다. 욕구충족이 안 되었는지, 전화를 하면 뾰로통해졌다. 이상했다. 사랑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불만 같았다. 그녀의 마음을 충분히 듣지 못해 늘 아쉬웠다. 물론 나도 전화로 '사랑한다'는 말을 잘하지 못했다. 


  전화를 통한 대화는 주변을 맴돌 때가 많았다. 그녀의 목소리는 성우처럼 예뻤다. 듣는 것이 좋았지만, 불만은 쌓였다. 그러면, 나를 의심했다. 그녀를 사랑하는 거 맞아? 내 마음에 대한 믿음이 흔들렸다. 그녀를 사랑하고 마음에 품고 있지만, 가끔 변하는 나를 믿지 못했다.



3. 사랑은 의지로


   대학 졸업할 무렵 연애기간 동안, 사랑에 대해 생각했다. 만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나, 사랑에 대해 생각해 봤어."

  "사랑이요?"

  "인간은 지정의(知情意)로 이뤄져 있어. 사랑도 지정의 전인격으로 하는 거고."

  "지정의 들어 봤어요."
  "응, 지성(知性)으로 서로를 알며, 감정(感情)으로 아끼고 그리워하게 돼. 그런데 감정이 문제잖아."
  "감정이요?"

  "감정은 자꾸 변하잖아. 기분 나쁠 때도 있잖아."

  "기분 안 좋을 때도 있어요."

  "맞아. 의지(意志)가 중요해. 감정과 무관하게 계속 사랑하려고 작정하는 의지. 의지적 사랑 말이야." 

  "감정은 나빠도, 의지적으로 사랑할 수 있는 거예요?"

  "응, 그래. 감정이 상하면, 애틋한 사랑의 감정이 사라지잖아. 그래도 의지적으로 사랑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면, 우리는 변함없이 사랑하는 중이야!!!"

  "음..." 

  "싸워서 감정이 안 좋아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거야. 그래도 거짓이 아닌 거야."

  "그래요"

  "그러니까, 어떤 상황이 와도, 내가 사랑한다고 하면 믿어줘"



4. 나는 너를 사랑할래


  우리는 이렇게 사랑에 대한 개념을 만들어 공유했다. 


  개념을 통일하자 마음 상하는 일도 적었다.  사랑에 대해 '같은 말'을 할 줄 알게 되었다.


  성서에 좋은 뜻으로 쓰이는 '시인한다'는 말은 '호모 로게오'( ὁμολογέω : homologéō )로 '같은 말'을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같은 말'을 하려면 개념을 공유하고 서로 동의해야 한다.


  나는 너를 사랑해.

  나는 너를 사랑하고 싶어.

  나는 네가 미워, 그렇지만 사랑할래.


  생각을 맞춰가는 노력을 한 끝에, 우린 결혼 후 10년 동안 소리 내어 다투지 않았다. 10년 이후 변화가 찾아오기 전까지. 



< 자표심이 노래합니다. '혼자가 아닌 나' >


※ 원곡 : 서영은 - 혼자가 아닌 나 https://youtu.be/-rXo5sfeEYc



- 지정의[ 知情意 , intellect,emotion and volition]

인간의 세 가지 심적 요소(정신 활동의 근본 기능)인 '지성'(知性), '감정'(感情), '의지'(意志)를 아울러 이르는 말. 한 마디로 그 사람 자체 곧 '전인격'(全人格)이라 할 수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지정의 [知情意, intellect, emotion and volition] (교회용어사전 : 교회 일상, 2013. 9. 16., 가스펠서브)



- 지정의의 사전적 의미는 “인간의 세 가지 심적 요소인 지성(知性), 감정(感情), 의지(意志)를 아울러 이르는 말(출처 : 네이버 사전)”이라고 되어 있다. 즉,  

지(知) : 지식, 지혜, 인지, 인식, 분별, 이해, 성찰, 등

정(情) : 감정, 사랑, 히노애락, 열정, 애정, 애착, 배려, 등

의(意) : 뜻, 의지, 결정, 선택, 비젼, 꿈, 노력, 성실, 실천, 행함, 등

- 지정의(知情意)를 생각하다, 김형태교수의 세상사는 이야기, 20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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